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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70억원 묵인 의혹에 검찰 "자금 자체 몰랐다"

중앙일보 2016.11.29 17:20
서울 롯데호텔 전경. 조문규 기자

서울 롯데호텔 전경. 조문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추가로 요구해 받은 70억원(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과 관련해 검찰이 “롯데 총수일가 비리사건 수사팀에선 이 돈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70억원’의 존재를 적극 규명하지 않고 넘어간 데에는 특별한 배경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로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29일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 국정농단 사건이 부상하기 전인 지난 6~7월 롯데그룹 수사팀이 광범위한 자금추적을 통해 ‘70억원’의 존재를 파악하고도 청와대의 지시하에 그냥 넘어간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14일 청와대에서 신 회장을 만나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75억원을 추가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당시는 검찰이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에 대한 내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 사업은 최씨가 지난 1월 자신의 회사인 ‘더블루K’를 설립한 뒤 이익창출 사업(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으로 기획한 것이었다. 이후 롯데그룹은 물밑 협상을 한 끝에 6개 계열사를 동원해 5월 25~30일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송금하는 선에서 ‘거래’를 마무리 지었다.

문제는 돈을 되돌려준 시점이다. 검찰은 지난 6월10일(1차)과 14일(2차) 두 차례에 걸쳐 롯데그룹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런데 이 70억원은 검찰의 1차 압수수색 직전(6월 9일)에 돌려주기 시작했고, 13일 모든 계열사가 돈을 돌려받자 검찰은 2차 압수수색에 나섰다.

기업 사건 전문 변호사는 “압수수색 직전 돈을 돌려준 것도 이상하고, 검찰이 이 자금의 존재를 규명하지 않은 것도 뭔가 석연치가 않다”며 “검찰의 수사내용과 청와대의 롯데 압박 내용(70억원 추가요구)를 동시에 아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당시 사정업무를 총괄한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개입 가능성에 주목한다. 우 전 수석은 이번 국정농단 사건을 묵인ㆍ방치하거나 배후에서 검찰에 이를 지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여있다. 지방의 한 차장검사는 “특검에서 K스포츠재단이 롯데측에 70억원을 돌려준 경위와 수사정보 유출 및 비리 묵인 가능성 등 제기된 의혹 전반을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검찰 관계자는 “당시 롯데 계열사의 법인계좌를 포괄적으로 추적하지 않아 70억원의 존재를 몰랐다”며 “정상적인 법인 기부금으로 나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추적하고 있던 ‘뇌물’과는 성격이 다른 돈이었다”고 해명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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