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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복 끝까지 입에 ‘자물통’…숨은 실세 로비 의혹 묻히나

중앙일보 2016.11.28 01:11 종합 18면 지면보기
이영복

이영복

부산 해운대 관광리조트(엘시티)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28일 엘시티 시행사 이영복(66·구속) 회장을 기소한다. 하지만 이 회장이 금품 로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바람에 검찰 수사에 차질을 빚어 사실상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검찰, 570억 횡령 등 혐의 오늘 기소
골프장 14곳, 룸살롱 압수수색에도
금품 장부 등 결정적 단서 확보 못해

570억원 횡령·사기혐의를 받아온 이 회장이 지난 10일 검거될 때만 해도 정치권을 강타할 ‘엘시티 게이트’가 터질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기소를 하루 앞둔 27일까지도 현기환(57) 전 대통령 정무수석을 입건한 것을 빼면 정·관계 로비의혹과 관련한 ‘숨은 실세’를 제대로 밝혀내지는 못한 상황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사기) 혐의로 구속만료 기한을 하루 앞둔 28일 재판에 넘긴다. 이 회장은 실질 소유한 특수관계의 용역회사와 페이퍼컴퍼니 등 10여 개 회사를 통해 용역대금을 부풀리거나 마치 용역을 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대출하는 수법 등으로 57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10여 개 회사의 자금흐름을 광범위하게 추적하고 이 회장과 이들 회사의 회계담당자 등을 소환 조사해 횡령한 돈의 사용처 대부분을 확인했다. 하지만 자금세탁을 거쳐 현금화한 상품권과 기프트 카드 등의 사용처 추적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사에 속도를 못 내는 것은 이 회장의 ‘자물쇠’ 입을 열지 못하고, 금품 로비리스트(장부) 같은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여전히 검찰에서 “횡령한 돈 대부분을 회사의 인건비와 관리비 등 운영자금으로 썼다”며 로비 의혹에 입을 다물고 있다. 그는 연간 수십억원씩의 회사 운영비 외에 지인들의 골프·술·식사 접대, 가족 부동산 구입, 채무변제 등에 돈을 썼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그동안 전국의 골프장 14곳과 서울·부산의 고급 술집 3곳, 부산시청, 분양대행사 등 수십 곳을 압수수색했지만 이씨의 로비리스트 등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1998년 ‘부산판 수서 사건’인 다대·만덕 택지개발 비리로 수배됐다가 2년 만에 자수한 뒤에도 로비 대상 인사들의 이름을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부산에선 “이 회장 돈은 받아도 된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의 한 변호인은 이날 “이 회장이 지난 10년 넘게 엘시티 사업을 하면서 골프·술·식사 접대 등에만 연간 40억원은 쓴 것 같다. 20년간 부산지역의 ‘물주 역할’을 해 돈이 없고, 로비 얘기를 할 건더기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변호인은 또 “검찰이 오죽했으면 부산을 비롯해 14곳의 골프장을 압수수색했겠느냐”며 로비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범죄 혐의 단서를 확보해 입건한 현기환 전 수석과 정기룡(59) 전 부산시장 경제특보의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들이 골프 접대나 상품권 등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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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 기소 이후에도 제기된 각종 의혹을 확인하고 로비의혹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내연녀(45)가 비자금 100억원을 갖고 홍콩으로 도피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현재까지 사실로 확인된 바 없다”고 검찰이 부인했다.

윤일성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토목·건설업계와 정·관계 유착에 의한 잘못된 정책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검찰 수사가 제대로 안 되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철저히 비리를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엘시티 의혹과 관련해 각각 여당과 야당 대표를 지낸 부산 출신 거물 정치인의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되자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갑자기 법무부 장관에게 “가능한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신속·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해 정치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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