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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오직, 콜드플레이

중앙일보 2016.12.03 00:01
영국의 록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가 2017년 4월 15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연다. 현대카드가 기획하고 추진한 ‘슈퍼콘서트’의 일환이다. 지난 11월 15일 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치열한 ‘예매 전쟁’을 점친 이들이 적잖았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현대카드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선(先)예매는, 11월 23일 정오에 예매 창구가 열리자마자 공연 티켓 4만5000여 석이 일시에 매진됐다. 동시 접속자 수는 최대 90만 명. 놀랄 것도 없다. 콜드플레이의 앨범은 전 세계에서 8000만 장 이상 팔렸고, 해외 투어는 매진과 매진의 연속이었으니까. ‘록의 시대가 끝났다’는 예측까지 나온 지금, 콜드플레이의 인기는 이렇듯 흔들림 없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왜 콜드플레이에 열광하는가. 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록 밴드 콜드플레이의 음악을 말한다.
 
콜드플레이의 1집 앨범 ‘패러슈츠(Parachutes)’가 갓 발매된 2000년. 버스 안에서 CD 플레이어로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짧게 읊조렸다. ‘아쉽지만, 이 친구들은 곧 사라지겠구나.’ 그 모든 청춘이 그랬듯, 이들 역시 지금보다 훨씬 풋풋했다. ‘옐로(Yellow)’ ‘시버(Shiver)’ ‘트러블(Trouble)’ 등 물기 먹은 음악이 귀를 잡아당겼으나, 그것만으로 이들의 미래를 점치기엔 역부족이었다. 당시 영국 음악 매체들도 이 앨범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1990년대 브릿팝(Britpop·1990년대 등장한 영국 록 음악) 시대 이후, 브릿팝의 연료를 탑재한 채 선배들의 뒤를 잇게 될 후발 주자 중 하나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라디오헤드(Radiohead)가 그랬듯 콜드플레이는 평단과 대중을 향한 통렬한 한 방을 쏘아 올렸다. 전세가 역전됐고, 공연장 규모도 점차 커졌다.

최초 내한 소식을 계기로 돌아본 그들의 음악


 
현시대를 대표하는 록 밴드
“내 목표는 완벽한 곡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말이다.” 리더이자 보컬 크리스 마틴의 말이다. 콜드플레이는 초대형 스타가 되었지만, ‘좋은 음악을 내놓겠다’는 밴드의 의지는 여전하다. 라디오헤드가 음악으로 은하를 여행하는 동안, 콜드플레이는 지상에 멜로디를 쌓아 올렸다. 라디오헤드의 후계자를 자청했던 데뷔 앨범 ‘패러슈츠’부터, 세계적 인지도를 얻게 된 ‘어 러시 오브 블러드 투 더 헤드(A Rush of Blood to the Head, 2002)’, 긴 방황 끝에 팝 밴드로 돌아선 ‘어 헤드 풀 오브 드림스(A Head Full of Dreams, 2015)’까지, 그 흐름은 죽 이어졌다.
물론 그들에게도 굴곡은 있었고, 어떤 이들은 그들의 음악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콜드플레이는 현시대를 이끄는 록 밴드로 살아남았고, 끝내 자신들의 왕국을 건설하는 데 성공했다. 예컨대 ‘엑스 앤드 와이(X&Y, 2005)’는 ‘수작’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명반이고, ‘마일로 자일로토(Mylo Xyloto, 2011)’는 힙스터 록 사운드의 실험이며, ‘비바 라 비다 오어 데스 앤드 올 히스 프렌스(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 2008)’는 콜드플레이 음악의 정점을 찍는 앨범이다. 이후에도 콜드플레이는 계속해서 음악 스타일을 바꾸며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포스트-라디오헤드’ ‘포스트-브릿팝’에서 탈피했다. 그리고 현시대를 대표하는 록 밴드로 올라섰다.

 
직관적이면서 서정적인 위대한 노래
사람들은 왜 콜드플레이에 열광할까. 여기에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답이 있다. 직관적이면서도 품격을 간직한 그들의 음악 덕분이다.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으며, 그러한 밴드도 흔치 않다. 콜드플레이가 그 조건에 충족하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그들의 명곡 ‘옐로’ ‘더 사이언티스트(The Scientist)’ ‘픽스 유(Fix You)’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파라다이스(Paradise)’를 비교하며 들어 보자. 놀랍게도, 이 곡들은 모두 다른 음반에 수록돼 있다. 전혀 다른 스타일임에도 함께 듣는 데 전혀 이질감이 없다. 편하게 들리고, 기억하기 쉬운 확실한 후렴구를 갖췄으며, 공연장에서 따라 부르기도 좋다. 그러면서도 자칫 불편하게 들릴 법한 음악적 요소들까지도 예쁘게 포장하는 신비한 매력이 있다. 자칫 시끄럽거나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쉬운 소리도 멋진 사운드로 바꿔 버리는 그들만의 재능이다. 그중 ‘비바 라 비다’는 스트링 오케스트라, 팀파니, 처치 벨 사운드로 구현한 곡이다. 콜드플레이는 이 곡에서 ‘베드로’ ‘예루살렘’ ‘왕의 몰락’ ‘권력의 덧없음’이라는, 묵직하고도 진지한 소재를 가벼운 터치로 풀어냈다. 콜드플레이를 대표하는 곡이자 공연에서도 단연 인기가 높은 이 곡은, 미국 유명 대중음악 매거진 ‘롤링 스톤’이 꼽은 ‘2000년대의 위대한 노래 100곡’ 중 68위를 기록했다.

비교를 불허하는 서정성 또한 인기의 큰 축을 이룬다. ‘인 마이 플레이스(In My Place)’ ‘에브리 티어드롭 이스 어 워터폴(Every Teardrop is a Waterfall)’ 등을 들으면 알 수 있다. 출렁거리듯 강약을 오가는 감정선, 몽환적인 사운드스케이프, 감각적인 피아노 연주와 영롱하게 젖어드는 마틴의 보컬. 콜드플레이의 음악이 가장 좋은 음악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잘 배합된, 가장 잘 조립된 음악’이라는 데 주저 없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그들의 음악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마틴이 자신의 오랜 동반자였던 기네스 펠트로와 이혼한 후, 2014년 동료들과 함께 곡을 쓴 6집 ‘고스트 스토리스(Ghost Stories)’에서도 이런 특징은 잘 나타난다. 전보다 더 안으로 향하는 내밀한 록 음악을 선보이는 가운데, 콜드플레이는 여전히 청자를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건 ‘교감’뿐.

 
왜 콜드플레이여야 하는가
‘느릿하고 감상적인 노래만 잔뜩 불러 젖히다’ ‘따분하고 피로감을 주는 음악이다’. 그간 콜드플레이를 향해 쏟아진 비판이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논파된다. 전자는 오히려 밴드의 강점으로 해석될 여지가 강하며, ‘어 헤드 풀 오브 드림스’의 화사함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후자는 ‘지구상의 그 어떤 음악도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명제를 상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기억하자. 콜드플레이가 현재까지 팔아 치운 음반은 도합 8000만 장에 이른다. 그들의 음악에 마음을 움직이는 보편적 매력이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한 수치다.

마틴은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다. 그는 콜드플레이의 음반 판매량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다. “레코드 세일스는 우리에게아무것도 아니에요. 우리가 받는 압력은 열다섯 살 꼬마가 주머닛돈으로 우리 음반을 사고 ‘돈을 낭비하지 않았다’고 느끼는, 그 정도뿐이니까요.” 아티스트와 상업성이라는 영원한 딜레마를, 그는 유쾌한 농담으로 변주하며 벗어난다. 그에겐 ‘뭔가를 이뤄야겠다’는 굳건한 의지나 ‘다음엔 더 나은 것을 보여 주겠다’는 강박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저 자유롭게 악기를 만지고, 자유로이 노래를 부르는 게 전부라는 것. 그 활동 속에서 무언가가 생성되고, 발전되며, 그러다 뭔가 튀어나오게 된다는 진리를 말해 주는 것만 같다. 20년 가까이 항해해 온 이 베테랑 밴드가 승승장구하는 비결이다.

콜드플레이는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그들의 팬임을 밝혔을 정도로 팬덤은 강력해졌다. 콘서트장은 모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열광적 지지자들로 가득하다. 예전보다 멜로디가 약해졌을지는 모르지만, 녹슬지 않은 공간감과 특유의 무드는 ‘왜 콜드플레이가 지금 제일 중요한 록 밴드 중 하나인가’를 입증하는 증거다. 이제는 ‘록 밴드’라 부르기 애매한 어떤 임계점까지 사운드의 파고를 밀고 온 이 밴드가, 향후 어떤 항로로 진입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틴의 말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음악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장소로부터 탄생되었어요.”

 
이경준 평론가의 추천곡 베스트 3
‘토크(Talk)’ (from ‘엑스 앤드 와이’)
흑백 배경 아래 소리가 우주를 부유한다. 독일 출신 일렉트로니카 밴드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곡 ‘컴퓨터 러브(Computer Love)’의 멜로디를 사용한 곡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필청 음반’ 중 하나로 인식되는 3집 ‘엑스 앤드 와이’의 수록곡이다. 뮤직비디오를 감상해야 완전체.

‘찰리 브라운(Charlie Brown)’ (from ‘마일로 자일로토’)
당신이 상상하는 그 찰리 브라운이 맞다. ‘마일로’라는 소년과 ‘자일로토’라는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음반 ‘마일로 자일로토’의 세 번째 싱글. ‘마일로 자일로토’는 콜드플레이의 팬들 사이에서 가장 평이 엇갈리는 음반이기도 하다. 하지만 곡을 들어 본다면, 밴드의 창작력에 그저 감탄하게 될 것이다. 건조함과 화사함의 황금 비율 레시피.

‘돈 패닉(Don’t Panic)’ (from ‘패러슈츠’)
콜드플레이가 만개하기 전, 푸르렀던 어떤 순간. 현재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과는 결 자체가 다른 음악이다. 라디오헤드, 트래비스(Travis) 등 선배 록 밴드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곡. “내가 아는 모든 건 여기서 도망갈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우리 모두는 의지할 누군가를 두고 있으니까요.”

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
사진=워너뮤직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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