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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한국, 경제·안보 중대 시기에 지도자 부재 혼란 빠져”

중앙일보 2016.11.29 01:45 종합 10면 지면보기
“4년 전 한국의 재벌 구조를 바로잡겠다고 정권을 잡은 박근혜 대통령이 현재 재벌로부터 막대한 돈을 갈취했다(extort)는 혐의를 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한국이 복합적 위기(compounded crisis)에 빠졌다며 보도한 기사의 첫 문장이다. FT는 28일 아시아판에 한 면 전체(사진)를 털어 심층 분석 기사를 싣는 ‘빅 리드(Big Read)’ 코너에 “경제성장률 둔화, 안보 위협 증대 등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시기에 지도자가 부재한 한국은 혼란에 빠졌다”고 전했다. 기사의 큰 제목은 ‘박의 투쟁(Park strife)’이었다.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Mein Kampf)』을 연상케 하는 제목이다. 기사는 박근혜 대통령 스캔들과 관련해 삼성부터 롯데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대기업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상황도 보도했다.

심층기획 ‘빅 리드’ 1개 면 특집
“박 대통령 재벌 갈취 혐의 받아”

FT는 “박 대통령이 국민의 사임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안보 위협, 고령화되는 인구 문제, 재벌 개혁, 가계부채 급등 등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시기지만 한국은 대통령이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4%로 추락했다면서 “이는 역대 동아시아 국가(east Asian nation) 지도자 중 최저”라고 소개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총체적인 위기(total crisis)에 빠져 있다”며 “정치적·지정학적·경제적 위기가 서로 얽힌 가운데 균열을 봉합하거나 사회를 이끌 리더십이 없다”고 말했다.

FT는 “박 대통령이 비틀거리면서도 자리를 유지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청와대에 있는 한 기소로부터 자유롭고 탄핵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번 스캔들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불행 중 그나마 한줄기 희망(silver lining)은 한국에 위기는 낯선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라며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탄생한 한국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20여 년 만에 중대한 기로에 섰다”고 전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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