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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트럼프의 변덕

중앙일보 2016.11.28 01:00 종합 30면 지면보기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너(owner)들의 공통점은 변덕이다. 정작 오너들은 자신들이 변덕스럽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주변 상황이 수시로 변하고 많은 것을 결정하느라 과거의 결정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너들은 수시로 바꾸는 자신들의 결정을 변덕이 아니라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의 변덕이 화제다. 대선 기간에 언급했던 공약 가운데 일부를 뒤집고 있다. 그의 변덕 사례를 보면 트럼프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대선 기간에 ‘트럼프 죽이기’에 앞장섰던 뉴욕타임스(NYT)를 이례적으로 방문했다. 유세 기간 내내 “NYT 기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못되고 부정직한 이들”이라고 비난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날은 딴판이었다. 그는 “NYT에 엄청난 존경심을 갖고 있다. NYT는 위대한 미국의, 세계의 보석”이라고 치켜세웠다.

그의 변덕 사례는 또 있다.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e메일 수사를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클린턴을 기소하는 것은 미국을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선 기간에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을 거론하며 “클린턴을 감옥에(Lock her up)”라는 구호를 연발했던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이와 같은 트럼프의 변덕은 그가 장사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그의 이런 모습을 ‘예측불가능’ ‘혼란스럽다’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하수(下手)들의 분석에 불과하다. 그는 정치인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다. 돈벌이를 중시하는 경제지상주의자답게 자신과 주변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바꿀 뿐이다. 그는 미국을 거대한 기업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돈을 잘 버는 나라로 만들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서라면 과거의 결정을 뒤집는 것은 예삿일일 게다.

이런 트럼프가 한반도 정책을 어떻게 구상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이념이 아닌 이해타산에 따라 결정하는 사람이다. 북한을 기존과 다른 차원, 다른 시각에서 보려고 한다. 그는 김정은에 대해 ‘미치광이’로 표현했다가 ‘햄버거 핵협상을 하겠다’고 돌변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여러 차례 “북한과 절대로 대화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이익이 된다면 트럼프는 김정은과 손잡을 수 있는 사람이다.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원유를 생각하면 트럼프에게 북한은 구미가 당기는 대상이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북한이 5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능력을 이미 과시한 만큼 평화공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핵동결을 카드로 협상을 시도할 경우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던 트럼프가 긍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우리는 트럼프의 변덕을 걱정만 하지 말고 오히려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아직 트럼프가 대북·북핵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이 없어 우리가 노력한 만큼 우리의 공간을 넓힐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순실 게이트’에 빠진 한국에 그럴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고 수 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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