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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의 틈새’ 노려 차별화, 중저가 이미지는 극대화해야

중앙선데이 2016.11.27 01:00 507호 15면 지면보기

중국 광둥성의 한 오프라인 스마트폰 매장. 중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운 오포와 비보의 최근 약진은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 주력한 데서 비롯됐다. [중앙포토]



오포(Oppo)와 비보(Vivo)의 돌풍이 심상찮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얘기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 3분기 오포는 처음으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17.5%)에 올랐다. 근소한 차이로 비보(16.7%)가 2위다. 2분기까지 1위를 달리던 화웨이는 15.7%로 3위에 그쳤다. 세계를 장악한 애플과 삼성전자도 중국에서만큼은 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플은 5위(7.1%), 삼성은 5위권 밖이다.


박리다매의 성공 방정식

주로 200~500달러대의 중저가 제품을 앞세운 두 업체는 2005년 설립된 BBK전자라는 음향·영상 업체를 모회사로 뒀다. 2011년부터 스마트폰을 만들었으니 중국 내 2세대 제조사다. 이들은 2년 전만 해도 5위권 밖, 지난해는 4~5위였다. 급성장 비결은 뭘까. 단순히 중국 기업이고 가격이 저렴해서라면 샤오미라는 기존 강자도 있었다. 오포와 비보에 앞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이름을 떨친 샤오미는 지난해만 해도 중국 1위 업체였지만 이번 조사에선 4위(8.7%)였다. 기술력의 화웨이와 가성비의 샤오미라는 중국 내 1세대 제조사 ‘투톱’을 후발주자가 누른 셈이다.



오포와 비보처럼 박리다매(薄利多賣)로 시장을 장악한 기업들은 몇 가지 성공 방정식을 보인다. 첫째, 틈새시장 공략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틈새의 틈새’를 노렸다. 후발주자일수록 이 전법은 효과적이다. 선발주자들이 이미 차지한 시장으로 진격하는 정공법으로는 승산이 낮다. 오포와 비보에 틈새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틈새의 틈새는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였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포는 올 6월 기준 약 2만4000개, 비보는 약 1만200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중국 내에 확보했다. 대도시보다는 주로 지방의 중소도시에서다. 오포의 경우 전체 판매량의 90%가 오프라인에서 발생했다. 진 디 IDC 연구원은 “오포와 비보는 수년간 지역 마케팅에 가장 많은 돈을 쓴 기업일 것”이라며 “이윤을 나누는 데 적극적이었기에 판매망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샤오미가 주도권을 뺏긴 것도 지역 마케팅에 소홀해서였다. 샤오미는 대도시, 그리고 온라인 프로모션에 집중했다. 같은 전략을 쓰는 화웨이와 애플 등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인구 대국 중국엔 중소도시와 농촌에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는 소비자가 아직 많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법을 직접 배우고 구매하려는 이들 지역 소비자 성향을 오포와 비보가 잘 파고든 것”으로 분석했다.



둘째, 유행에 민감하되 항상 경쟁사와 차별화한 전략을 갖췄다. 전 세계적인 의류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 열풍을 일으킨 일본의 유니클로와 스페인의 자라가 힌트를 준다. 두 기업이 추구하는 바는 한마디로 ‘저렴하면서도 스타일 좋은 옷의 판매’다. 이를 위해 도입한 전략이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었다. 패스트 패션은 디자인→제조→공급→판매까지 단 1개월 정도 만에 끝낸다. 옷의 유행 주기가 짧아진 2000년대의 젊은 소비자들은 이런 빠른 공정과 이로 인해 거품이 빠진 가격에 열광했다.



직장인 이영우(34)씨는 “대학생이던 2002년 일본에서 유니클로를 처음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단색의 ‘카라티’처럼 유행을 안 타는 무난한 옷을 동양인 체형에 맞는 디자인으로 대량 제조해 값싸게 팔고 있었다”고 전했다. 유니클로는 2004년 한국에 진출한 뒤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셋째, 철저히 중저가의 대명사가 되려 했다. 중저가 브랜드 이미지는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찾게 한다는 측면에서 경쟁력 그 자체다. 가격을 올리면서 어설프게 고급 이미지 구축을 시도하는 전략은 자칫 ‘이도 저도 아닌 브랜드’라는 인식하에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 예로 세계적으로 대성공한 자라는 2008년 진출한 한국에선 유독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해 흑자 전환하기는 했지만 2014년엔 적자였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자라는 해외에선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한데 한국에서 고가 전략을 펼쳐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였다”고 했다. 한국에서 5만원대인 자라 옷 대부분이 스페인에선 3만원대다. 가뜩이나 유니클로 같은 경쟁사보다 서양인 체형에 더 맞는 옷을 들여오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으로 불리함을 극복하려는 대신 섣불리 유럽산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덧칠하다 뒤처졌다는 얘기다. 샤오미도 오포와 비보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으로 기존 이미지가 희석된 것이 악재였다.



박리다매의 성공 방정식은 한국 기업들에도 시사점을 준다. 예컨대 국내 산업계뿐 아니라 많은 소비자가 아까워하는 기업인 팬택은 스마트폰 시장 태동기에 비교적 빠르게 진입하고도 성공하지 못해 법정관리 대상이 돼야 했다. 2010년부터 고사양의 ‘시리우스’ ‘베가 레이서’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 2011년 사상 최대 매출(3조원)을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문지욱 팬택 사장은 “애플과 삼성처럼 브랜드 가치를 높인 뒤 대대적인 물량 확대에 나서는 전략을 따라하려다 엇박자가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당시 팬택이 경쟁사와 차별화한 중저가 스마트폰 위주로 승부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40만원대 ‘아임백’ 스마트폰으로 돌아온 팬택이 이번에 펼치는 전략은 박리다매다. 문 사장은 “삼성이나 중국 업체들과 같은 전략을 추구하면 백전백패”라며 “고가 제품보다 팬택만의 차별화한 제품으로 마니아를 사로잡겠다”고 선언했다. 틈새의 틈새를 노리면서 러시아와 베트남 같은 신흥시장 진출에도 나섰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저가 제품은 성장세”라며 “신흥시장에서 중저가 제품으로 승부한다면 팬택이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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