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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가짜뉴스 공유·댓글 수, NYT·CNN 뉴스 앞질렀다

중앙일보 2016.11.28 01:18 종합 16면 지면보기
‘힐러리 클린턴의 e메일 유출을 조사하던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살인 뒤 자살한 채 발견됐다’. 이달 초 페이스북 등을 통해 미국에 널리 퍼진 기사다. 출처는 ‘덴버가디언’. 이름은 그럴듯하지만 실체 없는 매체다. 기사도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지지를 발표했다’ ‘위키리크스가 힐러리의 이슬람국가(IS) 무기 판매를 확인했다’ 등도 마찬가지. 모두 사실이 아니지만 사실인 양 큰 반향을 얻었다. 버즈피드가 대선 직전 석 달간 가장 호응 높았던 이들 가짜뉴스(fake news) 20개의 공유·댓글 등 페이스북 이용자 참여 건수를 조사한 결과, 871만 건에 달해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CNN 등 주요 언론의 가장 호응 높았던 대선 기사 20개(736만 건)를 앞질렀다.

광고 노린 마케도니아 10대들
미 정치사이트 100개 운영도
한국에선 황우석 사건 때 몸살

미국 대선을 계기로 가짜뉴스가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한 오보가 아니라 매체나 취재원을 진짜처럼 지어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시대는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고 아주 잘 포장돼 페이스북이나 TV에서 보면 똑같이 보인다”며 공개적으로 우려 했다. 비판은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구글로 모아진다. 구글 검색창에 ‘최종 선거 집계(final election count)’를 치면 트럼프가 선거인단과 전체 투표 모두 이겼다(실제는 선거인단만 승리)는 내용이 최상단에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대다수가 친트럼프, 반클린턴 성향인 가짜뉴스는 트럼프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주장을 “미친 생각”이라며 “페이스북의 콘텐트는 99%가 진짜 ” 라고 반박했지만 며칠 뒤 “잘못된 정보를 심각하게 여긴다”며 각종 대책을 알렸다. 구글도 가짜뉴스 사이트 광고 차단 등 대응에 나섰다. 앞서 버즈피드는 마케도니아의 한 마을에서 10대 청소년을 비롯한 주민들이 광고 수입을 노리고 미국 정치사이트 100여 개를 운영해 가짜뉴스를 퍼뜨렸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주 워싱턴포스트는 두 가지 연구보고서를 인용, 러시아가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클린턴을 음해하는 가짜뉴스의 생산과 확산을 지원했다고 전했다.

구글 검색이나 페이스북 뉴스피드의 ‘개인화’ 알고리즘도 도마에 올랐다. 이용자별로 맞춤형 내용을 보여주는 ‘필터 버블’의 결과가 이용자를 에코 체임버, 즉 유사한 소리만 울리는 방에 가둔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의 양극단주의, 정당·언론에 대한 신뢰 하락의 문제도 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가짜뉴스나 유언비어가 널리 퍼지는 것은 사회제도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최근 연구 결과는 또 다른 시사점을 준다. 연구진의 조사에 응한 미국 중학생의 82%는 같은 사이트에서 뉴스와 광고성 콘텐트를 구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이와 관련된 몸살을 진작부터 겪었다. 2005년 말 인터넷에 한참 ‘황우석 줄기세포는 진짜’라는 기사체 글이 일요신문의 보도인 양 나돈 게 예다. 해당 언론은 쓴 적이 없는 기사로 확인됐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지난주 간담회에서 가짜뉴스에 대해 “우리는 그 비슷한 논쟁이 오래전부터 많았다”며 “모든 불안을 잠재울 과학 ·기술적 해법이 있진 않지만 편향성을 검토하는 2중, 3중의 체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블로그의 경우 작성자의 신뢰도를 검색 알고리즘에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가짜뉴스 대신 사진·자막까지 결합한 게시글이 정보인 양 종종 기사화된다. 트럼프가 “여성 대통령의 끝을 보려면 한국을 보라”고 했다는 YTN 등의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 국내 네티즌 창작물로 확인됐다.

이후남·박수련·이정봉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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