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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분할이 뭐길래…소문만으로 삼성물산 주가 3.7% 들썩

중앙일보 2016.11.29 01:00 경제 2면 지면보기
28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관련주가 크게 들썩였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삼성물산은 3.7% 급등해 13만9000원, 삼성전자는 1.64% 오른 167만7000원을 기록했다. 배경엔 삼성전자 인적분할설이 있었다. 전날 시장에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공식화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에 한국거래소가 28일 아침 조회 공시를 요구했다.

삼성전자, 투자·사업 분할 검토
자사주 13.15% 의결권 살아나
주식교환 병행 땐 지배력 더 강화
야당, 자사주 규제 움직임이 변수

삼성전자는 같은날 오후 6시 공시를 통해 “29일 오전 컨퍼런스콜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인적분할’에 대한 장밋빛 기대만으로 증시가 들뜬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당장 확인해주진 않았지만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결국 인적분할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인적분할이 뭐길래 주식시장에서 이렇게 주목을 받을까.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경영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방책으로 꼽는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지난달 삼성전자에 30조원의 특별배당 등과 함께 인적분할을 요구했을 때 “삼성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같은 이유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원래 회사와 새로 생기는 회사의 지분을 똑같이 나눠가지는 방식이다. A라는 회사를 B와 C로 인적 분할한다고 치자. A에 3%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주주는 B회사 지분 3%와 C회사 지분 3%를 얻게 된다.
인적분할이 ‘지배구조 개편의 마법’으로 불리는 이유는 자사주 때문이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의 주식을 가리키는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는 게 특징이다. 주요 회사 결정에 찬반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 오너가 경영 지배력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가 없다.

하지만 회사가 둘로 쪼개지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 경우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는 동일한 비중으로 자사주를 갖게 된다. 지주회사가 확보한 사업회사의 자사주는 별개 법인의 지분이므로 의결권이 살아난다. 자사주 비중이 13.15%인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전자 투자부문(지주회사)이 삼성전자 사업부문에 대해 13.15%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0.59%에 불과하고, 오너가 전체와 계열사 지분을 다 합쳐도 18%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자사주로 인해 확보하는 13.15%의 의결권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사업회사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사주가 ‘요술 방망이’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부분은, 인적분할을 통해 자사주를 요술방망이처럼 휘두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단 거다. 야당이 ‘인적분할로 확보한 자사주는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상정하려 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달 사이 크라운제과·매일유업·오리온·현대중공업 등이 일제히 인적분할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혼란스러운 국정 때문에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멈춘 상태이지만 국정이 수습되면 입지가 약해진 여당으로선 야당의 요구대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상황 파악이 빠른 일부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인적 분할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인적분할 뒤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는 주식 교환이다. 공개 매수를 통해 오너 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주식을 삼성전자 투자회사의 주식과 교환하는 것이다(현물 출자). 통상 사업회사의 지분가치가 투자회사보다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내놓은 사업회사 지분률보다 받게되는 투자회사 지분률이 높아진다. 이렇게 확보한 투자회사의 신규지분에 기존의 투자회사 지분을 더하면 오너가는 기존 삼성전자 지분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투자회사 지분률을 갖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사업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오너가 인적 분할을 통해 확보한 경영권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시장을 통해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인적분할로 확보한 자사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해외에도 사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보다는 자사주 의결권을 특정 주주에 유리하게 활용하지 못하도록 독립된 이사회를 꾸리게끔 하고, 이사회 활동에 대한 감시를 더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명현 교수는 “대기업 오너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국 경제 전반을 볼 때 나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오너의 경영 능력에 대한 검증 시스템, 이들이 경영권을 통해 사적 이익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막는 감시 장치 도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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