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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룡과 함께 모험할 날 그리는 유전공학

온라인 중앙일보 2016.11.27 00:01
“지금 여러분은 놀라운 세계로 들어섭니다. 빌딩보다 커다란 브론토사우루스와 세 개의 뿔을 자랑하는 트리케라톱스, 그리고 무시무시한 티라노사우루스까지 온갖 공룡들이 여러분을 맞이하며 수천만 년 전의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쥬라기 월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SF 속 진짜 과학 <1> 쥬라기 월드

영화 ‘쥬라기 월드’는 공룡들이 살아 숨 쉬는 놀이동산 이야기입니다. 남쪽 바다의 작은 섬 ‘쥬라기 월드’에서는 공룡과 함께 온갖 모험을 만끽할 수 있죠. 공룡에게 먹이를 주고 심지어 공룡을 타고 놀 수도 있어요. 들판 위를 한적하게 노니는 공룡들 사이를 투명한 캡슐 자동차를 타고 돌아볼 수 있고, 홀로그램으로 공룡 내부를 살펴볼 수 있는 훌륭한 박물관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놀이동산입니다.

하지만 공룡은 6000만 년 전에 사라졌습니다. 거대한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고 지구상의 거의 모든 공룡들을 멸종시켰지요. 그럼 ‘쥬라기 월드’에서는 어떻게 공룡들을 눈앞의 현실로 가져올 수 있었을까요?

모든 것은 유전자라는 아주 작은 존재에 의해 시작됐습니다. 유전자는 몸의 설계도입니다. 커다란 비행기나 건물을 만들기 전에 설계도를 그리는 것처럼 유전자에는 우리 몸의 모든 것이 들어 있죠. 얼굴 생김새나 혈액형, 머리 색깔, 심지어는 자고 일어나는 생활 리듬도 유전자에 들어있다고 해요. 유전자를 조금만 바꾸어도 우리 몸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원숭이와 사람 유전자는 고작 3%밖에 다르지 않죠.
‘쥬라기 월드’에서 과학자들은 고대 공룡의 유전자를 찾아내 공룡을 부활시킵니다. 오래전 멸망한 공룡 유전자를 어떻게 찾아냈을까요? 화석에서? 아쉽지만 화석은 공룡의 뼈가 돌처럼 변한 거라 유전자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매머드처럼 냉동된 상태로 발견된다면 모르겠지만, 화석만으로는 불가능하죠. 영화 속 과학자들은 호박이라는 보석에서 희망을 찾아냈습니다. 호박은 송진 같은 나무의 진액이 단단하게 굳어져 생긴 것인데, 이따금 그 안에서 곤충이 발견됩니다. 과학자들은 공룡시대 호박에 갇힌 모기의 몸 안에서 공룡의 피를 얻죠. 피에서 유전자를 얻었다면 이를 늘려나가면 됩니다. 우리가 어머니와 아버지의 몸에서 나온 한 쌍의 유전자에서 출발해 성장했듯이, 공룡의 유전자에서 공룡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바래고 썩어가듯이 공룡의 피 역시 완전하지 않습니다. 6000만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면 유전자라는 설계도는 여기저기 부서져 엉망이 됩니다. 부품이 녹슬어 망가진 장난감처럼 말이죠. 유전자는 컴퓨터 프로그램 같아서 어딘가가 잘못되거나 빠지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원본과 비교하여 빈 곳을 채워주고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하죠. 그런데 공룡 유전자는 원본이 없는데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쥬라기 월드’의 과학자들은 공룡과 친척인 동물 유전자에서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새와 도마뱀, 그리고 개구리입니다. 우리 인간과 원숭이의 유전자가 비슷하듯, 이들 동물과 공룡도 유전자가 비슷하기 때문에 빠진 부분을 메울 때 쓸 수 있었던 거죠. 그렇게 공룡은 재탄생했습니다.

공룡을 눈앞에서 보고, 만질 수 있는 것은 분명 신기한 경험일 겁니다. 화석조차 놀라운데, 살아 움직이는 공룡을 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하지만 사람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 새로운 것을 바랍니다. ‘쥬라기 월드’의 과학자들은 부활시킨 공룡의 유전자에 여러 가지 유전자를 더해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공룡 인도미누스 렉스를 만들어냅니다. 티라노사우루스보다 크고 사납고, 랩터처럼 똑똑하며, 심지어 오징어처럼 보호색까지 갖춰 숨을 수 있죠. ‘쥬라기 월드’의 평화는 깨어집니다. 공룡들이 풀려나서 사람을 습격하고, 공룡끼리 싸우면서 공원을 부숩니다. 유전자공학이 우리를 위협하는 순간입니다.

유전자공학은 놀라운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조합하거나 수정함으로써 우리는 더 질병에 강하고 더 열매가 많이 열리는 식물을 만들어내고 있죠. 조만간 전보다 더 크고 빨리 달리는 말이나 우유가 더 잘 나오는 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 수많은 유전병을 치료하고, 나아가 머리 색깔이나 키 같은 외모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될지도 모르고요.

현대 과학기술로는 영화처럼 공룡을 부활시킬 수는 없습니다. 유전자의 손상이 너무 심해서죠. 하지만 유전자에 대해 더욱 많이 알게 되면, 공룡의 부활도 가능할지 모릅니다. 공룡만이 아니라 멸종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유전자가 남아 있는 동물이라면, 가령 냉동되어 발견된 매머드라면 가까운 장래에 동물원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르죠.

유전자공학을 이해하고 친구로 삼을 때 우리 삶은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꿈을 넘어 욕심을 가진다면 우리를 슬프고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죠. ‘쥬라기 월드’가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욕심으로 만들어낸 유전자 괴물에 의해서 파괴된 것처럼 말이죠. 천국과 지옥이 함께하는 유전공학의 미래. 여러분은 어떤 꿈을 선택하고 싶은가요?

전홍식 SF&판타지 도서관 관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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