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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고 몰아주기 공범’ 박 대통령, 검찰 조사 피해선 안 돼

중앙일보 2016.11.27 19:15 종합 30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씨, 차은택씨 등과 함께 ‘KT 광고 몰아주기’의 공범으로 적시됐다.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에 이어 기업 광고 수주에까지 대통령이 개입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필요성은 더욱 커지게 됐다.

어제 검찰 발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최씨와 차씨, 안 전 수석과 공모해 KT 회장에게 압력을 넣어 최씨·차씨의 광고회사가 KT에서 광고 7건을 수주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차씨 지인들이 KT 임원으로 가도록 한 과정에도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검찰은 말했다. 한마디로 박 대통령이 기업 활동에 대해 깨알 같은 지시를 내려 최씨와 차씨를 도왔다는 얘기다. 최씨가 ‘비선실세’로, 차씨가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하도록 대통령이 얼마나 세세한 부분까지 뒷받침했는지 보여주는 것 아닌가. 이러한 비호 아래 최씨 등은 포스코 계열 광고사의 지분을 빼앗기 위해 인수자로 결정된 회사 대표에게 “막말로 묻어 버리라는 얘기도 나온다” “세무조사 등을 통해 없애 버리겠다”고 압박했다고 한다.

공갈과 다름없는 범죄의 ‘공범’이란 혐의에 대해 박 대통령은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오는 29일까지 대면조사를 받으라는 검찰 요청에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대통령이 계속 불소추 특권과 피의자 방어권 뒤에 숨어 있는 건 상황만 악화시킬 것이다. 어제는 차은택씨 변호인이 “차씨가 2014년 6~7월 최씨 지시로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공관에서 김 실장과 정성근 문체부 장관 내정자, 김종 문체부 차관 등과 만났다”고 말했다. 이 모든 일의 진상은 누구의 입을 통해서든 밝혀지게 돼 있다.

검찰 수사가 “사상누각”이라면 박 대통령은 그 근거와 이유를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과 청와대만 “사실이 아니다”며 적법한 사법 절차를 외면한 채 버티고 있는 건 오히려 그 자신의 군색함만 더할 뿐이다. 이제라도 검찰 조사에 정정당당하게 응하는 게 그나마 남은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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