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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구멍 뚫린 AI 방역망 … 국가적 총력 대응 시급하다

중앙일보 2016.11.27 19:14 종합 30면 지면보기
겨울철 불청객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올해 4월에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AI가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에서 발생하더니 서해안을 타고 북상해 중부 내륙과 경기도·강원도까지 번지고 있다. 이번에 검출된 ‘H5N6형’ 바이러스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전파속도가 빠르고 폐사율이 높다. 그 여파로 한 달 사이 닭·오리 등 1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특히 중국에서는 2014년 이후 10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인체에도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공포감마저 주고 있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의 대응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방역의 생명은 초동 대응에 달렸는데 AI가 번질 대로 번진 이달 24일에야 위기관리 단계를 ‘주의’에서 ‘경보’로 올리고, 농가·도축장 등 8만9000곳에 ‘일시 이동 중지 명령(standstill)’을 내렸다. 그 전에 바짝 긴장하고 철저한 방역과 이동 제한 등 만반의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뒷북만 친 것이다. 게다가 원주에서는 텃새인 수리부엉이의 폐사체에서도 동일한 병원균이 나왔다. 탄핵 정국 속에 공무원들의 나사가 풀리고 재난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이 2차 전파가 본격화한 게 아닌지 걱정된다.

방역 당국은 당장 정신을 차리고 AI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달에는 전남 영암호에 AI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가창오리떼 수십 만 마리가 날아드는 등 앞으로가 더 고비일 수도 있다. 인위적 예방에 한계가 있겠지만 선제적 방역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가능한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국민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이동 제한 조치 등을 탄력적으로 확대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

더불어 살처분 보상금이 연간 3000억원이 넘는 점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휴업보상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가을철에 닭·오리 등 가금류를 미리 도축한 뒤 비축해 두고 사육을 중단하는 겨울철에 보상해 주는 방안이다. 그 예산이 살처분 보상금과 엇비슷하다니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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