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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편의점 물건 진열의 비밀 뭔가요

중앙일보 2016.11.29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Q. 1인 가구가 늘면서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이 증가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편의점을 찾을 때마다 대형마트보다 훨씬 작은데도 정말 다양한 물건을 파는 게 신기합니다. 좁은 공간에 얼마나 많은 물건이 들어가는 건가요. 골라서 넣는 기준은 뭐고, 어떻게 진열하나요.
 

72㎡ 매장에 2000여개 상품…찾기 편한 계단식 진열이 비결

서울시내 한 편의점의 진열대 모습. 편의점 매장의 평균 크기는 72㎡(약 21평)에 불과하지만 매장 한곳에서 취급하는 물건의 종류는 2000여종(담배 제외)에 달한다. 진열대에서 무의식적으로 고객에게 가장 많이 노출되는 높이는 1.2~1.6m로, 골든존으로 불린다. [사진 김경록 기자]

서울시내 한 편의점의 진열대 모습. 편의점 매장의 평균 크기는 72㎡(약 21평)에 불과하지만 매장 한곳에서 취급하는 물건의 종류는 2000여종(담배 제외)에 달한다. 진열대에서 무의식적으로 고객에게 가장 많이 노출되는 높이는 1.2~1.6m로, 골든존으로 불린다. [사진 김경록 기자]

A. 틴틴 여러분은 일주일에 몇 번이나 편의점을 이용하나요?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에 삼각김밥으로 허기를 달래거나 지겨운 급식 대신 편의점 도시락을 먹기도 하지요? 늦은 시간 비상약품이 필요하거나 택배를 보내기 위해서 편의점에 가기도 할 겁니다.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은 이제 일상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됐습니다. 전국엔 이런 편의점이 3만 여 개에 달합니다.

상품 크기 작을수록 판매량 높아
매출 1위 ‘골든존’엔 PB 먹거리
가장 안쪽에 음료 냉장고 배치
다른 물건도 함께 사도록 유도


국내 편의점 매장의 평균 크기는 72㎡(약 21평)입니다. 진열대 사이를 지날 때 두 사람이 오가기 힘들 정도로 작은 게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매장 한곳에서 취급하는 물건의 종류는 무려 2000여종(담배 제외)이 넘습니다. 규모가 큰 매장에선 최대 3000종에 달하는 품목을 팔기도 합니다.

좁은 공간을 잘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진열 방식도 남다릅니다. 대개 제품을 카테고리 별로 나눠서 5~7단 짜리 선반에 진열합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마트처럼 과자·라면 등 제품별 코너가 따로 있습니다. 대형마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계단식 진열대를 사용한다는 점이지요. 꼭대기 단의 폭이 가장 좁고, 아래로 갈수록 단이 넓어지는데, 소비자가 선 자세에서도 아래 있는 물건까지 골고루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편의점은 진열대 사이 폭이 워낙 좁기 때문에 아랫단에 있는 물건을 꺼내기 위해 허리를 숙일 공간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격표를 붙이는 공간인 ‘프라이스 레일’도 일자 형태인 대형마트와 다릅니다. 20도 가량 눕혀 붙여 고객이 선 상태에서 상품의 가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합니다.
TV 방송 시간 중에 시청률이 가장 잘 나오는 시간대를 ‘골든타임’이라고 합니다. 반면 편의점에서 매출이 가장 높게 나오는 진열대는 ‘골든존’이라고 합니다. 편의점 골든존은 어디일까요. 고객(성인 표준 키 기준)이 매대 앞에 섰을 때 가장 눈에 잘 띄며 손으로 물건을 잡기 쉬운 위치를 가리킵니다.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1.2~1.6m 진열대 최상단 자리가 골든존으로 불립니다. 무의식적으로 고객에게 가장 많이 노출되는 곳이라 판매자가 의도적으로 신제품을 진열하거나 혹은 잘 팔리는 제품을 우선해 놓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골든존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주택가 점포와 같이 어른과 함께 오는 어린이가 많은 매장의 경우 아래 쪽에 어린이가 좋아하는 먹거리나 장난감을 진열해 구매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카운터에 시즌 상품을 진열하면 고객의 주목도를 높일 뿐 아니라 그 상품의 필요성도 인식하게 됩니다. 추운 겨울엔 계산대 옆에 찐빵기나 온장고를 놓아 구매력을 높이고요, 비 오는 날엔 우산을 앞으로 내오는 식이죠.

수많은 상품 가운데 편의점 진열대에서 공간을 차지하는 제품은 어떻게 선정될까요. 카테고리 별로 인기 있는 제품만 추려도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종류에 따라선 ‘매출 1위’ 제품만 진열하기도 합니다. 이렇다 보니 대기업 제조상품이라 해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잘 팔리는 진열대에 놓기 위한 자리싸움도 치열합니다.

편의점에선 또한 작고, 가벼운 상품은 윗칸에, 무겁고 부피가 큰 상품은 주로 아랫칸에 진열합니다. 일명 ‘트라이앵글’법칙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편의점 상품 진열의 기본 원칙입니다. 소비자가 보기에 안정감을 느낄 뿐 아니라 상품의 크기가 작을수록 판매량도 높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죠. 주로 즉석에서 간단히 쓸 상품을 사러 오는 편의점의 특성상 용량이 큰 제품보단 작은 제품이 잘 팔리기 때문입니다.

업체 별로 취급 품목엔 큰 차이가 없으니 업계 1위 상품이 아니면 차라리 특정 편의점에서만 파는 상품을 출시해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도 합니다. 바로 ‘자체 브랜드(PB)’ 상품인데요. ‘김혜자 도시락’ ‘백종원 도시락’처럼 유명인 이름을 딴 편의점 도시락이 대표적이죠. PB 상품의 인기가 치솟으며 이젠 음료나 라면·야식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한 편의점의 야식 부문 1위 제품은 혼자 맥주 한잔 하며 곁들여 먹는 닭튀김인데요. 이 제품은 튀긴 닭을 장시간 바삭하게 유지하는 기술을 보유한 한 중소식품 업체의 제안으로 만든 PB 상품이라고 합니다.

편의점이 먼저 상품을 기획해 제조업체와 전략적으로 협업하기도 하지만, 중소업체에서 제안한 아이디어를 검토해 담당 MD가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내놓기도 합니다. 이런 PB상품이 인기를 끌면 매출은 물론 편의점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제조 기술은 있지만 유통망 확보가 어려운 중소 제조업체엔 전국 단위의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요. 이처럼 PB상품은 제조업체와 편의점이 함께 만든 ‘윈윈 상품’인 셈입니다.

진열대 뿐 아니라 매장 내 동선을 짜는 것도 중요합니다. 편의점에 음료수를 사러 가면 주로 매장 가장 안쪽에 냉장고가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담배를 제외하면 유음료를 포함한 음료의 매출이 편의점에서 가장 높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고객을 최대한 안쪽으로 유도해서 음료를 가지러 오고 가는 길에 추가로 다른 상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거죠. 같은 이치로 ATM기도 매장 안쪽에 위치한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뽑으러 온 고객에게 돈을 쓰게 만드는 비법이라고 해야 할까요.

연말과 연초엔 특정 상품의 진열 방식을 바꿔 판매량을 끌어 올리기도 합니다. 회식 자리가 12월 말엔 숙취 해소 음료의 매출이 크게 증가합니다. 숙취 해소 음료의 경우 목적성을 가지고, 일부러 구매하러 오는 경우도 있으나 술자리 중간에 담배 등을 구매하러 왔다가 고객의 눈에 띄어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카운터나 냉장고 손잡이 근처에 음료를 진열해서 숙취 해소 음료의 필요성을 느끼게 합니다. 실제로 GS25 편의점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숙취 해소 음료 매출을 조사한 결과 음료를 카운터에 진열한 점포 매출이 그렇지 않은 매장에 비해 22% 높은 매출을 올렸다고 합니다.

글=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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