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용탁 기자의 바이오 이노베이터 (5) | 김경태 플럼라인생명과학 대표] 반려동물은 우리가 지켜드립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6.11.27 00:01
성공은 실패를 두려워 않는 도전에서 비롯되게 마련이다.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이 주목받는다. 바이오 강국을 꿈꾸며 숱한 실패를 딛고 도전을 이어온 혁신기업과 CEO를 소개한다.
김경태 플럼라인생명과학 대표. [사진 김상선 기자]

김경태 플럼라인생명과학 대표. [사진 김상선 기자]

600만 마리. 미국에서 매년 암 진단을 받는 강아지 숫자다. 암에 걸린 강아지는 동물병원에 입원한다. 반려동물 선진국이라 강아지 간암이나 위암 전문의가 따로 있어 과별로 다른 의사가 맡는다. 상태가 심하면 의사가 수술을 권한다. 하지만 강아지 환자 대부분이 10살을 넘긴 고령이다. 후유증이 심해 수술이 성공해도 1~2년 후 세상을 뜬다. 약물치료법도 있다. 동물용 암 치료제가 없어 사람에게 쓰는 항암제를 동물에게 투여한다. 인간에게 적합하게 개발된 만큼 효과를 보기 어렵다. 독한 화학 치료제를 사용한 탓에 부작용이 심하다. 진통제를 같이 처방해야 하고 탈모·구토 같은 부작용도 심하다.

국내 최초로 미국에서 강아지 암 치료제 임상…
고양이 빈혈약 등 동물신약 파이프라인 20개 보유

미국 강아지 암 치료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한국 기업이 있다. 동물 의약품 전문 개발 기업 플럼라인생명과학(이하 플럼라인)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PLS-D5000’은 지난 10월 28일, 미국농림부(USDA)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반려견 암 치료제 임상승인을 받았다. 업계에선 8부 능선에 도달한 셈이라고 한다. 동물 치료제는 사람에 비해 승인이 쉽다. 신약 개발은 4상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동물 치료제는 임상 전 단계인 동물실험만 통과하면 된다. 플럼라인은 지금까지 4차례에 걸친 약물 투약 시험을 마무리했고, 2017년부터 경과 분석을 실시할 계획이다. 김경태 플럼라인 대표는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2018년부터 미국에서 조건부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에서 바이오로 방향 전환
강아지와 고양이 연구 보고서를 매일 받아 읽는 김 대표지만 동물 관련 전공을 한 적은 없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인연이 닿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 워싱턴 주립대 경제학과를 나와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 파고에서 경험을 쌓았다. 금융계에서 일해왔고, 바이오산업과의 인연은 2004년 시작됐다. 기업 분석을 하던 중 에이즈 치료제를 연구하는 바이오 벤처 이노비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조셉 킴이란 교포가 대표로 있는 기업이다. 김 대표는 바이오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아예 벤처에 참여한다. “제가 9번째 직원이었습니다. 임원들 이야기조차 이해 못할 정도였지만 틈틈이 공부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마침내 신약 개발에 성공한 이노비오는 2008년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다. 지분을 처리한 김 대표의 수중에 목돈이 들어왔다. 그는 자신만의 회사를 설립하기 원했다. 2014년 1월 플럼라인을 설립했다. 이때 전 직장인 이노비오에서 동물 연구부분 특허를 가지고 나와 창업했다. 당시 이노비오는 암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느라 동물약 개발 라인을 놔두고 있었다. 동물약 개발 기업 설립 목적을 이야기하자 이노비오는 지원을 시작했다. 창업 초기 멤버이자 한국 지사장으로 활동한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이노비오 경영진은 플럼라인 지분 20%를 취득하며 김 대표에게 자금을 지원했다. “비록 회사를 떠났지만, 함께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줬습니다. 미국식 벤처 문화의 장점이라고 봅니다.”

창업 과정은 순탄했다. 회사를 설립하자 자금이 몰렸다. 한국에서만 100억원이 넘는 벤처 투자금을 유치했다. 김 대표는 미국의 은퇴 동물약 전문가를 영입했다. 은퇴한 수의사들은 경험이 많고 동물병원과 동물 치료제 인맥이 탄탄하다. 미국 수의사 업계의 대가들을 찾아 강아지에게 희망을 주자며 설득해 모셔왔다.

미국 최대 의료 연구기관인 위스타(Wistar) 연구소와 협업도 시작했다. 이들은 강아지의 면역력을 높여 암을 치료하는 방법에 주목했다. 암세포 증식에 필요한 특수 단백질이 있다. 이 단백질을 차단해 암 활동을 억제하며 치료한다. 나쁜 단백질이라는 것을 몸이 인식하게끔 약물을 반복 투여하는 방식이다. 암세포 증식 속도가 줄면 몸이 자가 치료할 확률이 높아진다. 부작용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에선 건국대의 박희명 수의대 학장이 연구 파트너다. 암이 발병한 강아지 20여 마리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한국과 미국 수의학계 최고 연구진들이 우리 신약을 개발한다”며 “글로벌 제약사들과도 긴밀히 접촉하며 신약 개발 방향을 잡아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매년 암에 걸린 강아지 1% 치료가 목표
플럼라인은 2018년부터 암에 걸린 강아지 600만 마리 중 1%에 자사 제품을 투약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매년 강아지 6만 마리의 생명을 구한다면 수많은 가정에 행복을 유지해 줄 수 있다”며 “강아지를 시작으로 고양이, 말, 젖소 치료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뿐 아니라 식용 가축 의약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크게 보고 있다. 가축 유행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도울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온 이유다.

20개에 달하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면 강아지와 고양이 빈혈약, 말 제엽염 치료제, 돼지와 젖소 치료제 등이 있다. 주력 제품인 강아지 암 치료제 외에도 개발을 완료하고 출격 준비 중인 치료제가 있다. 일명 ‘돼지 웰빙치료제’로 불리는 ‘LifeTide®SW 5’가 대표적이다. 이 약은 어미 돼지의 건강과 생산성을 늘려주는 작용을 한다. 새끼 돼지의 치사율을 낮추고 빠르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허가도 받았다. 한국에선 지난 5월 검역본부에 허가를 신청했다. 이 제품에 대해 한국의 대형 축산 기업과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김 대표가 가장 큰 주목하는 시장은 중국이다. 세계 돼지고기의 60%가 소비되는 거대 시장이다.

연구를 마무리한 지금 플럼라인은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다. 광명에도 생산라인을 지을 계획이다. 이곳에서 돼지 치료제와 강아지 항암제, 말 제엽염 치료제를 생산할 계획이다. 글로벌 동물치료제 시장 규모는 25조원에 달한다. 한국 시장도 2020년이면 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강아지 항암제는 우리가 선두주자”라며 “반려동물의 건강을 지켜주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