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프랑스 차기 대통령 유력한 피용 "프랑스 추락 용납 못해"

중앙일보 2016.11.28 17:58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뛸 제1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프랑수아 피용(62) 전 총리가 선출됐다. 그는 27일(현지시간) 치러진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결선투표에서 66.5%를 득표, 알랭 쥐페 전 총리를 압도적 차이로 제쳤다.

그는 당선이 확정된 이후 “프랑스의 추락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좌파는 실패를, 극우파는 파산을 의미한다”며 “마음속에 프랑스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후보가 되겠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제3의 사나이’로 불릴 정도로 그는 쥐페와, 그가 총리할 때 ‘보스’였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게 뒤쳐져 있었다. 그러나 20일 1차 투표에서 44%를 차지하며 깜짝 1위로 나섰었다.

그는 자동차 경주로 유명한 프랑스 북서부 도시인 르망 출신이다. 드골주의자인 부모 아래서 자란 그 역시 드골주의자로 분류된다. 사회적 보수주의와 경제적 국가 주도주의를 내세운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과 유사하다. 시라크 전 대통령이 시장경제를 접목했다면 그는 그걸 더 오른쪽으로 밀고 나갔다.

사회적 보수주의자답게 웨일스 출신의 부인과 함께 다섯 아이를 둔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며 중세 스타일의 저택에 거주한다. 그는 “프랑스는 다문화 국가가 아니다”라며 “프랑스에 왔으면 프랑스에 동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랑스적 가치다. 낙태와 동성결혼에도 반대한다. 하지만 “기존 법을 손대진 않겠다”고 약속했다. 극단적 이슬람을 향해선 “전체주의적 이슬람”이라고 비판한다. 이민을 최소화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경제적으론 자유시장 경제를 위한 ‘충격요법’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규제 덩어리의 상징과도 같은 노동법을 단순화하겠다고 했다. 주당 35시간 노동제도 포함돼 있다. 공공 부문에서 50만 개의 일자리를 줄이고 복지혜택도 축소해 그 재정을 기업들의 세 감면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흠모한다는 점에서 영국 언론들은 “프랑스판 대처”라고 명명했다.

사실 그의 이력만 보면 그는 ‘정치의 인사이더’라고 할 만하다. 27세인 1981년 배지를 달았고 93년부터 5개 부처 장관을 지낸 후 사르코지 대통령 아래서 5년 간 총리를 지냈다. 그러나 “아무도 아니다(Mr. Nobody)”로 조롱받을 정도로 존재감이 있다고 보긴 어려웠다. ‘냉정하다’‘과묵하다’는 수식어가 붙곤 했다. 말수가 적고 감정도 드러내지 않아서다. 스스론 '밤낮으로 오직 정치만 생각하는' 기존 정치인과 다르다고 말한다. 실제 아마추어 자동차 드라이버며 등산과 드론 운전을 즐긴다. 그의 지인은 “얼음(냉정) 아래 불(열정)이 있다”고 표현했다.

현재 구도대로라면 그는 차기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다. 결선투표에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를 압도적으로 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미국 대선에서 도덜드 트럼프가 당선되듯, 프랑스에서도 이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집권당인 사회당에선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4% 지지율이지만 출마 카드를 여전히 손에 쥐고 있고 마뉘엘 발스 총리도 노리고 있다. 한때 ‘올랑드 키드’로 불렸던 39세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 장관도 무소속 후보로 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기성 정당 안팎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르펜이 오히려 옆으로 밀려난 느낌”이라고 했다.

프랑스 대선은 내년 4월 23일 치러지며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5월 7일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를 한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