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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식물 교과서’

중앙일보 2016.11.29 02:21 종합 1면 지면보기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국정교과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임현동 기자]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국정교과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임현동 기자]

교육부가 28일 공개한 국정 역사 교과서(일명 올바른 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조선 개항 이후) 비중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부는 당초 논란이 많던 근현대사 부분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번에 지켜지지 않았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서술도 종전 검정교과서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 본지는 이날 한국교총 소속 교사·교수들과 함께 국정 역사 교과서(중학교 ‘역사’ 1·2권,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분석했다. 이날 공개된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연표 등을 제외한 전체 293쪽 중 133쪽(45%)이 근현대사다. 교육부는 그동안 “현대사의 경우 역사의 당사자와 직계후손이 살아 있어 논란이 된다는 비판이 있다”며 “근현대사 비중을 낮춰 40% 이하로 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또한 전체 교과서 분량이 400쪽 내외였던 검정과 비교해 국정은 100쪽 이상 줄어들었지만 이번에 공개된 국정교과서에서 박정희 정권에 대한 서술은 기존 검정교과서인 금성·지학사 등의 두 배인 9쪽이 됐고 긍정 평가도 대폭 늘었다.

정부,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박정희 긍정 평가 대폭 늘려
근현대사 축소 약속 안 지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학계의 권위자로 집필진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사 집필 교수 6명 중 역사학자는 단 한 명(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 전공)으로 집계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현대사 집필자 중 4명이 뉴라이트”라며 “평향된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를 당장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집필 책임자인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현대사는 연구의 역사가 일천해 전문가가 나눠 집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다음달 23일까지 인터넷 홈페이지(historytextbook.moe.go.kr)에서 현장 의견을 수렴해 교과서 내용은 물론 국정화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로선 반대 의견이 많아 국정교과서만 학교에 보급하는 방안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서울에선 국정교과서 검토 자체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국정 시행을 1년 유예해 2018학년도부터 시행하거나 국정과 검정을 혼용해 교과서 선택권을 학교에 맡기자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시장 자율에 맡겨 질 나쁜 교과서가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 고 말했다.

글=윤석만·박형수 기자 sam@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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