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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성 늘어가는 비박 … 2004년 민주당의 모습 데자뷔

중앙선데이 2016.11.27 01:24 507호 4면 지면보기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전체 의원 271명 중 193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왼쪽) 25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계의 집단 불참으로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중앙포토ㆍ뉴시스]



26일 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발의가 가까워졌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당 회의에서 “이르면 다음달 2일, 늦어도 9일 탄핵안이 표결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수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계는 이날 각 지역구에서 촛불집회 동향을 살피며 27일 예정된 자체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를 준비했다. 현재 대략 40명이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고 밝힌 비상시국위는 5차 촛불집회를 계기로 동참 의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친박계의 몇몇 의원들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치라는 건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거나 “지금 와서 대놓고 대통령을 비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아예 언급을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탄핵 표결에선 가결 정족수(200명)를 훨씬 뛰어넘는 찬성표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순실 게이트] 2004년과 2016년 탄핵, 같은 점 다른 점

새누리당 친박계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청원 의원 등 친박 중진들이 계파색이 옅은 초ㆍ재선 의원을 상대로 탄핵 불참을 독려하고 있다는 ‘보이지 않는 손’ 의혹도 이 때문에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초선인 민경욱 의원은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인다 해도 거기에 반응할 의원이 있겠느냐“고 부인했다.



국회가 대통령 탄핵에 실제로 착수하는 것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이어 두 번째다. 여소야대 환경 속에 국회가 탄핵에 나선 것은 12년 전과 같지만 당시 노 대통령의 탄핵을 막으려 했던 우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출신 의원들과 탄핵을 처리했던 박 대통령은 공수관계가 역전됐다. 2004년과 2016년의 대통령 탄핵을 비교해 같은 점과 달라진 점들을 짚어 봤다.



 



①뒤바뀐 적과 동지=탄핵 위기에 처한 박 대통령과 탄핵 선봉에 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04년만 해도 노 전 대통령 탄핵에는 뜻을 같이했다.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당 재선 의원이던 이들은 탄핵 투표에 참가했다. 탄핵안이 가결된 2004년 3월 12일 국회 속기록에는 “박근혜! 공개투표하지 마!” “박근혜 의원! 뭐 하는 거야”라고 외치는 당시 여당 의원들의 육성 항의가 기록됐다. 투표가 진행되는 본회의장에서 촬영한 사진에는 박 대통령의 웃는 얼굴이 남기도 했다. 추 대표는 당시 “노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책 한 권으로도 모자라다”며 탄핵에 참가했지만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는 탄핵에 동참했던 것을 수차례에 걸쳐 사과해야 했다.



반면 현재 박 대통령의 탄핵 추진을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는 2004년 당시 각각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대척점에 서 있었다. 한때 친박계의 좌장 역할을 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도 과거 노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얼굴을 붉혔던 열린우리당 출신 의원들과 손을 잡고 박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고 있다.



②박 대통령의 뒤바뀐 운명=2004년 탄핵 역풍이 거세지자 4월 총선을 앞두고 참패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은 탄핵을 주도한 최병렬 대표를 퇴진시키고 박 대통령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박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당사를 팔고 천막당사로 옮기면서 당 이미지를 쇄신했다. “절망에 빠진 가정의 어머니와 같은 심정으로 한나라당과 저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눈물도 흘렸다. 한나라당은 총선 결과 예상을 넘어선 121석을 얻었다. 이를 통해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박 대통령의 정치 인생도 꽃을 피웠다. 박 대통령은 명실상부 대구·경북(TK) 지역의 맹주이자 차기 대권후보로 부상했다. 하지만 탄핵을 앞둔 박 대통령은 정치인생 최대 위기에 몰려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탄핵 처리와 관련해 검찰조사 등을 받지 않았지만 최순실 게이트에서 피의자 신분인 박 대통령은 국정조사·특검조사 등을 줄줄이 앞두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퇴임 후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③같은 촛불, 다른 이유=2004년 노 대통령 탄핵 직후 광화문 등 서울 도심은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으로 가득 찼다. 이때의 촛불시위는 탄핵 반대시위였다. 당시 ‘불성실한 직책 수행과 경솔한 국정 운영으로 인한 정치 불안’이라는 야당 측의 탄핵 사유에 대해 민심이 동의하지 않았던 것이다.



탄핵 후 한 달여 동안 촛불시위가 계속됐고 인기 가수였던 고(故) 신해철, 조PD 등이 합세해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다. 탄핵 전 조선일보·갤럽 조사에 따르면 탄핵 반대가 53.9%, 찬성이 27.8%였다. 이른바 ‘탄핵 역풍’을 업은 열린우리당은 4월 총선에서 152석을 얻으며 원내 1당에 올랐다. 이전 의석(47석)보다 3배가 넘는 의석이었다. 반면 현재 주말마다 100만 명 가까이 참여하는 촛불집회는 박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갤럽 조사에선 역대 대통령 최저 지지율인 4%를 기록했다.



 



①야당과 여권 비주류의 합작=2004년 노 대통령의 탄핵은 당시 제1야당인 한나라당(145석)과 여권 비주류가 잔류한 ‘전직 여당’ 민주당(62석)의 합작으로 성사됐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주도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탄핵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탄핵 발의 날짜가 가까워 오자 점차 찬성으로 돌아섰다. 현재 진행되는 탄핵은 제1·2야당인 더불어민주당(121석)과 국민의당(38석)이 주도하고, 새누리당의 비주류인 비박계 의원들이 합세하는 형국이다.



②여소야대 환경과 소수 여권 주류의 결사 방어=2004년 노 대통령 탄핵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는 당시 재적 의원(271명)의 3분의 2인 181표였다. 한나라당과 자민련(10석)을 합쳐도 155석에 불과했기 때문에 민주당과의 연대가 필수였다. 실제 투표에서는 재적 의원 271명 중 195명이 투표해 찬성 193표(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47석의 소수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결사 저지에 나섰지만 바위에 계란 던지기 수준이었다.



박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석을 합치면 159석이다. 여기에 정의당(6석)과 무소속(7석)까지 합세하면 172석이다. 현재 국회 재적 의원은 300명, 탄핵 정족수는 200석이다. 여소야대지만 대통령 탄핵에는 여당 의원 28명 이상의 동참이 필수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은 대략 40~50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언론의 설문조사 등을 통해 반대 입장을 밝힌 의원은 30~40명 정도다.탄핵정국에서 제1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버티고 있는 것도 당시 상황과 같다. 2004년에는 한나라당 출신의 박관용 의원이 선출됐고, 2016년엔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정세균 의원이 의장을 맡고 있다. 여야 갈등이 첨예한 탄핵안 처리는 국회의장의 의지도 중요한 변수다.



③대통령의 ‘탄핵 유도설’=2004년 노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을 근거로 탄핵 소추됐다.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돕는 꼴” “국민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등의 발언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중립성 위반을 지적했다. 당시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사과하지 않으면 탄핵 소추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노 대통령은 사과를 거부했다. 이후 탄핵을 피하기 위한 국회의 노력은 지속됐다. 탄핵안 발의 이틀 전 박관용 국회의장은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노 대통령과 4당 대표 간 회동을 제안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를 거부했고 노 대통령이 사실상 탄핵을 유도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왔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당초 대국민담화를 통해 약속했던 검찰조사 협조를 거부했다. 국회의 ‘선(先) 2선 후퇴’ 제안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청와대 측에서는 “차라리 탄핵하라”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차세현·안효성 기자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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