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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예루살렘 잇는 길목 십자군 유적지서 오페라 소돔엔 짭조름한 소금산도

중앙일보 2016.12.03 01:08 종합 17면 지면보기
관광산업 활성화 나선 이스라엘
지난 9월 말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의 항구도시 아코(Akko)의 십자군 성 안에서는 특별한 광경이 연출됐다. 별들이 촘촘히 박힌 밤하늘 아래 소프라노가 하프시코드(중세 건반악기)에 맞춰 노래를 시작했다. 무대 앞 100석 남짓한 야외 객석에는 이브닝드레스에 숄을 두르거나 정장을 입은 관객으로 가득 찼다. 이날은 9월 25~26일에 열린 오페라 기획공연 ‘갈릴리에서 만나리(Meet in Galilee)’의 두 번째 날로 헨델의 오페라 ‘알치나’가 공연되고 있었다. 오페라는 마녀 알치나의 마법에 빠진 약혼자 루지에로를 약혼녀 브라만테가 남장을 하고 접근해 구출해 오는 이야기다.
지난 9월 26일 이스라엘 북부 아코에서 열린 헨델의 바로크 오페라 `알치나`. 회화 겸 비디오 아티스트 나오미 크레머가 무대의 배경이 된 아코 성벽에 비디오 아트를 선보였다. [사진 나오미 크레머]

지난 9월 26일 이스라엘 북부 아코에서 열린 헨델의 바로크 오페라 `알치나`. 회화 겸 비디오 아티스트 나오미 크레머가 무대의 배경이 된 아코 성벽에 비디오 아트를 선보였다. [사진 나오미 크레머]

 이스라엘 관광부가 몇 년 전부터 아코 등 지방자치단체·비영리재단과 손잡고 유적지에서 오페라 공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유럽 대륙과 예루살렘을 잇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는 아코는 13세기 십자군전쟁 때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십자군 성에는 당시 원정군들이 군사훈련을 했던 안뜰과 비밀 통로, 식당 등이 보존돼 있다. 고성(古城)에서 감상하는 오페라는 특별했다. 사방이 막힌 안뜰은 은은한 울림을 만들어 냈다. 이 오페라를 보려고 이스라엘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05년 190만 명에서 2014년 293만 명으로 증가했다. 주변 아랍 국가와의 오랜 분쟁으로 이스라엘의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가 많지 않다는 걸 고려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예루살렘 신시가지의 국회 건너편에 위치한 이스라엘 박물관에는 도시 전체를 50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이 있다. 여행 전 보면 도움이 된다. [사진 이유정 기자]

예루살렘 신시가지의 국회 건너편에 위치한 이스라엘 박물관에는 도시 전체를 50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이 있다. 여행 전 보면 도움이 된다. [사진 이유정 기자]

 이스라엘은 3대 종교(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의 성지 예루살렘이 가장 유명하지만 국토 전체(2만 770㎢)가 하나의 유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코에서 북쪽으로 20㎞를 더 올라가면 이스라엘의 최북단 마을 로시 하니크라가 나온다. 백악층 절벽과 쪽빛 지중해가 선명하게 대비를 이루는 언덕에 오르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이스라엘은 이곳에서 1949년 레바논과 1차 중동전쟁의 휴전협상을 했다. 유엔군 주둔지가 있는 푸른 철문 앞에선 한 무리의 중국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갔다. 철문 옆엔 화살표와 함께 ‘베이루트(레바논 수도) 120㎞’라고 써 있었다.

 로시 하니크라의 해수 동굴로 들어가기 위해 케이블카 앞에 서 있는데 카키색 군복을 입은 여군이 바삐 지나갔다. 이스라엘에선 18세가 되면 남녀 모두 군에 복무(최대 2년8개월)하기 때문에 거리 곳곳에서 앳된 얼굴의 군인을 볼 수 있다. 실탄을 장전한 총을 들고서도 대개 여유로운 모습인데 군인들 사이에서 총기사고가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차를 반대로 몰아 사해(死海)가 있는 내륙으로 향했다. 설핏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니 황토 빛 광야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유대 광야’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이곳엔 기원전 1세기 해발 434m에 지어진 고대 도시 마사다가 있다. 기원전 73년 로마군이 쳐들어왔을 때 유대인들은 이곳에서 무려 2년을 버티다가 함락 직전 마을 사람 930명이 자결을 했다. 유대인들은 이 역사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 2000년이 지났는데도 물 저장고와 목욕탕 등 마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사다 근처의 소돔 산은 성경의 타락한 도시 ‘소돔과 고모라’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지역이다. 지프차 투어를 하던 중 현지 가이드가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길가의 돌을 주워 맛을 보라고 건넸다. 돌에서 짭조름한 소금기가 느껴졌다. 8㎞ 길이의 야트막한 산 전체가 소금 결정으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소돔 산 옆으로 길게 뻗어 있는 사해엔 선글라스와 모자로 햇빛을 가린 채 팔베개를 한 사람들이 둥둥 떠 있었다. 이곳은 일반 해수보다 염도가 6~7배나 높다. 안전요원이 긴급상황에 대비해 생수통을 들고 해변을 오갔다.
 
◆예루살렘을 방문할 땐
‘이스라엘 방문’ 하면 예루살렘을 빼놓을 순 없다. 대신 종교별 안식일을 알아 두는 것이 좋다. 금(이슬람교)·토(유대교)·일(기독교)요일마다 상점이 돌아가며 문을 닫는다.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성문 8곳 가운데 시리아로 이어지는 ‘다마스쿠스 문’은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자세한 여행 정보는 이스라엘 관광청(www.goisrael.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코=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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