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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빌린 돈 원리금 모두 따져보고 대출해준다

중앙일보 2016.11.28 01:00 경제 3면 지면보기
“고객님, 내년에 ○○조합에서 지난해 받은 거치식 신용대출 만기가 돌아오네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100%를 넘어서 갚기가 빠듯하실텐데, 신규 대출 신청 금액을 좀 줄이시는 게 어떨까요? 아니면 내년에 소득이 늘어날 예정인가요?”

내달 9일 부채 심사 새 시스템 개통
당장 DTI처럼 상한선 규제는 안해
“가계 빚 추이 보고 자율규제 전환”

앞으로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창구 직원으로부터 이런 식의 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금융사 직원이 대출을 신청한 고객의 모든 금융권 부채 상환정보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다음달 9일 ‘총체적상환능력심사 시스템’이 개통된다. 이 시스템은 개인별 DSR(총체적원리금상환비율), 즉 연간 소득 대비 총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산출해 금융회사에 제공한다. 신용정보원에 집중된 전 금융회사(대부업체는 제외)의 모든 대출이 정보 제공 대상이다.

지금도 대출 신청자가 보유한 금융회사별 대출 잔액 정보는 공유된다. 그러나 그 대출의 만기나 금리까진 파악할 순 없었다. DSR의 도입으로 금융회사 직원은 고객이 실제로 부담하는 빚 상환액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권이 DSR을 대출심사와 사후관리에 참고지표로 활용케 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을 할 때 DSR이 높으면 만기조정이나 대출 규모 축소를 권유하는 식으로 DSR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 이후 DSR이 급상승한 고객에 대해 소득상황을 재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채무조정을 하는 식의 사후 관리도 가능하다.
그동안 금융회사가 대출 신청자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는 DTI(총부채상환비율)였다. DTI는 해당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은 원리금 상환액, 나머지 부채는 이자 상환액만 따져서 연소득과 비교한 수치다. 이와 달리 DSR은 기타 부채도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을 모두 반영한다. 따라서 DSR은 DTI보다 차주의 빚 상환 부담을 더 정확하게 파악한다. 특히 여러 곳에서 대출을 많이 받을수록 DSR이 높게 나오기 때문에 부실위험이 큰 다중 채무자를 걸러내는데 유용한 지표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되는 DTI와 달리 DSR은 신용대출 심사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당장은 DSR이 DTI처럼 대출을 규제하는 수단으로 쓰이진 않는다. 상한선(현재 60%)을 두고 그 이상 대출을 막아버린 DTI 규제와 달리 DSR은 별도의 커트라인을 두지 않기로 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당장은 DSR 규제를 도입할 생각은 없지만 계속 활용해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금융위는 가계부채의 증가 추이나 금융권의 활용도를 봐가면서, 필요하다면 자율규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가능한 자율규제 방안으로는 전체 가계대출에서 DSR이 높은 대출의 비중을 일정 수준이하로 관리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만일 DSR이 높은 경우 신규 대출이 막히는 건 아니지만 전보다는 한층 까다로워질 수 있다.

DSR 도입으로 가계대출이 크게 움츠러들까봐 우려했던 시장에선 일단은 한숨을 돌렸다. 한 은행 관계자는 “DTI처럼 DSR의 상한선을 두는 게 아니라면 DSR 시스템이 개통된다고 해서 지금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듯하다”고 평가했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획일적인 규제를 하기보다는 선진국처럼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리스크 관리에 맡기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DSR이 높으면 대출 한도를 줄일지, 아니면 금리를 높이고 대출을 전액 실행할지를 각 은행이 영업 전략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하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결국엔 DSR을 DTI에 버금가는 규제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금융당국이 DSR을 도입한 것 자체가 대출 건전성을 제대로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결국 DTI처럼 강제 규제로 가는 길목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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