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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한국의 국정 공백 사태를 도발 적기로 오판할 수도"

중앙일보 2016.11.29 18:19
북한이 최순실 사태로 인한 남한의 국정 공백 상황을 군사적 도발 적기(適期)로 오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한국의 위험한 순간(A dangerous moment in Korea)’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은 현재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수주째 지속되고 있고, 미국은 때마침 정권 교체기”라며 “한반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로 추락했고, 여당 내 친박 국회의원들마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며 “북한의 독재자(김정은)와 군부가 남한의 정치적 혼란을 보며 지금이야말로 한반도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몰고 갈 때라고 오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내년 2월 예정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빌미 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 때마다 군사적 도발 위협을 해왔다.

북한이 미국 정권 교체기마다 핵 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신임 미국 대통령을 시험해왔다는 점도 WSJ는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북핵 관련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해도 무방하다”고 말하는 등 한반도 정책에서 발을 빼는듯한 발언을 한 것도 북한에 오판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신문은 “트럼프 당선인이 ‘한ㆍ미동맹 관계는 변함없다’고 물러서긴 했지만 북한 문제에 있어 전임 정부와 궤를 같이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날 사설에서 “미국 차기 정부는 한반도 상황을 면밀히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T는 “한국의 국정 공백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정책을 소홀히 할 경우 그 위기는 가늠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도 국익을 우선해 향후 행보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며 한국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촛불 시위와 관련, “평화적 시위ㆍ집회 권리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널리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 이를 지지해 왔다”고 밝혔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것(한국의 평화적 시위ㆍ집회 권리)이 한국, 한국 정부, 한국 국민에 대한 우리의 방위 약속을 조금이라도 바꾸지 않는다”며 “미국이 동맹 간 약속을 모두 지킬 것임을 분명히 하는 데서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분명히 한국은 굳건한 동맹이자 친구ㆍ파트너”라며 “동맹에 대한 약속과 한반도 안보에 대한 약속에서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채병건 기자,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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