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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항암 신약 보험 적용 언제?…비싼 약값에 환자 애탄다

중앙일보 2016.11.28 00:01 부동산 및 광고특집 6면 지면보기
‘메디컬 푸어’ 대책 절실
암은 국민 건강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다. 지난 30여 년간 부동의 사망 원인 1위다.

신약 건강보험 등재율 29%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이하
등재 소요기간은 2.5배 수준

암환자를 힘들게 하는 건 육체적 고통뿐이 아니다. 투병기간이 길어질수록 ‘메디컬 푸어(medical poor)’ 공포에 시달린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치료비 때문에 가정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리곤 한다. 혁신적인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환자들은 치료를 망설인다. 암환자를 위한 경제적 배려가 절실한 이유다.
한국인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시대다. 보건복지부·국립암센터가 발표한 ‘2013년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이 기대수명(81세)까지 살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6%다. 다행히 암환자의 생존율은 높아지고 있다. 최근 5년 새(2009~2013년) 발생한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69.4%로 2001~2005년 생존율 53.8%에 비해 많이 향상됐다.

암이 위중한 질환인 만큼 지원책도 늘었다. 정부의 치료 보장성 강화 계획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초기 단계인 암의 진단·수술, 방사선 치료 보급이 활발하다. 가까운 동네 병원에서도 쉽게 CT·MRI 검사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4기 암 환자의 생존에 크게 기여하는 항암 신약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맞춤형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는 항암 신약의 유망주다. 표적치료제는 효과를 크게 개선한 동시에 독성을 낮췄다. 환자들의 치료 환경도 그만큼 편해졌다. 면역항암제는 항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지 않는 대신 환자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기존 항암제보다 효과가 크고 부작용은 적다. 적용 가능 대상도 넓은 편이다.

효과 높이고 부작용 줄인 신약

문제는 비용이다. 한국 암치료 보장성 확대 협력단(KCCA) 임영혁(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대표는 “최근 나온 항암제는 기존 치료제에서 보기 힘든 장기 생존자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정작 환자들은 당장 치료받고 싶어도 경제적 부담이 커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신약은 4기 환자들에겐 희망의 빛 같은 존재다. 기존 치료제에 부작용 반응을 보이거나 내성이 생겨 효과가 미미할 때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으면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KCCA가 발간한 ‘한국 암치료 보장성의 현주소’ 백서에 따르면 지난 6년간(2009~2014년) 우리나라에서 새로 허가받은 항암 신약의 보험 등재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국의 평균(62%)을 밑도는 29%에 그쳤다. 신약이 허가를 받은 후 건강보험에 등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비슷한 상황이다. 다른 나라는 평균 245일이지만 우리나라는 약 1년8개월(601일)이나 걸렸다. 환자들은 육체적·정신적 고통에 경제적 부담까지 겹쳐 삼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로 암환자 185명을 대상으로 인식·현황 조사를 진행한 결과 95.7%가 건강보험 혜택이 없는 비급여 항암치료제 비용에 부담을 느꼈다. 또 83.8%는 ‘비용 마련이 어렵다’고 답했다. 특히 22.7%는 비급여 항암제 사용을 중단한 경험이 있었는데 69%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유방암 4기 환자의 경우가 그렇다.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항암제를 권유받았으나 수백만원이 넘는 비용 때문에 스스로 포기했다. 그는 “새로운 항암제로 정말 치료를 받고 싶었다. 대학생 자녀와 남편은 하라고 했지만 너무 부담스러워 그러질 못했다”며 “한 달에 30만원만 돼도 해보겠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치료비 71.6%가 비급여 항암제

암환자들은 치료 비용으로 평균 2877만원을 사용한다. 이 중 71.6%인 2061만원이 비급여 항암제를 구입하는 데 들어갔다. 한국GIST(위장관기질종양)환우회 양현정 대표는 “진행암 환자는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으면 3~6개월 안에 사망한다. 효과적인 항암치료제가 쏟아져 나와도 급여 대기기간이 길면 무용지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환자들 사이에선 본인 부담 비율을 상향 조정해서라도 항암 신약의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항암제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시급히 정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항암 신약 효과가 큰 환자를 선별해 먼저 적용하거나 단계별로 급여 비율을 확대하는 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급여 여부를 결정할 때 환자 의견을 경청하고 경제성과 함께 치료 후 환자의 삶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KCCA 김봉석(중앙보훈병원 혈액종양내과) 위원은 “정책이 의학의 진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 안타깝다. 요즘엔 4기 암환자라도 치료 효과가 좋아 만성질환처럼 관리하며 장기간 생존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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