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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럼프식 ‘힘을 통한 평화’에 대비하자

중앙일보 2016.11.29 01:00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미국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는 전 세계를 불확실성으로 몰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고립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해 보호무역주의와 이민규제 강화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민자들이 값싼 노동력을 제공해 미국 국민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값싼 물품이 미국으로 수입되면서 미국 공장과 기업들이 문을 닫았다는 논리다. 고립주의 정책으로의 전환을 암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미국의 대외 안보 정책으로 확장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언급한 고립주의적 대외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국제 체제와 미국의 리더십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경제력에 큰 손상을 주고, 미국 우선주의 달성에도 어려움을 안겨줄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이 전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면서 굳이 예산을 낭비할 필요가 없으며, 동맹국들의 안보를 위해 미국이 지나치게 많은 방위비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적 이윤에만 초점을 맞춘 그의 견해는 국제정치의 현실 속에서 실현되기 힘들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중장기적으로 현 오바마 행정부의 ‘역외균형전략(Offshore Balancing Strategy)’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겠지만 대외정책 전반에서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유지를 위한 개입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힘을 통한 평화’에 기반해 국방 시퀘스터를 폐기하고 미국 군대를 증강할 것을 밝히고 있다. 동시에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을 늘리고 미국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군사안보 정책을 전개할 것이다.
이 같은 논리는 아시아 지역에서도 적용될 것이다. 아무런 효과 없이 중국의 군사력만 키워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는 차별화된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즉 경제적 측면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등을 통해 미국의 실익을 챙기고,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군사력 증강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리더십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과 직결되는 부분에서는 공군과 해군력을 꾸준히 증파하는 군사정책을 전개할 것이다.

우리는 트럼프 대외안보 정책의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첫째,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해야 한다. 트럼프는 이미 1987년 뉴욕타임스에 미국의 대일본 방위 제공에 대해 비판적 칼럼을 썼던 적이 있다. 따라서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서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것이 주한미군 감축 등 한국의 안보 공백으로까지 확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미 동맹이 한·미 양국의 이익에 기여하고, 국내총생산 대비 한국의 방위비 부담이 미국의 동맹국 중 가장 크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미·중 간 경제적 충돌과 이로 인한 우리의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의 TPP 포기는 중국과의 긴장을 줄이는 결정이다. 하지만 무역·환율 등 중국과의 양자 관계에서는 지금보다 강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역시 국내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강하게 맞설 것으로 보인다. 향후 아시아 지역에서 미·중 간 격돌이 예상된다.

셋째로 북한 문제를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트럼프의 대북 정책을 전망하기 쉽지 않으나, 외교안보 라인 후보들의 성향으로 볼 때 대북 강경책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마이클 플린, 존 볼턴과 같은 인사들은 북한 정권의 소멸이 곧 북한 핵무기의 해결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대한 우선순위는 미국 국내 경제 이슈, 러시아 및 중국 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대북정책이 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넷째로 한·일 안보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트럼프 시대 미국의 억지력과 안보 제공 정책에 대해 일본은 한국과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다. 중국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점령할 경우 미·일 동맹에 기반해 이를 되찾는 것이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감을 가지고 있다. 아베 일본 총리가 기민하게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것도 미·일 동맹 강화를 통해 이 같은 우려사항을 미연에 방지하고 중국 견제를 강화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양국의 안보협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의회 외교를 활용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에서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미 의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주요 정책에서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가 트럼프의 불완전한 정책을 보완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미 의회가 일정 기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중요한 견제 장치가 될 가능성도 있다. 미 의회에 대한 공공외교를 통해 한·미 동맹의 고리를 공고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김 현 욱
국립외교원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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