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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고구마를 솥에 ‘앉힐’ 수 없는 이유

중앙일보 2016.11.28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겨울이면 고구마만 한 간식이 없다. 뜨거운 고구마를 호호 불어가며 먹는 맛이 그만이다. 고구마는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으며 조리법 또한 간단하다. 찜통에 물을 붓고 깨끗이 씻은 고구마를 쪄 내기만 하면 된다. 이런 조리 과정을 표현할 때 종종 “고구마를 솥에 앉히다”처럼 적곤 한다.

밥· 찌개 등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솥이나 냄비에 넣고 불 위에 올리는 일을 나타낼 때 이와 같이 ‘앉히다’고 쓰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는 ‘안치다’가 바른 표현.

‘앉히다’와 ‘안치다’의 발음이 같아서인지 ‘안치다’가 ‘앉히다’를 소리 나는 대로 잘못 쓴 단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안치다’는 “시루에 떡을 안쳤다” “솥에 쌀을 안치러 부엌으로 갔다” 등에서와 같이 음식을 만들기 위해 불 위에 솥 등을 올려놓는 행위를 나타낼 때 쓰는 단어다.

‘앉히다’는 ‘앉다’에 사동 표현을 만들어 주는 ‘-히-’가 붙어 만들어진 단어로 ‘앉게 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람이나 동물이 엉덩이에 무게를 실어 다른 물건이나 바닥에 몸을 올려놓게 만드는 행위를 가리킬 때에 ‘앉히다’를 쓴다. “아이를 무릎에 앉힌 여자”와 같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앉히다’는 “사장이 자기 아들을 부장 자리에 앉혔다” 등에서처럼 ‘어떤 직위나 자리에 앉게 만들다’, “아버지는 우리들에게 어릴 때부터 인사하는 버릇을 앉혀 주셨다”에서와 같이 ‘버릇을 가르치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음식을 조리할 때는 ‘안치다’를 쓴다고 생각하면 기억하기 쉽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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