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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밀렵의 비극…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 급증

중앙일보 2016.11.27 13:47
아프리카에서 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가 늘고 있다. 상아 밀수꾼들의 밀렵을 피하기 위한 자연적인 퇴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영국의 더타임스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코끼리 밀렵이 궁극적으로 유전자 풀(pool)을 바꾸는 결과를 낳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10년간 아프리카에선 개체 수의 3분의 1에 달하는 코끼리가 학살당했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상아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더타임스는 “2007~2014년 사이 코끼리 14만 4000마리가 죽었고,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에선 코끼리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상아가 없는 코끼리들은 학살을 피할 수 있었다. 코끼리 연구·보호 단체인 ‘코끼리의 목소리(Elephant Voices)’의 대표인 조이스 풀 박사는 “밀렵과 상아 없는 코끼리 개체 수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모잠비크에 있는 고롱고사 국립공원에선 내전 중이었던 1977~92년 코끼리의 90%가 밀렵꾼에 의해 학살당했다. 이 때도 상아가 없는 코끼리는 밀렵을 피할 수 있었고, 살아남은 상아 없는 암컷의 유전자가 후세에 전해지게 됐다. 그 결과 내전이 끝난 뒤 태어난 암컷 코끼리의 30%가 상아 없이 태어나게 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도 코끼리 국립공원의 경우 더 심각해 현재 98%의 암컷 코끼리에게 상아가 없다. 역시 코끼리 대학살의 결과다. 더타임스는 또 “상아가 있어도 그 크기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며 “2008년 연구에 따르면 현재 코끼리 상아의 크기는 1세기 전의 절반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코끼리는 엄니를 사용해 먹이를 찾고, 나무를 캐고 가지를 움직이는 등 스스로를 보호한다. 이 때문에 동물보호운동가들은 "상아 없는 코끼리는 절름발이와 같다"고 표현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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