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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사회 속의 나

중앙일보 2016.12.03 01:00 종합 19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12월 주제는 ‘사회 속의 나’입니다. 촛불 정국이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관계를 되짚어보게 합니다.

‘주목 이 책’도 나와 사회, 대통령과 리셋이란 키워드로 선정했습니다. 성숙하고 지혜로운 눈으로 ‘촛불 이후’의 정국까지 밝혔으면 합니다.
통일 후 마약 군벌이 장악한 북한?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예담
516쪽, 1만4800원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고 ‘전쟁’이란다. 작가는 “익숙한 도그마를 깨뜨리려는 의도 맞다. 액션 스릴러 느낌도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한반도가 통일이 된다. 그것도 피 흘리지 않고 북한 체제가 스스로 무너져 평화적으로 됐으니 우리가 원하던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제 남북한은 전쟁준비에 돈 퍼붓지 않고, 북한의 노동력과 남한의 자본력·기술력을 합쳐 조만간 선진국 대열에 합류만 하면, 그야말로 ‘통일대박’이 실현될 듯싶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얼마나 헛된 망상이었는지를, 소설은 싸늘히 써내려간다.

김씨 왕조가 무너진 권력 공백기 북한엔 지방 군벌이 득세한다. 이들 중 일부가 자신을 조선해방군이라고 지칭하며 양강도에 거대 마약 기지를 세우고, 필로폰 사업에 나선다. 그것도 전세계를 대상으로 말이다. 책의 설명은 이렇다. “북한 땅을 가로지르는 마약의 유통 고리에서 조선해방군은 생산자 겸 현지 판매인, 개성섬유봉제협회는 중간 도매상, 백상구와 최태룡은 동네 마트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여기에 부패한 남한 정치인, 남한에서 파병된 평화유지군 등이 매수되거나 가세하니 스케일은 점점 커진다.
작가가 가상으로 묘사한 통일 후 북한은 지방 군벌이 난립하는 무정부 사회가 배경이다. [중앙포토]

작가가 가상으로 묘사한 통일 후 북한은 지방 군벌이 난립하는 무정부 사회가 배경이다. [중앙포토]

그렇다면 남한은? 북한 현실에 기겁하며 휴전선 경계를 남북한 대치때보다 더 강화한다. 남한 사람은 북한 출신 노동자를 불가촉 천민 마냥 취급하고, 어쩔 수 없이 북한 사람은 남쪽 사람들이 기피하는 더럽고 불쾌한 일에만 매진하게 된다. 2류 국민으로 전락한다는 얘기다. “차라리 예전이 탈북하기 좋았다”는 하소연처럼, 김정은 체제를 벗어난 북한 인민의 선택은 둘 중 하나다. 북 마약 군벌에 시달리거나 남한 대중의 멸시를 감내하거나.

소설의 배경은 무법지대 장풍군이다. 혈혈단신 으로 마약상과 싸우는 전직 특수부대원 장리철, 남한 출신의 무기력한 평화유지군 장교 강민준, 마약수사범 미셸 롱 대위 등 생동감있는 캐릭터를 그려내며 극적인 스토리는 점점 가속페달을 밟는다.

작가 장강명(41)씨는 데뷔 6년 만에 7권의 장편, 1권의 소설집, 1권의 산문집을 내는 등 엄청난 생산량을 보이고 있다. 하루 8시간 노동을 지키기 위해 스톱워치로 집필 시간을 정확히 쟀고, 원고지를 엑셀로 정리했다고 한다. 기자 출신답게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사회현상에 주목해왔다. 전작 『표백』이 20대의 암울한 현실을 다뤘다면, 『한국이 싫어서』는 헬조선, 『댓글부대』는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이 테마였다. 민첩한 현실 감각은 이번엔 북한으로 향했고, 정치적 상상력까지 더해져 소름끼치는 한국의 미래를 그려냈다.

글 쓰는 직업인지라 기자들, 툭하면 이런 말 한다. “때려치우고 소설이나 쓸까.” 장씨의 작업과정과 결과물을 보니 그냥 기자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통일된 대한민국은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
작가가 예측하는 통일 대한민국은 ‘대박’이 아니라 참혹한 디스토피아다. 통일이 남한과 북한을 합쳐 뭉치게 하기는 커녕 분단체제를 더 확고하게 만든다고 예언한다. “김씨 왕조 시절의 북한은 불량 국가, 막장 국가였다. 김씨 왕조가 붕괴된 뒤 북한은 좀비 국가가 되었다. 국가라는 탈을 간신히 쓴 약육강식의 무정부 사회였다.”

북한 군인 출신이 마약 카르텔의 하수인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설정 등은 2009년작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과 궤를 같이한다. 작가도 후기에서 이를 밝힌다.

격투와 추격 장면 등은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주인공 이름이 장리철인 이유도 이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다), 마약 카르텔 내부의 역학 관계와 폭력 묘사는 돈 윈슬로의 『개의 힘』, 평앙시 외곽의 투계장을 묘사할 때에는 할 헤르조그의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을 참고했다고 한다.

다수의 북한 관련 저서와 논문·리포트 등을 통해 큰 얼개를 잡았다. 특히 북한의 장마당 경제와 마약 중독 실태, 늘어나는 폭력조직 등 구체적 디테일 묘사를 위해 데일리NK와 자유조선방송, 자유아시아방송 등의 기사를 스크랩했다. 작가는 탈북자 단체를 후원해왔는데 거기서 자연스럽게 들은 이야기 덕에 지난해 여름부터 소설을 쓸 엄두를 냈다고 한다.

최민우 기자 minwo@joongang.co.kr
 
최순실 국정 농단, 헌법을 다시 읽는 이유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윤재왕·윤지영 지음, 로고폴리스
519쪽, 1만8000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촛불집회 때마다 ‘헌법 1조’라는 노래를 열창하는 100만 인파의 목소리에는 헌법 정신의 회복을 바라는 열망이 가득하다. 가사라고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의 내용이 전부지만 부르다 보면 뭔가 뭉클함이 느껴진다.

이 준엄한 국민 주권 선언으로 시작해 인간의 존엄,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빠짐없이 보장하는 우리 헌법은 선진 민주 국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을 등지고 다시 본 헌법에는 ‘이대로 좋은가’ 싶은 대목들이 많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66조 1항)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66조 2항)

“대통령은…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79조 1항) 등등.

박근혜 대통령은 차은택씨에게 수석과 장관을 추천받아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외교와 국방에 관한 기밀 문서들도 최순실씨에게 미리 건넸다. 또 ‘최순실 라인’을 자격 불문 순방에 데려 갔고, 김종씨를 문화체육관광부의 ‘왕 차관’으로 임명해 비선실세들의 각종 이권을 챙기게 했다. 기업들을 문화융성에 끌어들이는 대신 사면·복권 등의 민원을 들었다. 이대로 다른 대통령을 맞이하면 5년 뒤 우리는 다시 거리로 나오지 않아도 될까.

차병직·윤지영 변호사와 윤재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7년 전 펴낸 『안녕, 헌법』을 보완해 『지금 다시, 헌법』을 펴냈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개헌이 헌법 현실과 헌법 사이의 거리를 가깝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 절실함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도 헌법을 일독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사이비종교·불법 다단계·테러 조직…현혹의 기술
심리 조작의 비밀
오카다 다카시 지음
황선종 옮김, 어크로스
296쪽, 1만4000원

그들은 어떻게 행동을 설계 당했나. 타인을 지배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누가 심리 조작을 당하는가. 무의식은 어떻게 조작되는가. 행동은 어떻게 조종되는가. 심리 조작의 원리와 기법은 무엇인가. 심리 조작은 풀 수 있는가.

일본 정신의학자 오카다 다카시(岡田尊司)가 쓴 『심리 조작의 비밀』 1장부터 7장까지 소제목이다. 요즘 우리가 떠올린 물음과 꽤 유사하다. 지은이는 심리 조작 기술이 독재 체제뿐 아니라 민주 정체에서도 널리 쓰인다며 심리 조작을 풀어야만 하는 일이 오늘날의 국제적, 정치적인 상황을 돌아보면 의미가 깊은 일이라고 말한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 같지만 논점은 명확하다. 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추천사가 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책에는 종교 집단에 빠져 세뇌를 당해 인생을 망치는 여대생의 사례도 등장한다. 저자는 종교 집단의 지도자들을 컬트 구루라 칭하면서 이들처럼 타인을 지배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분석하고, 최면술과 정신분석 등의 심리 치료 방법 또한 이런 심리 조작적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신과적으로 보자면 자기애적 인격 상태는 심리 조작을 당하기 쉽고, 의존성 인격 역시 그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7~8쪽)

심리 조작의 본질은 ‘속이는 것’인데 테러리스트 훈련 과정의 ‘터널 장치’, 고액 상품을 사게 하는 수법인 ‘영감상법(靈感商法)’ 등 여러 영역에서 쓰인다. 심리 조작에 쉽게 걸려드는 의존성 인격 장애자는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내리지 못하며, 의존하는 사람에게 맡겨버리고, 곤란한 일이 일어나면 바로 그 사람에게 달려가 상담을 하고, 그가 시키는 대로 행동한다.”(80쪽)

다양한 사례를 든 저자는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역사에 비춰보아서 판단하고, 냉철하게 행동할 수 있는가.”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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