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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20% 하락하면 '전염적 뱅크런' 우려"

중앙일보 2016.11.29 11:10
※금융권 손실액=보유 부동산을 70% 가격에 팔고 모든 자산을 빚 상환에 써도 갚지 못하는 금융대출 규모 자료:국회예산정책처

※금융권 손실액=보유 부동산을 70% 가격에 팔고 모든 자산을 빚 상환에 써도 갚지 못하는 금융대출 규모 자료:국회예산정책처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20% 급락하면 금융권 손실액이 최대 28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사실상 1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9일 '주택가격 변화가 가계부채와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러한 내용의 가계부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1년 간 전국 주택 가격이 평균 13.1%(서울은 14.9%) 하락했음을 감안해, 주택 가격이 2015년 기준으로 20% 급락한다면 그 영향이 어떠할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보유한 고위험 가구가 모든 자산을 팔아도 갚지 못하는 금융권 대출 규모가 최대 28조8000억원에 달했다. 부채 상환을 위해 보유한 부동산을 현재가의 70% 수준에 처분하고 금융자산을 모두 빚 갚는데 쓴다고 가정한 결과다. 만약 주택가격 하락폭이 수도권의 10%, 지방은 20%로 차이가 난다면 금융권 손실액은 24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 규모의 대출을 떼인다고 해서 당장 국내 은행이 휘청거리게 되는 건 아니다. 28조8000억원의 손실을 가정했을 때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0%포인트 하락해 11.94%에 달한다.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 비율은 10%를 넘으면 금융감독원 1등급 기준에 해당한다.

문제는 주택가격 하락이 기업의 부실과 결합될 때다. 대기업의 부실이 발생하면 국내 은행의 BIS 비율은 평균 0.9% 하락한다(한국은행 2014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따라서 주택가격이 20% 급락하면서 대기업이 동반 부실화하는 복합충격이 존재한다면 전체 은행권의 BIS비율은 11%로, 이 중 특수은행은 9.6%로 떨어진다. 시중은행이나 지방은행은 괜찮지만 특수은행(농협·수협·기업·산업은행)의 안정성이 흔들리게 된다.

현영진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복합충격 발생시 특수은행을 중심으로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다른 은행으로까지 전파되는 전염적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불황일 땐 부동산 시장뿐 아니라 다른 시장까지 동반침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나리오를 배제할 순 없다는 지적이다. 현영진 분석관은 "주택가격 하락시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는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춰서 서민금융과 채무조정 등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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