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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위기 100명에게 빛 선물할 것…좋은 일? 별로 어려운 거 아니에요

중앙일보 2016.11.28 01:00 종합 23면 지면보기
“창(窓)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인생의 캄캄한 터널을 빠져 나왔듯이 누군가 저를 통해 세상의 빛을 만나길 바랍니다.”

개그맨 출신 스타 강사 권영찬씨
큰 불행 세 번 겪고 행복 뭔지 알아
5년 전부터 20명 개안수술비 지원

1990년대 인기 개그맨이었던 권영찬(48·사진)씨는 지금은 인문학 강사이며 상담·코칭을 가르치는 대학교수이자 방송인이다. 그는 2011년부터 시력을 잃어가는 안(眼)질환자들의 개안수술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수술 비용이 없어서 실명이 되는 분들이 있다는 얘기를 접하고는 돕고 싶었어요. 첫째 아들의 백일잔치를 여는 대신 안질환자 두 명을 도우면서 시작했죠.”

그가 지금까지 실로암 안과병원을 통해 개안수술 비용을 지원한 사람은 모두 20명. 이 병원은 백내장, 녹내장 등으로 실명 위기에 처한 저소득층 환자들을 선정한 뒤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무료 개안수술을 해주고 있다. “저는 환자당 60만원을 기부해요. 많지 않은 액수지만 이 돈으로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등 양쪽 눈을 개안수술 할 수 있지요.”

권씨는 두 아들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의미있는 날에 기부를 하고 있다. “제가 도와드린 70대 노인분이 ‘덕분에 손자에게 밥을 먹일 수 있게 됐다’는 말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눈물을 쏟기도 했어요.”

그는 인생에서 세 번의 큰 불행을 딛고 일어서니 비로소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한다. KBS 공채 9기 개그맨인 그는 2000년대 들어 프랜차이즈 사업가로도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2005년 억울하게 성폭행 혐의로 피소돼 2년간의 소송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 사이 방송 일이 끊기고 사업은 부도가 났다. 또 투자 실패로 전 재산도 잃었다.

“당시 오래 사귄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아내는 끝까지 제 곁을 지켜줬어요. 제 수중에 돈 한푼 없어서 2007년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올렸죠.” 이후 오랜만에 재개한 방송 촬영 중에 세트장이 무너지면서 척추와 왼쪽 발목이 골절되는 중상까지 입었다.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권씨는 2009년부터 ‘행복재테크’를 주제로 강연을 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한 달에 10여 차례 대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강연하는데 1시간30분의 강연료가 400만~5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 강사가 됐다. 그는 나눔으로 자신의 행복을 ‘재테크’했다. 2013년 청소년폭력예방단의 문화조직위원장을, 이듬해엔 한부모가정 사랑회의 운영위원을 맡으면서 기부와 강연, 상담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엔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상담코칭심리학과 겸임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타인을 도우려고 하다보니 내가 이전보다 몇 배 더 열심히 살게 된다”고 말했다.

“실명 위기에 놓인 100명에게 빛을 선물하는 게 꿈입니다.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저렇게 힘든 일을 겪었는데도 남을 돕는 거 봐. 좋은 일 별로 어려운 게 아니네’하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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