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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상·보통' 쌀에도 등급이?

중앙일보 2016.11.29 18:29
다음달 1일부터 이마트에선 특·상·보통으로 등급이 표시된 쌀만 살 수 있다. 쌀의 등급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정한 평가 항목을 기준으로 표면이 불투명하고 가루 모양인 낟알(분상질립)이나 색깔이 변했거나 손상된 낟알(피해립) 등이 얼마나 포함됐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양곡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1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쌀 등급제의 본격 시행은 내년 10월 13일부터지만 이마트가 처음으로 전면 도입했다. 이호정 이마트 양곡팀장은 “쌀 상품 경쟁력을 높여 줄어드는 쌀 소비를 촉진하고, 소비자에게 편의를 주기 위해 업계 최초로 등급제를 전체 백미 상품에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등급제가 본격 시행되면 쌀 브랜드화와 맞물려 쌀값 차별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예컨대 이마트가 내놓는 ‘한눈애 반한 쌀’은 특 등급으로만 출시하며 10kg 기준 가격이 3만6800원이다. 반면 상 등급으로 판매하는 ‘이맛쌀’은 20kg 기준 가격 3만5800원이다. 동일 중량으로 비교하면 가격이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

롯데마트의 경우도 다음달 중순 전체 백미를 대상으로 등급 표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상 등급이라고 해서 반드시 쌀값이 특 등급보다 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무농약·친환경 재배 쌀의 경우 더 고가일 수밖에 없지만 농식품부 평가 기준에 따르면 쌀의 모양 등이 고르지 않아 특 등급으로 판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단순히 등급만 표기하기 보단 재배지나 재배방법 등을 상세히 표시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 정부가 쌀 등급제를 시행한 건 2004년이다. 하지만 12년이 넘는 동안 등급제는 유명무실했다. 오랜 기간 ‘권고’ 사항으로 두고 의무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1년 들어서야 의무제로 바뀌었지만 역시 여러 예외 조항 탓에 유명무실했다. 등급을 매기지 않은 쌀(‘미검사’ 또는 ‘미표시’로 표기)도 유통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용했기 때문이다. 2013년 등급제는 더 후퇴했다. 농식품부는 시행규칙을 바꿔 1~5등급을 특ㆍ상ㆍ보통 3단계로 줄였다.

밥맛을 좌우하는 단백질 함량 표기(수ㆍ우ㆍ미 3단계)도 의무 조항에서 임의 조항으로 바꿨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쌀 대부분은 등급이나 단백질 함량을 제대로 표기를 하지 않은 쌀이다. 지난해 12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조사에 따르면 가운데 국내 유통 물량 가운데 73.4%가 ‘미검사’ 쌀이었다.

정부와 유통사에서 쌀 등급 표시제 활성화에 나섰지만 국제적으로 보면 한참 늦은 조치다. 일본과 대만의 경우 쌀 등급에 따라 값에 크게 차이를 두는 유통 체계가 이미 자리를 잡았다. 일본만 해도 전국 35개 지역의 특산품 쌀을 350㎜ 소형 페트병에 담은 ‘페트병 쌀’, 카레ㆍ초밥 등 용도에 맞는 다양한 품종 쌀을 캔에 넣어 파는 ‘캔 쌀’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김종훈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한우처럼 등급을 제대로 매겨 품질 좋은 쌀은 높은 가격에, 그렇지 않은 쌀은 적당한 가격에 팔아야만 지금의 쌀 소비 감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소비자는 물론 유통사, 농가 모두 함께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허정연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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