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성택 숙청 결심한 삼지연 또 찾은 김정은

중앙일보 2016.11.29 01:36 종합 18면 지면보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양강도 삼지연을 방문했다고 노동신문이 28일 전했다. 북한은 지난 9월 이곳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상을 건립했다. [노동신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양강도 삼지연을 방문했다고 노동신문이 28일 전했다. 북한은 지난 9월 이곳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상을 건립했다. [노동신문]

백두산 일대 삼지연은 북한이 ‘혁명의 성지’로 선전하는 곳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중대 결심을 할 때 삼지연을 찾곤 했다. 2013년 11월 30일 김정은은 이곳을 현지지도 명목으로 찾은 뒤 측근 8명과 함께 회합을 하고 고모부 장성택 숙청을 결정했다. 이른바 ‘삼지연 회합’이다. 여기 참여한 ‘삼지연 8인방’은 김정은 시대의 신진 세력으로 등장했다.
 
추천 기사

집권 5년 차 중대 결정 앞둔 것 암시
트럼프 정부 출범 전 도발 가능성도

그런 삼지연을 김정은이 다시 찾았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정은이 삼지연을 방문해 “여러 부문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전했다. 2013년 11월 당시와 판박이 상황이다. 이번에 동행한 이들은 최용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용수 노동당 중앙위 부장으로, 2013년 삼지연 8인방보다는 단출했다.

김정은의 이번 방문은 3대 세습 구도 공고화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풀이된다. 시점이 우선 그렇다. 김정일의 사망 5주기인 12월 17일을 목전에 둔 데다 북한은 내년을 김일성 출생 105년, 김정일 출생 75년,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지 5년이 되는 해로 대대적인 우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김일성 일가를 ‘백두산 위인’으로 부르며 내년 8월 ‘백두산 위인 칭송대회’를 열겠다고도 선언했다. 김정은의 이번 삼지연 방문 목적엔 이런 사업의 사전 점검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영 매체들도 김정은이 김정일 동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거나 “갈리신(갈라진) 음성으로” 김정일을 추모했다고 강조했다.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 통일전략실장은 “한국 정치인들이 현충원을 찾아 결의를 다잡듯 김정은은 삼지연을 방문해 왔다”며 “이번에도 자신의 혈통을 강조하면서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음을 시사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또 삼지연군 문화회관, 삼지연 학생소년궁전 등을 찾아 주민들과 사진을 찍으며 애민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도 부각시키려 했다.

2013년 때처럼 김정은이 이번 방문을 계기로 추가 도발 등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다른 곳도 아닌 삼지연을 방문했다는 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김정은이 구두끈을 고쳐 매고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