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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만 유예, 강제수사 가능 vs 체포·구금도 유예하는 것

중앙선데이 2016.11.27 01:20 507호 5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검찰 조사에 임하고 특검까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검찰의 두 차례 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김성룡 기자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이 헌법 제84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법조계에서는 물론 검찰 내부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불소추’란 문자 그대로 임기 중 범죄 혐의에 대한 기소가 유예될 뿐이다. 강제 수사는 가능하다”는 주장과 함께 “체포 등 강제 수사는 기소를 전제로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된다”는 반대 의견도 제기된다. 검찰은 대통령에 대한 직접 대면조사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강제 수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헌법 84조 ‘대통령 불소추 특권’ 논란

헌법 제84조는 대한민국이 대통령제를 바탕으로 한 정부를 수립(1948년)하면서 탄생했다. 제헌헌법 제67조에도 지금의 조문과 동일하게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때 이외에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적혀 있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장을 함께 맡는 대통령이 형사법정에 세워지면 국가 위신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검찰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오·남용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헌헌법 초안에는 이런 내용들이 담기지 않을 뻔했다. 제1대 법제처장인 유진오 선생이 양원제를 중심으로 한 내각책임제에 맞춰 초안을 작성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 제헌국회 의장이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쳤다. 결국 제헌헌법 조문은 대통령제에 맞춰 수정됐다. 독일 바이마르 헌법 제43조(의회의 동의가 있을 때만 대통령을 형사 소추할 수 있다)를 참고로 삼았다. 의회의 동의라는 조건을 달아 소추를 어렵게 한 독일과 달리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후 헌법은 9차례에 걸쳐 개정됐지만 제84조가 문제된 경우는 없었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느 헌법학자도 불필요한 조문을 넣었다거나 조문의 부당성에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법 제84조의 ‘불소추 특권’이 체포 등의 강제수사까지 막는 것이냐는 논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소뿐 아니라 체포·구금 등도 유예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공소장에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상 국민주권주의의 근본이념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엔 강제수사를 허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선 검사들의 의견차도 크다. 인천지방검찰청 강력부 소속 이환우 검사는 지난 24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체포는 반드시 기소를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강제수사를 통해 (대통령에 대한) 혐의 유무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다른 검사는 “법문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여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올바른 법률가로서 할 주장은 아니다”며 “헌법 제84조의 입법 취지에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장영수 교수는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대통령의 권한이 제왕적이라는 사실이 재확인됐다”며 “헌법 제84조가 오·남용될 수 있다는 걸 전제로 대통령 권한을 덜어낼 수 있는 예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호진·김선미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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