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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너무 좋아하면 대장이 싫어한다

중앙선데이 2016.11.27 00:38 507호 24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53)씨는 요즘 영 마음이 편치 않다. 친한 고등학교 동창이 직장암에 걸려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병문안을 갔더니 친구는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직장암 수술을 받은 상태였다. 암이 항문에서 가까워 몇 달 동안 복부에 만든 인공항문(장루)으로 배변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중에 장루를 없애고 원래대로 배변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병문안을 다녀온 뒤론 마음이 무겁다. 친구와는 막역한 사이인데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어 일주일에 한두 번은 함께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곤 했다. 해외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담배를 선물했는데 박씨는 본인 때문에 친구가 직장암에 걸린 것 같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남성 암 발생 2위 대장암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남성의 경우 위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암이다. 여성에겐 갑상선암, 유방암에 이어 세 번째로 걸리기 쉬운 암이다. 대장은 대개 맹장 부위부터 항문 바로 위에 있는 직장까지를 통틀어 말한다. 직장(直腸·곧은창자)은 항문에서 위쪽으로 약 15cm 정도까지 곧게 뻗어있는 부위다. 직장 부위를 제외한 나머지 대장은 결장(結腸·잘룩창자)이다. 따라서 대장암은 결장암과 직장암을 통칭한다.



 

자료: 중앙암등록본부



대장암 발생률(10만명당)은 2003년 27.7명에서 2008년 35.9명, 2013년 35.2명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2013년 기준 대장암 발생자수는 2만7618명인데 이중 남성이 여성의 1.5배다. 연령별로는 50~70대 남성 환자가 47.7%를 차지해 가장 많다.



암을 예방하는 방법은 3가지 단계가 있다. 말 그대로 1차, 2차, 3차 예방이라고 일컫는다. 1차 예방은 암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소 생활습관 등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2차 예방은 검진 등으로 전구병변(前驅病變·암이 발생하기 전 단계의 병변)이나 조기 암을 발견해 제거하거나 비교적 간단한 치료를 받는 것이다. 3차 예방은 암 치료를 마친 뒤 암이 재발하지 않도록 건강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대장암을 1차 예방하는 방법은 대장암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생활습관이나 식이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대장암의 위험 인자는 남성, 유전적 요인, 만성 염증성 장질환을 비롯해 과다한 육류나 지나친 칼로리 섭취, 고지방 식사, 운동 부족,섬유질 결핍, 음주와 흡연 등이다. 비만은 혈중 인슐린 농도를 높이기 때문에 위험 인자에 포함된다.



반대로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를 가진 습관은 생선·섬유질·비타민D·칼슘 섭취, 운동, 아스피린 등이다. 당연히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위험인자를 줄이고 예방 효과를 지닌 생활습관을 지켜야 한다. 성별이나 유전적 요인은 본인이 선택할 수 없다. 그러나 규칙적인 운동이나 저지방 식이·섬유질 챙겨먹기 등은 노력하면 실천할 수 있는 습관이다. 육류는 우리 몸의 단백질과 철분 등의 공급원이기 때문에 무조건 금기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양을 섭취해야 한다. 칼슘제제 또한 소화불량증·변비·신장결석 등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아스피린은 여러가지 암이나 심혈관질환에 예방 효과가 있지만 위궤양·소장궤양·위장관출혈 등을 일으킬 수 있어 모든 사람에게 복용하도록 권장해서는 안된다.



박씨도 편의점 아르바이트 학생이 나오지 않는 날에는 야근근무도 하고 그러다 보면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은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울 때가 많다. 불규칙한 생활을 하다보니 규칙적인 운동은 꿈 꾸기도 어렵다. 박씨는 며칠 전 국가암검진 안내장을 들고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만 50세가 됐을 때부터 국가암검진에 대장암 검진이 포함된 것은 알았지만 시간도 없는데다 따로 채변을 하는 것도 귀찮아 검사를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변잠혈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으로 나와 대장내시경 검사가 가능한 병원에서 2차 검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가까운 대학병원 소화기내과를 찾은 박씨는 대장내시경검사를 받다가 직장 위쪽의 에스자결장에 1.5cm의 용종이 발견돼 그 자리에서 용종절제술을 받았다. 육안으로는 암 가능성이 낮다고 하지만 그래도 조직검사 결과를 꼭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일주일 뒤 아내와 함께 병원을 찾은 박씨는 제거한 용종이 다행히 암은 아니고 세포의 형태나 구조 등의 비틀림이 심한 고이형성증 선종(대장암 진행 가능성이 있는 전구병변)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3년 뒤 다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로 하고 박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병원을 나왔다.



국내 국가암검진프로그램 중 대장암 검진은 만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매년 변잠혈검사를 지원한다. 이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변 내 미량의 혈액도 검출하는 방법이다. 대장암이나 대장암 전 단계의 병변은 정상 대장점막에 비해 출혈을 잘 일으키는 성질을 이용하는 원리다. 변잠혈검사에서 이상이 보이면 대장내시경검사나 대장이중조영검사를 받아야 한다. 변잠혈검사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단시간 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사람이 검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장내시경검사처럼 검사 전 준비과정도 없고 체내에 기구를 삽입할 필요도 없다. 검사방법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지만 변잠혈검사는 대장암 환자의 약 70% 정도를 찾아낸다. 이 검사를 받으면 대장암 사망률이 33% 정도 감소한다는 사실도 증명됐다.



대장내시경검사는 한번에 대장 전체를 관찰할 수 있고 동시에 대장암의 전구병변인 대장용종을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에 비해 대장암 사망률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암검진프로그램의 변잠혈검사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대장암 검진방법이다. 하지만 국내 변잠혈검사 수진률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본인의 건강상태를 감안해 검진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



 



 



이보인 객원 의학전문기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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