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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전에 저소득·저신용자 대책부터 내놔야”

중앙선데이 2016.11.27 00:54 507호 18면 지면보기
“일단 가계부채 속도는 줄겠지만, 질적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



이달 24일 정부가 발표한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 후속조치’에 대한 금융전문가 5인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은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빚의 총량보다 증가 속도를 위험 요인으로 판단한다. 한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8%로 1년 전보다 4.5%포인트 상승했다. 국제결제은행이 자료를 집계하는 42개 국가 중에서도 세 번째로 높다. 국내 경제규모에 견줘봐도 가계빚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얘기다.


금융전문가 5인의 제언

금융전문가들은 이번 후속대책으로 증가 속도는 한풀 꺾일 것으로 봤다. 부동산 경기 침체를 우려해 집단대출 규제를 꺼렸던 정부가 결국 부동산 카드를 내놨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가계부채 대책은 11월 3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의 연장선으로 보인다”며 “아파트 신규 분양을 받을 때 통상적으로 이뤄졌던 잔금 대출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집단대출이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가계부채 총량뿐 아니라 속도를 줄이는 데 적절한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부터 소득 증빙, 원금 분할 상환 등 잔금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집단대출 수요가 줄 수 있다”면서 “더욱이 앞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면 이자만 반영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달리 모든 대출 원금을 따지기 때문에 대출 받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후속 대책이 빚 증가 속도를 단기간 묶어두는 수준에 그칠 것으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저소득층이거나 사업자금·생계비 마련을 위해 소득 대비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다중채무자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다음달 미국 금리 인상 이후 국내 금리가 동반 상승할 때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봤다. 성태윤 교수는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는 것보다 상대적 고금리로 고통받는 저소득·저신용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춰주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며 “만약 이들이 제2금융권과 비제도권 금융기관으로 더욱 몰리면 빚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성인 한국금융학회장(홍익대 경제학 교수)은 채무자 입장에서 더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돈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올해 4월 기준)가 100만 명을 넘어섰고, 이들의 채무금액만 130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빚을 갚을 수 없는 저신용·다중채무자의 부채를 탕감하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한다”며 “이들이 하루빨리 경제활동에 복귀한다면 내수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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