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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 여사 숭모제' 고성·막말로 아수라장 "생일잔치에 왜 빨갱이가 설쳐"

중앙일보 2016.11.29 16:59
29일 오후 충북 옥천군 옥천읍 관성회관에서 열린 육영수 여사 탄생 91주년 숭모제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옥천국민행동` 회원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옥천=프리랜서 김성태

29일 오후 충북 옥천군 옥천읍 관성회관에서 열린 육영수 여사 탄생 91주년 숭모제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옥천국민행동` 회원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옥천=프리랜서 김성태

29일 오전 10시 충북 옥천군 옥천읍 관성회관. 박근혜 대통령의 모친인 고 육영수(1925~1974) 여사 탄생 91주년을 축하하는 숭모제를 앞두고 친박(친 박근혜) 단체 회원과 행사를 반대하는 단체간 고성이 오갔다. 육 여사 숭모제를 반대하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옥천국민행동’ 회원들이 “이 시국에 대통령 모친 숭모제를 여는 게 맞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친박 회원들은 “왜 남의 잔칫집에 와서 고춧가루를 뿌리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독재자의 딸 박근혜를 구속하라’는 글귀가 써진 1인 시위자의 피켓이 몸싸움에 부서지는가 하면 욕설과 막말이 1시간 여 동안 계속됐다. 시민단체 20여 명이 “군민 세금이 들어가는 육영수 탄신 숭모제를 즉각 중단하라”고 외치자, 친박 단체는 “대한민국 만세”와 애국가를 부르며 맞불을 놨다.
육영수 여사 숭모제 예산지원 중단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1인 시위자에게 친박단체 회원이 반발하고 있다. 옥천=프리랜서 김성태

육영수 여사 숭모제 예산지원 중단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1인 시위자에게 친박단체 회원이 반발하고 있다. 옥천=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옥천에서 2006년부터 해마다 열렸던 육영수 여사 숭모제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아수라장이 됐다. 육 여사 숭모제 예산 지원을 중단하라는 시민단체와 자원봉사에 나선 친박단체간 승강이는 1시간 정도 이어졌다. 지난 14일 경북 구미시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숭모제에서 반발 시위가 일었던 것과 같은 모습이다.

옥천국민행동은 기자회견에서 “육영수 탄신 승모제에 군민 혈세를 지원하는 옥천군의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국민의 삶을 도탄에 빠뜨린 박근혜라는 '정치 괴물'의 외가로 옥천이 언급되는 것에 말할 수 없는 수치심과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친박회원들은 호루라기를 불거나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현장에선 “대통령이 뭘 그리 잘못했냐. 나가 살아라. 빨갱이 나라가 되게 생겼다”는 격한 발언도 들렸다.
육영수 여사 숭모제 예산지원 중단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1인 시위자에게 친박단체 회원이 반발하고 있다. 옥천=프리랜서 김성태

육영수 여사 숭모제 예산지원 중단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1인 시위자에게 친박단체 회원이 반발하고 있다. 옥천=프리랜서 김성태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이날 숭모제는 단출했다. 지난해까지 탄신제례와 함께 관악단 공연까지 1·2부로 나뉘어 1시간30분간 진행됐지만 올해는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약 40분 만에 끝났다. 참석자도 예년 900여 명에서 올해는 육씨 종친과 친박단체 회원 등 100여 명으로 줄었다. 행사에 참석한 친박단체는 박해모(박근혜를 사랑하는 해병들 모임)·박사모(대한민국 박사모 가족 중앙회) 등이다. 내빈석에 초대된 옥천군수 등 이 지역 기관ㆍ단체장들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승룡 옥천문화원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악화한 국민 여론을 고려해 외부인사 초청을 최소화하고 문화공연과 기념행사 등을 모두 취소했다”고 말했다.
육영수 여사 탄생 91주년 숭모제가 열린 충북 옥천 관성회관 객석이 비어 있다. 육영수 여사 숭모제

육영수 여사 탄생 91주년 숭모제가 열린 충북 옥천 관성회관 객석이 비어 있다. 육영수 여사 숭모제

육 여사는 옥천읍 교동리에서 태어났다. 육씨 종친과 옥천지역의 사회단체는 육 여사가 서거한 8월 15일과 생일인 11월 29일 추모제와 숭모제를 개최해 왔다. 2010년부터 옥천문화원이 사업을 넘겨받아 군 예산 700만원을 들여 탄신제례와 문화공연, 사진 전시회 등으로 진행했다. 옥천군은 2011년 37억5000만원을 들여 육 여사 생가를 복원하기도 했다.

오대성 옥천국민행동 상임대표는 “박 대통령 외가라는 자부심이 강했던 지역 정서를 고려해 숭모제 개최를 참아왔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숭모제 예산 지원 중단과 함께 육 여사와 관련된 옥천군 전통문화체험관 조성 사업도 반대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옥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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