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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조사 거부하고 경찰인사 한 대통령의 후안무치

중앙일보 2016.11.28 21:11 종합 30면 지면보기
검찰의 거듭된 대면조사 요청에는 끝내 응하지 않기로 한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치안과 국민안전을 명분으로 경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행위다. 뇌물사건의 피의자 신분인 박 대통령이 과연 고위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를 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게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검찰이 제시한 대면조사 기한을 하루 앞둔 어제 변호인을 통해 “검찰 요청에 협조를 할 수 없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국에 대한 수습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국회가 추천할 특검 후보 중에서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 등 일정상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다.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이 기소한 차은택씨 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준비를 감안할 때 대면조사에 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신의 불법 행위로 인해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마련하고 수백만 명의 시민이 촛불시위를 벌이는 등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됐는데도 일정상 어려움을 들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할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그릇된 법의식은 조만간 발족될 특검 수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경찰 인사는 박 대통령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초래하고 있다. 경찰은 “조직의 특성상 지금이 인사 시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해당 인사들에 대한 검증작업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달 말 임명된 최재경 민정수석은 한 달 가까이 정상적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 때문에 이번 인사는 국정 농단의 주요 인물인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마련한 자료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선 경찰 조직에 영향력을 미쳤던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안봉근 전 비서관의 입김이 여전히 작용하면서 친박 경찰들에 대한 보은성 인사라는 의구심까지 나오고 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정치공학적 계산에 근거해 검찰의 조사를 회피한 채 경찰 인사를 했다면 상황을 크게 오판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후안무치한 행동은 국민들의 분노만 더욱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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