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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청와대 입성 뒤 최·김·차 만남…‘검은공생’시작됐나

중앙일보 2016.11.29 02:03 종합 6면 지면보기
최순실 국정 농단 2014년 골프장서 무슨 일이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정 농단’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최순실(60·구속 기소)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최씨 등의 공소장에 적시한 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가 저지른 여러 범행의 공범이라면 김 전 비서실장과 우 전 수석은 배후와 측면에서 도와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차은택(47·구속기소)씨 측 김종민(50) 변호사는 지난 27일 “차씨가 2014년 6~7월 청와대 내 비서실장 공관에서 김 전 실장을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정성근 전 문체부 장관 내정자와 같이 만났고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76) 삼남개발 회장과는 그해 6월께 골프 회동을 했다”고 공개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당시 차씨를 만난 건 사실이나 독대했고 신언서판이 어떤지 한번 만나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로 만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세 사람 함께 골프 친 뒤 대화서
최순실 “차은택 많이 도와달라” 부탁
우병우 장모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하지만 김 변호사는 28일 다시 “차씨는 당시 최씨가 ‘내가 이야기를 해놨으니 비서실장한테 가면 무슨 이야기를 할 거다’고 해서 갔다. 최씨가 공관 위치를 알려줘 공관 입구에서 정 전 내정자, 김 전 차관을 만나 같이 들어갔고 차씨를 (세 사람에게) 소개시켜 주는 성격의 자리였다”고 폭로했다. 그 만남이 각종 문화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최씨가 김 전 비서실장 등에게 차씨를 소개하는 성격이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씨는 같은 해 4~5월 고영태(40) 더블루K 이사의 소개로 만난 차씨와 향후 실행할 문화사업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최씨가 차씨를 정부 요직에 심기로 하고 박 대통령에게 부탁해 김 전 실장의 ‘비공식 사전 면접’을 보게 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의 지시로 차씨를 면담했다”고 한 것과 맥이 통한다. 실제로 차씨는 공관 면담 1~2개월 뒤인 그해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

이후 최씨는 차씨와 함께 계획한 사업들을 실행에 옮겼다. 이듬해 2월 포스코 광고계열사인 ‘포레카’ 강탈 시도가 대표적이다. 최씨와 차씨가 자신의 측근들을 KT 광고 담당 임원으로 채용하게 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이들은 이 채용 계획을 대통령에게 요청해 성사시켰고, 최씨의 실소유 업체 플레이그라운드는 KT 광고 68억여원어치를 수주했다. 결국 최씨와 차씨의 문화·광고계 이권 개입이 ‘최순실→대통령→안종범(57·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거쳐 이뤄졌다면 배경엔 김 전 실장의 묵인·협조가 있지 않았느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우 전 수석도 최씨의 요청에 따라 차씨를 ‘비호’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변호사는 “최씨가 2014년 6월 차씨, 김장자 회장, 이화여대 교수 등과 기흥CC에서 골프를 친 후 최씨가 김 회장에게 차씨를 가리키면서 ‘많이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고 28일 주장했다.


이에 김 회장은 ‘당연히 도와드려야죠’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이 시기는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임명(2014년 5월)된 직후였다. “최씨와 김 회장은 이미 친분이 있었고, 당시 라운딩은 차씨를 김 회장에게 소개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다. 당시는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이 결정되거나 입성한 직후다. 김 회장이 사위를 챙겨준 최씨에게 감사의 뜻으로 골프 모임에 초대했을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우 전 수석은 9개월 뒤인 2015년 2월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 이 같은 ‘초고속 승진’의 배경에 최씨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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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전 수석이 재임 시절 최씨·차씨 관련 비리를 덮어줬다는 의혹도 이들의 ‘상부상조 공생관계’ 가능성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올해 4~5월 차씨의 비리를 알면서도 조사를 중단시키고 이석수(53) 전 특별감찰관이 미르·K스포츠재단 비리 내사에 들어가자 민정수석실 조사를 핑계로 무마했다는 등의 내용이다.

윤호진·손국희·송승환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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