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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형이 어느새 70%…입맛 달라진 김치냉장고

중앙일보 2016.11.28 01:00 경제 4면 지면보기
경남 창원시 가음동의 LG전자 창원1공장. A1동에 위치한 김치냉장고 라인은 일요일인 27일도 쉬지 않고 가동됐다. 이 공장의 이원구 냉장고제조팀장(부장)은 “김치냉장고 주문이 몰려들어 지난해보다 한달 가량 빠른 9월 중순부터 풀가동에 들어갔다”며 “특히 올해 스탠드형이 유달리 인기를 끌어 지난해보다 생산량을 40% 이상 늘렸다”고 말했다.
김장철을 맞아 김치냉장고 시장이 뜨겁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올해 김치냉장고 시장은 지난해 대비 10% 가량 성장했다. 2013년만 해도 한해 105만대 규모였던 김치냉장고 시장은 지난해 120만대, 올해는 130만대 규모로 성장했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용량 커진 스탠드형 더 많이 팔려
식품따라 정밀한 온도 조절 가능
김치 보관보다 보조 냉장고 역할

특히 김장독을 닮은 뚜껑형 김치냉장고를 누르고 일반 냉장고처럼 생긴 스탠드형 김치냉장고가 대세를 굳히는 분위기다.

가격비교사이트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올해 초만 해도 스탠드형과 뚜껑형의 판매량 성장세가 비슷했지만 7월 이후 성수기에 접어들며 스탠드형의 판매량이 뚜렷하게 늘어났다.

스탠드형 중에서도 문이 넷 달린 4도어 김치냉장고가 10월 한달 간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9% 더 많이 팔리는 등 대형이 선호되는 추세다.
지난 30여 년 간 진화해 온 김치냉장고들. 뚜껑형 디자인이 일색이던 시장은 최근 스탠드형 중심으로 바뀌었다. ① 1984년 LG전자(당시 금성사)가 처음 선보인 45L의 ‘금성김치냉장고’ ② 95년 출시된 이후 김치냉장고 시장을 크게 키운 대유위니아(당시 위니아만도)의 ‘딤채’ [사진 각 업체]

지난 30여 년 간 진화해 온 김치냉장고들. 뚜껑형 디자인이 일색이던 시장은 최근 스탠드형 중심으로 바뀌었다. ① 1984년 LG전자(당시 금성사)가 처음 선보인 45L의 ‘금성김치냉장고’ ② 95년 출시된 이후 김치냉장고 시장을 크게 키운 대유위니아(당시 위니아만도)의 ‘딤채’ [사진 각 업체]

이런 추세는 김치냉장고 3강(强) 업체의 주력 모델 판매량에서도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이달 1~2주에 자사의 김치냉장고 ‘지펠아삭’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증가한 가운데 스탠드형 ‘지펠아삭 M9000’은 판매량이 30% 이상 늘었다고 27일 밝혔다. 삼성·LG전자와 함께 김치냉장고 시장의 3강(强) 업체인 대유위니아(옛 위니아만도) 역시 스탠드형인 ‘2017년형 딤채’를 주력 모델로 밀고 있다.

LG전자 신성진 홍보팀 과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스탠드형과 뚜껑형의 판매 비중이 비슷했는데 올해는 스탠드형의 비중이 70% 가까이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김치를 보관한다는 원래의 목적보다 ‘제2의 냉장고’, 즉 서브(sub) 냉장고로서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김치 뿐 아니라 생선·육류 같이 보관이 까다로운 식재료를 넣어두거나 냉동고 전용으로 쓰기 위해 김치냉장고를 사는 이들도 많다는 얘기다. LG전자 홍보팀 신성진 과장은 “김치냉장고는 칸칸마다 숙성·보존·냉동 등의 목적에 맞게 정밀한 온도 조절을 할 수 있다”며 “일반 냉장고처럼 자주 문을 여닫지 않기 때문에 오래 두고 먹을 식재료를 보관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③ 상단은 뚜껑식 하단은 서랍식으로 디자인한 대우전자의 2000년 모델 ‘삼한사온’ ④ LG전자의 올해 신제품인 스탠드형 ‘디오스 김치톡톡’ [사진 각 업체]

③ 상단은 뚜껑식 하단은 서랍식으로 디자인한 대우전자의 2000년 모델 ‘삼한사온’ ④ LG전자의 올해 신제품인 스탠드형 ‘디오스 김치톡톡’ [사진 각 업체]

김치냉장고란 개념을 소개한 건 LG전자다. 1984년 45L짜리, 그야말로 커다란 김치독만한 상자 모양의 냉장고를 내놓고선, “김치의 숙성과 보관에 알맞은 온도를 유지해준다. 냉장고에 김치 냄새가 밸 일이 없다”고 홍보했다. 이듬해 대우전자도 비슷한 제품을 내놨지만 시장이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 아직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되지 않았을 때라 김치독을 땅에 묻어 놓고 쓰는 이들이 더 많았을 거라고 가전업계는 풀이한다.

김치냉장고 시장이 본격 확대된 건 1990년대 후반이다. 1995년 당시 위니아만도의 ‘딤채’가 첫 선을 보였고 97년 삼성전자가 ‘다맛’이란 브랜드로 시장에 진출했다. 뚜껑형 일색이던 디자인은 2000년 하단에 서랍이 결합된 서랍형, 2001년 일반 냉장고처럼 키가 큰 스탠드형이 소개되며 다양해졌다. 업계는 김치냉장고 용량이 향후 양극화할 걸로 내다본다. 가족이 많은 집에선 넘치는 식재료를 오래 보관할 ‘곳간’으로 쓰기 위해 점점 더 큰 용량의 제품을, 1~2인 가구는 칸칸마다 다른 온도를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일반 냉장고를 대체할 작은 용량의 제품을 선호할 거란 얘기다.

동부대우전자의 클라쎄 다목적 김치냉장고는 스탠드형 중 최소형(102L)의 용량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 최근 출시 3년 만에 누적 판매 5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권대훈 동부대우전자 홍보팀 차장은 “1인 가구 성장에 따라 초소형 김치냉장고 수요는 점점 더 늘 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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