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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얼굴·목에 생긴 암 제거, 1㎜ 오차 내 신체 기능 보존 수술 협진

중앙일보 2016.11.28 00:01 부동산 및 광고특집 3면 지면보기
경희의료원 두경부암 맞춤형 정밀재건
구강악안면외과 이정우 교수(왼쪽)와 이비인후과 은영규 교수가 잇몸뼈에 암이 생긴 구강암 환자의 수술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프리랜서 임성필

구강악안면외과 이정우 교수(왼쪽)와 이비인후과 은영규 교수가 잇몸뼈에 암이 생긴 구강암 환자의 수술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프리랜서 임성필

“혀 밑에 뭐가 나서 피곤해 그런 줄 알았는데 병원에서 설암이라고 하니 아주 놀랐죠.”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진기수(55)씨의 발음은 혀의 절반을 잘라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또렷했다. 진씨는 2년 전 경희대병원에서 두경부암 중 하나인 설암 2기로 진단을 받았다. 조직검사 결과가 나온 지 1주일 만에 혀의 절반을 잘라내고 팔뚝 살로 혀를 재건하는 10시간의 대수술이 이어졌다. 진씨는 “처음엔 목에 호스를 끼워 음식물을 넘겼다”며 “지금은 사람들과 만나 밥 먹고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이비인후과·구강악안면외과 주축
수술·항암·방사선 치료효과 예측

진씨처럼 얼굴에 암이 생긴 두경부암은 치료가 까다롭다. 자칫 숨쉬고 말하고 맛보는 즐거움을 잃기 쉬워서다. 두경부암은 눈·뇌를 제외하고 얼굴·목에 암이 생기는 걸 말한다. 정교하게 종양을 제거하고 수술 부위를 재건해 기능을 회복하는 치료 기술이 요구된다. 경희대병원이 이비인후과 은영규 교수와 경희대치대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이정우 교수를 주축으로 두경부암 분야에서 맞춤형 정밀재건 치료시스템을 구축한 배경이다.

암 수술에선 암이 생긴 부위를 포함해 주변까지 깨끗이 도려낸다. 재발·전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얼굴에 생긴 암은 그럴 수 없다. 은영규 교수는 “뇌에서 내려오는 모든 미세신경과 혈관이 지나고 표정근·저작근처럼 조밀한 근육이 모여 있는 부위가 얼굴”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얼굴 골격에 생긴 변화는 미묘하더라도 눈에 잘 띄어 환자 심리가 위축되기 쉽다. 두경부암 치료에서 기능과 형태를 회복하는 게 환자의 수술 예후를 판가름하는 지표다.

미세신경·근육 모여 고도 기술 필요

경희의료원의 협진 시스템은 이렇다. 먼저 수술 전에 두경부 기능 회복과 미용을 고려해 치료 계획을 세운다. 예컨대 잇몸에 난 종양을 제거한 뒤 씹기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환자에게 임플란트 시술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 재건에 사용하는 뼈를 임플란트 시술에 적합하도록 변형해 이식한다. 이정우 교수는 “수술이 끝난 뒤에야 기능을 되살리려고 하면 또 다른 수술이 필요하거나 치료 방법이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수술이 결정되면 각 과의 업무는 명확히 분담된다. 이비인후과 은영규 교수는 암이 생긴 부위를 잘라내고, 구강악안면외과 이정우 교수는 잘라낸 부위를 재건하는 데 집중한다. 두경부암의 경우 재발하거나 전이되는 환자가 전체의 50~60%에 이른다. 재발·전이를 조기에 파악하기 위해 치료에 참여한 과가 함께 추적 관찰한다.

두경부암에서 이비인후과와 구강악안면외과의 협진이 중요한 암은 구강암·비강암·인두암이다. 이 외에 후두암·침샘암·갑상샘암 등도 두경부암에 속한다. 종양내과와 방사선종양학과 등이 함께 수술·항암·방사선의 효과를 예측하며 치료 방법을 찾는다.

모의 수술로 시간·시행착오 줄여

두경부암 수술·재건은 1㎜의 오차 싸움이다. 턱뼈와 눈 주변뼈처럼 뼈에 암이 생기거나 전이된 환자는 다리뼈 등을 활용해 암 때문에 잘라낸 뼈를 재건한다. 그런데 턱뼈는 위치가 조금만 달라져도 저작 기능이 떨어지고 통증이 생긴다. 이 때문에 두경부암 협진팀은 환자 중 뼈에 암이 생긴 환자에겐 수술 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수차례 모의 수술을 한다. 환자마다 다른 해부학적 구조를 3차원 영상으로 재구성해 정밀한 수술 계획을 세운다.

이정우 교수는 “예전엔 수술 현장에서 환자의 턱 모양에 맞게 뼈 각도를 맞춰갔지만 지금은 모의수술 과정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바로 적용해 오차를 줄이고 수술 시간을 10~20% 단축했다”고 말했다. 수술 시간이 줄면 의료진은 수술방에서 집중도가 높아지고, 환자에겐 감염 위험이 낮아진다. 이 교수는 2012년 병원에서 컴퓨터시뮬레이션을 활용해 턱뼈를 재건한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치료 계획 시 설정했던 목표와 실제 재건 사이의 오차 범위를 계산했다. 그 결과 60명의 환자 모두에게서 오차는 1㎜ 이내였다. 이 교수는 "그간 외국에선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수술한 환자 87%에게서만 오차를 1㎜까지 줄인 것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두경부암 치료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1, 2기는 완치율이 80~90%에 이르지만 3, 4기 땐 30% 이하로 뚝 떨어진다. 다행히 일부 두경부암은 전조 증상이 있다. 초기 증상이 가장 뚜렷한 건 후두암. 목소리가 변한다. 구강암은 잇몸·혀에 궤양이 생긴다. 입이 자주 헐고 숨을 쉴 때 목구멍에 이물질이 걸린 느낌이 있으면 두경부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 교수는 “두경부암은 피부와 뼈가 가까워 1, 2기 때 진단되더라도 금방 악화한다”며 “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암 여부를 확인하고 즉시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경부암 맞춤형 정밀재건 특징
● 기능·미용 고려한 치료 계획
● 수술 시간 10~20% 단축
● 재건 수술 오차 1㎜ 이내
● 재발·전이 조기 파악하는 추적관찰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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