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직무정지에 빠질 대통령
대통령직을 사법 방패로 삼으면 안 돼
닉슨 선례 따라 탄핵 전 하야 선언하길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여전히 국회 탄핵안이 부결돼 국정 일선에 다시 복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있는 듯하다. 이제 헛된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또 설사 탄핵안이 의결돼 직무정지 상태에 들어가더라도 자신이 임명한 황교안 국무총리를 통해 실질적으로 국정을 장악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광장의 촛불 민심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범죄 공모자인 박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적 안위와 법적 방어를 위해 대통령직에 끝까지 남아 있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인데 그럴수록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유권자를 부끄럽게 할 뿐이다. 취임 때 헌법을 수호하고 국가를 보위하겠다고 선서한 박 대통령의 애국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가 할 일이 따로 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이홍구 전 총리 등 나라의 원로들이 권유한 대로 시한부 하야를 선언하는 것이다. 원로들은 ①박 대통령이 탄핵안 의결 전에 하야 선언을 먼저 하고 ②국회는 대통령 하야 뒤 직무를 대행할 책임총리를 뽑고 ③각 정당은 조기 대선을 치를 준비에 돌입하며 ④내년 4월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내려오는 정치일정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이 이런 선택을 할 경우 국회는 탄핵을 중단해 줘야 한다.
미국에서도 1974년 의회의 탄핵안 의결을 앞두고 닉슨 대통령이 하야를 단행함으로써 나라의 큰 혼란을 막고 질서 있는 수습이 이뤄진 사례가 있다. 원로들의 정치일정을 따를 경우 박 대통령은 탄핵 대통령이라는 낙인을 면하게 되고 취약한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를 예방할 수 있으며 각 정당은 차기 대선을 적절한 시간 속에서 준비할 수 있게 된다. 박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 국회의 탄핵안 처리는 불가피하다. 그럴 경우 나라가 헌정중단은 아니지만 장기간 정치적 무중력 상태에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잠시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해 대통령직을 방패로 삼는 구차한 꼴은 봐주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