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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담화에 미국 영향 미쳤나?

중앙일보 2016.11.30 10:29
박근혜 대통령이 '질서 있는 퇴진' 의사를 밝힌 29일 대국민 담화문에 미국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 시간으로 당일 새벽인 현지시간 28일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한국의) 정치적 시위와 관련한 보도를 봐서 내용을 알고 있다. 그것에 대해서는 집회 참가자와 한국 정부가 말하도록 두겠다”고 논평했다. 이어 “국민들은 당연히 정부에 대한 그들의 우려를 나가서 말할 권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미 정부는 한국의 정세혼란에 대해 “한미동맹은 중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혀왔다. 이 때문에 ‘국민의 권리’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미 정부의 내부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는 사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예고 없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배경에 미국의 입장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동맹이 수립된 후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에서 미국의 입장 변화가 중대한 정치적 결단을 이끌어온 전례들이 있다. 1960년 4월 19일 이승만 정권에 대한 전국적 시위로 유혈사태가 발생하자 월터 매카나기 주한 미국대사가 경무대를 방문해 “정당한 불만의 해결을 희망한다”고 요청했고, 대사관으로 돌아온 즉시 “학생들의 행동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곧바로 미 국무부는 “미 정부는 한국의 시위가 근래의 선거(3·15 부정선거)와 비민주적이고 강압적인 방법에 대해 품고 있는 국민들의 불안을 반영하는 사건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매카나기 대사는 4월 26일 아침 재차 경무대를 방문했고 이 대통령은 이날 하야를 선언했다.

87년 6·29 선언에도 미국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6월 10일 대통령 직선제 개헌과 전두환 독재 타도를 외치며 대대적 시위가 벌어지자 개스틴 시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방한해 당시 민정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노태우 당 대표를 24일 만났다. 기밀 해제된 미 국무부 문서에 따르면 시거 차관보는 노 대표에게 “미국은 한국 상황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면서도 “권력 이양은 반드시 평화적이어야 하며 한국정부는 보다 광범위한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5일 후 노 대표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수용하는 6·29 선언을 발표했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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