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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란

중앙일보 2016.11.29 01:00 종합 26면 지면보기
중앙일보 <2015년 7월 27일자 34면>
정치 철밥통 위한 의원 정수 확대는 무리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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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26일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69명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지역구 의원 246명을 유지하고 비례대표를 현행 54명에서 123명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소선거구제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연동시켜 지역주의를 해소하고 군소정당의 진입장벽을 낮추자는 게 혁신위의 설명이다.

취지는 근사하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지난 2월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안도 같은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면서 지역구를 20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명으로 늘리는 게 핵심이었다. 야당의 문재인 대표도 2012년 대선 때 선관위와 똑같은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안철수 의원은 한술 더 떠 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줄이자고 주장했다. 그런 야당에서 갑자기 혁신위의 이름으로 의원 정수를 대폭 늘리자고 나서니 이런 모순이 없다.

야당 혁신위의 비례대표 확대 주장은 논리적으로 타당성이 없지 않다. 국내 정치학자들 상당수도 같은 주장을 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그런 생각이 쑥 들어간다.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싸고 거액의 검은돈이 오가고, 개혁·전문성 대신 당 대표 구미에 맞는 인사들이 배지를 다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렇게 입성한 비례대표 상당수는 지역구 공천을 노려 ‘3류 정치꾼’이자 거수기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진정 비례대표를 늘리고 싶다면 계파공천·돈공천부터 없애고 자질과 인품을 갖춘 인재를 영입하는 게 먼저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비례대표는 늘리면서 지역구 의석은 그대로 두겠다는 발상이다. 혁신위는 지역구 의원들이 반발하니 의석수를 건드리기 힘들다고 설명했지만 뒤집어 말하면 ‘제 살 깎기’는 안 하겠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정치의 ‘철밥통’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유례없는 저성장·청년실업에 신음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또한 우리 헌법이 의원 정수를 ‘200인 이상’으로 정한 것도 300명은 넘지 말아야 한다는 깊은 뜻이 깔려 있음을 읽어야 한다.

혁신위도 비판 여론을 의식했는지 “의원 정수가 늘어도 국회 총예산은 현행 300명이 받아 온 규모를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뜬구름 잡는 얘기다. 200개가 넘는 특권 가운데 자발적으로 내려놓은 건 하나도 없는 의원들이 스스로 세비를 낮춰 받을 가능성을 어떻게 믿으라는 것인가.

국민 10명 중 8명이 국회를 믿지 않는다고 할 만큼 정치 불신이 심각하다. 당리당략과 기득권 수호에 혈안이 돼 식물국회와 장외투쟁으로 일관해 온 의원들의 자업자득이다. 이런 마당에 혁신위가 의원 특권 폐지와 생산성 향상같이 진짜 필요한 혁신은 제쳐 둔 채 의원 숫자부터 늘리자고 주장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제대로 혁신하려면 고통 분담과 제 살 깎기가 우선이다. 우리보다 인구가 6배 많은 미국도 의원 수는 상·하원 합쳐 535명 선에 불과하다.

 
한겨레 <2015년 7월 28일자 31면>
정치개혁 위해서라도 국회의원 늘릴 필요 있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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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69명으로 늘리자는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 제안을 계기로 의원 정수 논쟁이 불붙고 있다.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 반대지만 의원들의 속내는 복잡한 듯하다. 새정치연합 안에서도 이종걸 원내대표는 적극 찬성인데 문재인 대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국회의원 정수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야당 내부에선 ‘혁신위가 왜 이런 민감한 문제를 꺼내 쟁점을 만드느냐’는 볼멘소리도 있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재획정을 진행 중인 지금 시점에 이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비례대표 확대와 의원 정수 조정은 또다시 몇 년 뒤로 미뤄질 것이다. 지역 갈등을 줄이고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의회로 수렴하기 위해선 비례대표를 대폭 확대하는 게 맞다. 정치개혁을 위해서라도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이미 학계와 시민단체 사이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이런 차원에서 야당 혁신위의 제안을 의원 정수와 선거제도 개편을 국회에서 적극 논의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언론에선 국민 여론을 빌미 삼아 혁신위 제안을 깔아뭉개고 ‘차라리 의원 수를 줄이자’는 식의 포퓰리즘적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불신이 매우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국회 무용론 또는 축소론을 주장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국민 불신이 높을수록 국회가 민의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옳다. 비례대표 확대와 의원 정수 증원은 그런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일부에선 미국(하원 435명)과 비교해 우리나라 의원 수가 인구 규모에 비해 너무 많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 인구는 3억 명이 넘기에 단순 비교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 인구·경제 규모가 비슷한 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의원 한 사람이 대표하는 인구수는 오히려 우리가 훨씬 많다. 우리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지표는 의원 1인당 보수와 국민 1인당 부담액이다. 따라서 의원들에게 제공하는 세비와 각종 특권을 줄이고 그 대신 의원 수를 늘리는 게 국민 대표성을 높이고 민의를 수렴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의원 정수 확대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일이다. 눈앞의 여론에 기대 무조건 의원 수를 줄이라고만 할 게 아니라 의석 확대를 위해 국회가 할 일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따져보길 여야 모두에 권한다.
 
논리 vs 논리
의원 숫자보다 기능 정상화 먼저 vs 국회 힘 더 커져야 행정부 견제
지난 14일 대진고 학생들이 국회의원 정족수 확대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을 토대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지난 14일 대진고 학생들이 국회의원 정족수 확대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을 토대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국회의원 한 사람이 대표하는 인구수가 너무 많습니다. 국회의원 숫자가 부족해 국민의 다양한 뜻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야 합니다.”(이지호군)

“국회의원을 늘려야 한다고요? ‘존경받는 직업’에 대해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십시오. 국회의원이 꼴찌입니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회의원의 숫자만 늘린다고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될 거라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주의가 아닐까요?”(고정현군)

지난 14일 서울 노원구 대진고 1학년 6반 학생들이 사회 교과 교실에서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5, 6교시 블록타임(2시간 연강)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 수업의 교재는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공동 제작 지면인 ‘사설 속으로’다. 지난해 국회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69명으로 늘리자는 제안이 있었고, 이에 대해 중앙일보 사설은 ‘정치 철밥통을 위한 의원 정수 확대는 무리다’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실었다. 반면 한겨레 사설에는 ‘국회가 민의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의원 정수 증원을 고려해야 한다’는 찬성 견해가 담겼다.

토론 수업을 진행한 이성권 사회 교사는 “우리 사회의 여러 현안 중 시시비비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찬성과 반대 입장이 토론을 거쳐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찾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공동기획 ‘사설 속으로’는 같은 사안에 대해 이렇듯 명확하게 찬반이 갈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훌륭한 토론 교재”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본격 찬반 토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세 가지 소주제를 제시했다. ‘국회의 기능이 무엇인가’ ‘선거구제의 종류와 바람직한 선거구제는’ ‘국회가 신뢰를 잃은 원인은 무엇인가’다. 이 교사는 “평소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에 대해 무작정 토론하라고 하면 학생들이 막연하게 느껴 일반적인 잡담 수준의 이야기만 오갈 수 있어 주제를 세분화해 토론 준비 겸 학습의 기회를 먼저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소주제에 맞춰 세 개의 모둠으로 나눠 앉았다. 소주제 해결에 필요한 세부 내용은 모둠별로 한 대씩 주어진 노트북 컴퓨터를 활용해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신문과 교과서 등을 뒤져 찾았다. 학생들은 “국회의원은 연봉이 얼마야”라는 단순한 호기심부터 “중앙일보 사설에서는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기보다 특권을 폐지하라는데 국회의원의 특권은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느냐”는 궁금증에 대한 답들을 인터넷과 신문을 바쁘게 들춰보며 찾아냈다. 교사는 학생들이 잘못된 정보를 찾거나 논의가 특정 학생 위주로 진행될 때만 개입해 정보를 바로잡아 주고 여러 학생의 의견이 오갈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소주제에 대한 내용 파악이 끝나자 학생들은 평소 국회의원에 대해 품고 있던 생각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 누군지, 무슨 일을 하는지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거나 “자질 없는 국회의원에게 투표하는 유권자가 문제”라는 얘기도 나왔다. 또 다른 학생은 “우리나라는 지역감정이 심해 사람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고 소속 당만 보고 선거하는 경향이 강해 국회의원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말도 했다. 학생들끼리 수다를 떠는 것 같아 보이지만 이 교사는 “정보 탐색 후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며 생각을 정리해야 찬반 입장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며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6교시가 시작되자 이 교사는 토론 주제인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다시 설명하며, 토론 전에 학생들의 의견을 미리 물었다. 정원 37명 중 ‘확대해야 한다’는 학생은 12명, ‘현행 유지’를 지지하는 학생은 9명이었다.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은 16명이나 됐다. 토론 전 사전 조사에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면 안 된다는 중앙일보의 논지를 지지하는 학생이 25명으로 반을 훨씬 넘었다.

본격 토론에 앞서 자리 배치도 바꿨다. 3개 모둠으로 나눠 앉았던 학생들이 중앙일보와 한겨레 양사의 주장으로 갈렸다. 대표 토론자 다섯 명씩 마주 보고 앉아 5대 5 토론을 진행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토론자 뒤에 자리를 잡았다. 뒤에 앉은 학생도 방청만 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듣다 이를 공략할 만한 논거나 질문이 떠오르면 포스트잇에 적어 토론자에게 건네기도 하고 발언권을 얻어 직접 발표도 하는 등 토론에 적극 참여했다.

한겨레 쪽 토론자로 나선 박규태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미국·멕시코·일본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수가 가장 적고, 우리나라와 인구 수준이 비슷한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60~70%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는 행정기관인 정부의 권한이 확대된 상태라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의원 수를 늘려 의회의 힘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쪽 토론자인 김현서군은 “국회의원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것이라 기대하는 건 지나친 낙관주의”라고 받아쳤다. 김군은 “현재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는 건 의원 숫자가 적어서가 아니라 이들이 당리당략에 휘말려 정쟁을 일삼고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만한 전문적 역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국회 기능을 정상화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전에 숫자만 늘린다면 오히려 정쟁만 커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방청하는 학생들도 발언권을 얻어 공방을 이어 갔다. 한겨레 쪽 입장을 지지하는 학생은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이 국회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지금처럼 거대 정당 2~3개가 목소리를 내는 구도에서 다양한 군소정당이 늘어나는 형태로 바뀐다면 국회 안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갈등이 완화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중앙일보 쪽 방청석에선 “국회의원 확대가 갈등 완화로 이어진다는 주장 자체가 모순이다. 의회는 모든 이권이 충돌하는 곳이고 갈등이 필연적인데 의원 수가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괜한 갈등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맞섰다. 양쪽은 서로의 주장에 대해 “지나친 이상론” “과도한 불신”이라며 반박을 거듭했다.

토론이 마무리되자 이 교사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다시 물었다. 확대하자는 의견은 3명이 늘어 15명이 됐다. 현행 유지는 4명으로 토론 전보다 5명이 줄었다. 축소하자는 학생은 18명으로 2명이 늘었다. 이 교사는 “토론에는 정답이 없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생각을 수정·보완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토론 자세”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강의만 수동적으로 듣는 수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얻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윤준호군은 “이번에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이란 사실, 소선거구와 중대선거구의 의미·차이 등을 처음 알았다. 교과서 위주의 수업이었다면 이렇게 뇌리에 깊고 생생하게 박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호군은 “초·중생 때 독서토론 등은 해본 적이 있지만 시사토론은 처음이었다”며 “정작 내 삶과 맞닿아 있는 현실적인 주제인데 이런 토론이 처음이라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현실적인 시사 이슈를 주제로 토론할 때 교사의 성향이나 신념이 학생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중립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토론 수업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 협약은 1976년 독일 통일 전 서독과 동독의 정치교육학자들이 모여 “학생에게 특정 견해를 강제 주입하는 수업을 금지하고 논쟁이 되는 부분은 교육 현장에서 논쟁하도록 한다”고 합의한 내용이다. 분단 경험이 있는 독일은 모든 정치사회 교육을 보이텔스바흐 협약에 입각해 진행한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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