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정교과서] 이재정 "불량교과서" 우동기 "교육감의 찬반은 잘못"

중앙일보 2016.11.29 17:40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조문규 기자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조문규 기자

교육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확인한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보수적 교육감들은 대체로 찬성했고 진보 교육감들은 대부분 반대했지만 중립적 시각을 보인 교육감도 있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은 “아이들에게 ‘불량 교과서’를 못쓰게 할 것이며 그래도 강행한다면 국정교과서 구입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불량 식품을 아이들에게 먹일 수 없듯이 불량 교과서를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육감은 29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정교과서 추진과정 자체가 용납할 수 없는 부당하고 불법한 반교육적 과정이었다”며 “집필진이 누구인지 집필 목적이 무엇인지 모두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깜깜이' 작업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언급(국가권력)에서 시작돼 교육의 중립성과 전문성 훼손 ▶다시 유신시대로 가자는 이른바 역사교과서의 시대역행 ▶대학 역사학 교수와 고교 역사 담당 교사들의 반대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부(교육부)가 강행하면 장관 퇴진운동도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내 중·고교 중에서 국정교과서를 신청한 학교는 중학교 623개교 중 24곳, 고교는 471개교 중 397곳이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육감은 “내용도 모르고 행정명령만으로 신청한 것으로 안다”면서 “중학교의 경우 예산집행을 안 할 것이고, 고등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면 학부모 스스로 불매운동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검인정 교과로도 충분한 교육이 된다”며 “다만 다른 지역의 대체교과서가 마련된다면 같이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장휘국 광주광역시교육감은 “국정 교과서는 왜곡ㆍ축소와 누락, 친일과 독재의 미화로 얼룩졌다.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육감은 “95% 이상의 역사 교사, 90% 이상의 역사학자가 반대하는 국정화를 역대 최저인 국민 지지율 4% 정권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것은 심각한 역사의 퇴행”이라며 “광주시내 전체 90개 중학교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며 교과서 대금 미지급과 구입 대행업무 거부 등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국정교과서를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도내 중학교 중 내년에 1학년 과정에서 역사를 채택한 곳이 아무도 없다”며 “고등학교는 30개교 중 17개교가 역사를 선택했는데, 검인정 교과서를 쓰는 방향으로 하겠다. 지금도 검인정 교과서가 발행되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 쓰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4ㆍ3항쟁에 대한 기술이 내용과 분량면에서 크게 후퇴했기 때문이다.

이청연 인천시교육감도 “국정 역사교과서가 교육 현장에 적용되지 않도록 한다는 게 기본방침”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일선 학교와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위촉한 22명의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교사들에게 검토에 참여하지 말하고 요청했다. 이 교육감은 “교육부가 국정교과서를 강행한다면 내년도 중ㆍ고교 1학년 역사 교육을 다음해(2018년)로 늦추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며 “현행 교과 수업은 졸업 이전에 특정 교과목을 이수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울산과 경북교육감의 경우 이번 국정교과서에 찬성했다. 해당 지역 시민단체들은 교육감 퇴진 운동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복만 울산교육감은 전날 주례 간부회의에서 “국정이든 검정이든 단일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실에 입각해 기술하고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하나의 통일된 교과서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교의 경우 한국사 8종 검정교과서가 있는데 다양한 역사관을 가진다는 취지를 못 살리고 오히려 오류와 이념적 편향 문제가 발생했다”며 “국정교과서를 검토해 문제가 없으면 못쓰게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가치중립적인 개념을 가르쳐야 하는데 가치 판단은 대학 가서 해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영우 경북도교육감도 “교육부의 지침을 따르겠다”고 수용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교재 선택 권한은 기본적으로 교육청 재량이 아닌 개별 학교의 권한”이라며 “개인적으로 현대사 집필진이 6명이고 역사 전공자가 1명뿐이라는 지적도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역사 전공자가 정치ㆍ경제 등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교과서는 여러 집필진이 참여하는 만큼 객관적으로 기술되고 정확하다고 본다. 교육부가 국정과 검ㆍ인정 혼용 방안을 검토하는 만큼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대구의 경우에는 중립적인 입장이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교육감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다”며 “교육감의 국정교과서 찬반 여부에 따라 정치적 이념이 결정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과서 선정은 개별 학교와 교사들의 권한이며 교육감이 찬반 입장을 표명해 개별 학교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대구는 개별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4일 세종시에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추진중단 및 폐기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채택한 것과 다른 행보여서 입장 번복이라는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수원ㆍ광주ㆍ제주ㆍ인천ㆍ울산ㆍ경북ㆍ대구=임명수ㆍ김호ㆍ최충일ㆍ김민욱ㆍ최은경ㆍ김윤호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