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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트럼프 임기 첫 100일과 한국·아시아

중앙일보 2016.11.28 01:00 종합 29면 지면보기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어떻게 공약을 실현할 것인가. 또 이 공약은 한국과 아시아에 어떤 의미인가. 질문에 답하려면 트럼프의 국내정책 우선 과제가 외교정책에 미칠 영향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어떤 ‘비정상적’인 현상이 부정적인 제2차, 3차 효과를 야기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모든 대통령에게 당선 직후부터 취임 후 100일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외 정책의 방향이 그때 결정된다. 신임 대통령은 이 시기에 ‘정치적 자본’을 가장 풍족하게 누리기 때문에 거대한 야심적인 목표를 추진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100일 동안 다섯 가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새 행정부는 세제 개혁을 통해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고 비즈니스 규제를 제거할 것이다. 트럼프가 이를 선거 캠페인 내내 약속했기에 그의 당선 소식만으로 미국에서 주가가 급등했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는 국경·이민 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그가 실제로 미국-멕시코 국경에 멕시코 돈으로 벽을 설치할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선거 기간에 모두가 주시한 사안인 만큼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기는 힘들 것이다.

셋째, 트럼프는 자유무역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태도를 취할 것이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미국 근로자들에게 해를 입히는 ‘나쁜’ 협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최근 유튜브로 중계한 연설에서 취임 첫날 TPP 탈퇴 의향서에 서명하겠다고 확언했다.

넷째, 트럼프는 새로운 의료보험 계획을 실행할 것이다. 아무런 대안 없이 오바마케어를 해체할 수는 없기에 트럼프 당선인은 적정부담보험법(Affordable Care Act)을 무효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제시할 것이다.

다섯째, 미국 내 인프라의 재건은 또 다른 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미국의 도로·철도·공항을 수리하기 위한 조치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기 때문에 이는 트럼프에게 투표한 사람들을 겨냥한 강력한 공약 이행 사항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이 사안은 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상 다섯 가지 조치는 전적으로 국내 정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보호주의도 국내 유권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 다섯 가지 조치는 외교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어떤 민족국가가 국력을 재건하기 위해 내부지향적이 되면 팽창주의적이거나 국제주의적인 외교정책과 거리를 두게 된다. 내부 문제에 치중하는 국가들은 국제 차원에서 현재상태(status quo)의 변화를 꾀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현재상태의 유지마저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 국내 재원(財源)을 고갈시키지 않기 위해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환경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외교정책에는 위험이 따른다. 내부지향적인 강대국들은 국제체제의 다른 강대국들과 경쟁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대신 분쟁을 회피하는 거래를 성사시키며 강대국 간의 협의체제(great power concerts) 혹은 공동지배(condominiums)를 추구한다. 한국·일본 같은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에는 좋은 징후가 아니다. 미국이 아시아를 포기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낳는다. 미국의 국내 재건에 집중하기 위해 트럼프는 한반도·동중국해·남중국해·대만해협과 관련된 분쟁에서 동맹국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중국·러시아와 거래를 꾀할지도 모른다.

그러한 트럼프의 행로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 두 가지 고려가 트럼프로 하여금 미국 외교 전통에서 이탈하지 못하게 작용할 것이다.

만약 목표가 진정으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당선인은 미국이 오랫동안 강대국 지위를 누리게 된 원천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 미국의 이민 전통은 역사적으로 독특했다. 아마도 로마제국을 제외하면 그 어떤 강대국도 미국처럼 자국의 시민권 부여를 보편성 있게 운영하지 않았다. 이민 덕분에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다른 강대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다. 이민은 미국 사회에 새로운 생각과 인간 자본을 공급한다.

둘째, 미국의 힘의 원천은 동맹국들이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립돼 냉전기를 거친 미국의 동맹체제는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 이래 가장 독특하다. 왜냐하면 오늘날 미국의 동맹체제는 위협에 대처할 뿐만 아니라 공통의 가치와 글로벌 어젠다를 표방하기 때문이다. 한국·일본·호주 같은 동맹국들은 미국의 재원을 고갈시키는 게 아니라 반대로 미국의 힘을 확대한다.

미국 대선 캠페인을 통해 트럼프의 여러 가지 말을 들었지만 그를 보고 ‘이데올로그’라고 한 사람은 없다. 기업인인 그는 뼛속까지 실용주의자다. 그래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면 미국의 힘에 활기를 불어넣는 이민이 필요하다고 그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국의 힘을 투사하고 확장하는 동맹국들이 필요하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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