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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경제성과 4.5쪽 기술, 부작용은 반쪽

중앙일보 2016.11.29 02:16 종합 2면 지면보기
28일 공개된 국정 역사 교과서(올바른 역사 교과서)는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검정교과서에 비해 20% 정도 분량이 줄었다. 그러나 주변국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한 서술이나 전후 경제발전 관련 내용 등은 오히려 늘었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강조하거나 북한에 대한 비판적 서술도 강화됐다.

5·16 군사정변, 박정희 독재도 기술
노동자 희생, 환경 오염 등 지적
경제발전 이끈 이병철·정주영 등장

국정교과서는 1948년을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고 서술했다. 기존 검정교과서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기술한 것과 비교된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독립유공자단체인 광복회는 이날 “‘3·1 운동으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현행 헌법정신을 정면에서 위배하는 것”이라며 집필진과 교육부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기하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친일파들에게 면죄부를 주게 된다는 게 반대 논리다.

고대사에서 통일신라와 발해가 양립된 시대는 고교 교과서에서 ‘남북국시대’로, 중학교 교과서는 ‘통일신라와 발해’로 기술됐다.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려가 세워지기 전까지를 남북국시대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학계 주류다. 그러나 일부 보수 성향의 학자들은 “남북국시대란 용어가 현 상황을 제2의 남북국으로 보게 하고 북한 정권을 인정한다”며 반대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교과서에 두 학설을 모두 소개하는 자료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5·16은 군사정변으로, 박정희 정부는 ‘독재’로 명확히 기술된 반면 경제발전 성과에 대한 서술이 크게 늘었다. 최효성 유신고 교사는 “고교 한국사의 경우 분량이 400쪽에서 315쪽으로 줄었는데 박정희 정부의 경제발전 내용은 3~4쪽에서 4.5쪽으로 오히려 2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한일협정도 지금까지는 일본의 사과나 배상, 굴욕적 외교 등에 초점을 맞춰 가르쳤는데 이번엔 일본 차관 액수와 경제적 효과가 강조된 게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국정교과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 경부고속도로 건설, 새마을운동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경제발전을 이끈 기업인으로 유일한·이병철·정주영 등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부작용은 노동자의 열악한 작업 환경, 환경 오염 등을 반쪽 분량으로 다뤘다. 현대사 집필자인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가 경제성장을 이룩했다는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사 집필자인 김낙년 동국대 교수도 “경제 고도성장 과정에서 기업가의 역할을 조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경제성장의 폐해에 대해 제대로 다루지 않아 문제가 많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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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친일 미화’를 우려한 것과 달리 친일 인사 이름을 열거하고 최남선의 친일 행위는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검정교과서의 왜곡 논란이 있던 북한 부분은 크게 바뀌었다. 6·25전쟁은 북한의 남침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도록 썼고 북한 토지 개혁도 “북한 주민의 지지를 받았다”는 내용 대신 “집단 농장화의 전 단계”라고 비판했다.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사건은 북한이 저질렀고 우리의 피해가 컸다는 내용을 자세히 썼다.
 
국정교과서 집필진 31명
■선사·고대 (대표집필 신형식 교수)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국사편찬위가 낸 『한국사』 의 삼국사 분야 편찬 위원으로 참여

최성락 목포대 고고학과 교수. 한국고고학회 회장 역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서영수 단국대 명예교수. 발해 역사 연구. 발해를 ‘동아시아의 중핵국가’라 평가

윤명철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 해양·대륙·반도를 하나의 역사권으로 파악하는 ‘해륙사관’강조

우장문 경기도 대지중학교 수석교사

■고려 (대표집필 박용운 교수)

박용운 고려대 명예교수. 고려사에 정통한 원로 학자. 고려의 정치제도사. 귀족제 연구

이재범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국정화 찬성론자.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부편수원 역임. 통일신라 연구

고혜령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 국사편찬위원회 편사부장 역임

김주석 대구 청구고 교사

유경래 경기도 대평고 교사

■조선 (대표집필 손승철 교수)

손승철 강원대 사학과 교수. 조선후기 한·일 관계사 연구 분야 대표적인 학자

이상태 국제문화대학원대학 석좌교수.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실장 역임

신명호 부경대 사학과 교수. 『조선공주실록』 『궁궐의 꽃 궁녀』 등 집필. 조선 왕과 왕실 문화 연구

정일화 전 강원 평창고 수석교사

■근대 (대표집필 한상도 교수)

한상도 건국대 사학과 교수. 국사편찬위원 역임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 소장. ‘이승만 포럼’에서 ‘청년 이승만과 상투자르기’ 주제 발표

김권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숭실대와 중앙대 전임 연구원 역임

최인섭 충남 부성중 교장

황정현 충남 온양한올중 교사(현대사도 집필)

■현대 (대표집필 없음)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법학 전공. 올해 7월 북한인권단체 세미나에서 흡수통일 주장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교학사 교과서 옹호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자유경제원 이사. 경제사학회 이사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현재 낙성대경제연구소장. 식민지 경제 연구 권위자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현대사학회 참여. 한국정치외교사학회 부회장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한국현대사학회 참여. ‘ 교과서 군 관련 왜곡 실태 연구’

■세계사 (대표집필 이주영 교수)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 역사학회 회장. 한국아메리카학회 회장 역임

허승일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서양사연구회 회장 역임

정경희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아산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윤영인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펜실베이니아대 역사학과 졸업. UCLA 동양문화 석·박사 학위.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

연민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동북아역사재단 역사연구실장

황진상 서울 광운전자고 교사


남윤서·백민경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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