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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실행할 수 있는 그리고 없는 공약 11] 200만 범죄 불법이민자 추방? 글쎄, 그게 될까 …

온라인 중앙일보 2016.11.27 00:01
신임 연방대법관 임명,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은 가능... 공화당의 협력 여부도 관심
인수위원회가 꾸려지고 주요 공직을 맡을 인물이 하나 둘 지명되거나 거론되면서 트럼프가 벌일 정책이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인수위원회가 꾸려지고 주요 공직을 맡을 인물이 하나 둘 지명되거나 거론되면서 트럼프가 벌일 정책이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70)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앞으로 취임 후 벌일 정책이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 인수위원회가 꾸려지고 주요 공직을 맡을 인물이 하나 둘 지명되거나 거론되면서다. ‘제국을 마상에서 건설할 수는 있지만 통치할 수는 없다’라는 격언이 있다. 선거 기간 중 트럼프가 했던 말과 행동이 제국 건설의 과정에 해당한다면 취임 후 그가 구체적으로 펼칠 정책은 통치에 해당한다. 그 차이를 파악하는 일은 미국 국내 정치뿐 아니라 국제관계, 그리고 비즈니스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실 트럼프가 선거 기간 보여줬던 것은 거친 말뿐이 아니었다. 과감함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했던 극단적인 정책이 줄줄이 제시됐다. 구체적으로 공약한 것도 있고 거론하고 만 것도 있다. 어느 것이든 논란의 대상이 됐다. 무슬림 입국을 금지하거나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고 그 비용을 멕시코에 부담시키겠다는 공약은 인종주의라는 비난을 받으며 세계의 분노를 샀다.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용납하기 어려운 말과 행동이 한둘이 아니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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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현실적인 정책으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법률 위반이나 의회의 반대, 국제사회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뻔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이런 그의 언행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사실이 이번 선거 결과 드러났다. 이에 따라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의 기대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결국 트럼프는 선거 기간 보여줬던 말과 행동에 대해 취임 후 선별적으로 실천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어떤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영국의 BBC방송과 일간지 가디언 등의 보도를 바탕으로 트럼프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할 일, 그리고 해서는 안 될 일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①트럼프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건설비용을 멕시코에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한마디로 만화적인 상상에 가깝다는 것이 언론 대부분의 지적이다. 아마 이는 트럼프가 내놓은 황당한 아이디어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가장 악명 높은 공약일 것이다. 멕시코에서 건너오는 불법이민자는 미국이 겪는 모든 어려움의 원천으로 취급됐다.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들을 ‘살인범’ ‘강간범’으로 부르면서 멕시코는 물론 거의 전 세계가 그를 인종주의자로 평가했다.

당선 직후에도 트럼프는 미국 남부의 국경에 ‘아름다운’ 장벽을 당장 세우기 시작하기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국경 장벽 건설은 시작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시작해도 완성까지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국경 경비를 강화할 목적으로 미국 영내에 미국 예산으로 장벽을 세우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비용이나 방식, 실현 가능성, 실효성 등에 대한 어떠한 검토도 아직 진행된 적이 없다. 트럼프는 그 비용을 멕시코에 부담시키겠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멕시코는 자국민을 범죄인으로 모는 국경 장벽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하물며 비용 부담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안건이다. 멕시코 정치인이 트럼프의 주장에 호응하는 순간 지지율이 ‘0%’로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경 장벽 설치로 불법이민자 유입을 얼마나 막을지도 미지수다. 확실한 것은 국경 장벽이 미국이라는 국가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킨다는 사실이다.

②트럼프는 “200만 명 이상의 범죄적인 불법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정책 중 가장 관심을 모은 것 중 하나다. 트럼프는 유세 중 호기롭게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 말대로 추방 작업을 시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불법이민자 중 범죄기록이 있는 사람은 대략 17만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말한 ‘200만 명의 범죄적인 불법이민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정치적인 수사였던 것이다.

설혹 있다고 해도 이 정도 규모의 대량 추방 작업을 벌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영국 BBC방송은 이를 실행에 옮길 경우 수십억 달러의 정부와 사회적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돈 쓸 데가 수두룩한 미국 의회가 이런 예산을 우선순위에 배정할지는 미지수다. 예산이 배정되더라도 이 정도 규모의 인력을 미국 노동시장에서 한꺼번에 빼내는 것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경제와 사회 안정에 악영향만 끼칠 가능성이 크다. 대량 추방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인권 유린 등 국내외적인 비난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종의 정치적 보여주기로 범죄경력 유무를 따지지 않고 일부 불법이민자를 수배해서 시범적으로 추방하는 작업은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 행동이 과연 트럼프의 공약을 실천하는 것인지는 논란거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지지층으로부터 트럼프의 ‘꼼수’로 비난받을 가능성이 크다. 비록 아웃사이더 후보 트럼프에게 표를 안겨줬지만 대통령 트럼프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공약이다.
트럼프 당선 후에도 반(反)트럼프 집회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마이애미에서 항의 중인 시민들. [중앙포토]

트럼프 당선 후에도 반(反)트럼프 집회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마이애미에서 항의 중인 시민들. [중앙포토]

③트럼프는 “신임 연방대법관을 내가 당선한 후 지명하겠다”고 유세 기간 중 말해왔다. 이는 미국이 대표적인 보수파 연방 대법관이던 안토닌 스칼리아가 지난 2월 13일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후 후임 지명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스칼리아 연방대법관은 ‘당당한 보수주의자’로 불린 인물로 트럼프와 성향상 일맥상통한다. 공화당과 트럼프가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는 총기 소유의 권리를 강력하게 지지한 것은 물론 공공연하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왔다. 낙태·동성애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대변해왔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공화당은 차기 대통령이 후임을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시카고대 헌법학 교수 출신인 오바마 대통령은 ‘헌법 어디에 그런 규정이 있느냐’며 후임을 지명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은 이를 심의하기를 거부해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입맛에 맞는 보수 성향의 인물을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보수화가 더욱 강력하게 추진되는 바탕을 하나 더 마련하게 된 것이다.

④트럼프는 “오바바가 임기 중 행한 행정명령을 취소시키겠다”고 말해왔다. 오바마는 임기 증 32건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미얀마에 대한 남은 경제 제재를 푸는 내용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트럼프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이민자에 관한 명령이다. 오바마는 2014년 5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불법체류자의 추방을 금지하고 이들에게 노동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공화당은 이에 반대해 연방대법원에 제소한 상태다. 트럼프가 취임하면 이런 명령이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신임 대통령의 합법적인 권리다. 트럼프 입맛에 맞는 인물을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하면 진보와 보수 대법관의 균형이 이전대로 돌아가 오바마의 행정 명령을 취소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한국인 불법체류자도 추방될 수 있다.

⑤트럼프는 “오바마케어 폐지”를 공언해왔다. 오바마케어는 오바마 정권의 대표적인 정책이다. ‘환자 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이라는 이름으로 2014년 1월 1일 시행이 시작된 의료개혁법이다. 이 법 시행 전 미국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약 4700만 명이 건강보험 미가입자였다. 비싼 보험료를 내고 민간건강보험에 가입하기는 어렵고 국가가 제공하는 빈곤층 건강보호 시스템에 들어가기에는 수입이 있는 중간 계층이 여기에 해당한다. 오바마케어는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물리는 제도다. 하지만 공화당은 의무가입과 가입 거부 시 벌금을 물리는 내용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에 반대해왔다. 주정부의 의사를 무시하고 연방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일부 주는 보험회사와 연계해 값싼 보험을 전체 주민에게 제공하려는 노력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과 공화당이 심각한 갈등을 빚어 2013년 10월 연방정부가 일시 폐쇄되기도 했다. 오바마케어는 보험료를 강제로 내게 된 일부 주민의 불만을 일으켜 트럼프를 지지하게 만든 요인이 되기도 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이는 건강보험 미가입자의 비율을 크게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 이 때문에 오바마는 일부 조항을 고치고 이 제도를 존속시키겠다는 뜻을 당선 후 밝혔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트럼프가 당선하면서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트럼프의 반대파 일부는 그가 당선하자마자 말 바꾸기에 나섰다고 비난한다.

⑥트럼프는 “백악관 공직자들의 퇴임 후 로비스트로의 변신을 제한하겠다”고 말해왔다. 이는 도덕적으로 정당하고 의회의 도움을 받아 법을 통과시키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직자 퇴임 후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큰 반대는 없는 상황이라 진행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는 평가다.

⑦트럼프는 “의회 의원들의 당선 횟수를 제한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기득권층이 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아웃사이더다. 기존 정치 체제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이 그를 공화당 대선후보로, 그리고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선거를 통해 거의 종신에 가깝게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 자리를 유지하는 사람을 고깝게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의원들의 선수를 제한하는 것은 대통령이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의회가 법률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원들이 제 살을 깎아먹는 법률을 만들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트럼트 당선 직후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당선 회수 제한 제도를 이미 갖고 있다. 선거로 불리는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⑧트럼프는 기후변화론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모든 유엔 기후변화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 지원을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파리협정을 정면으로 거부해왔다. 상당수 공화당 인사도 이 분야에서는 트럼프와 뜻을 함께한다. 하지만 파리협정은 이미 비준 절차를 거쳤으며,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약속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를 취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⑨트럼프는 “미국 인프라 건설에 거대한 자금을 투입하겠다”라고 공언해왔다. 사실 미국은 오랫동안 인프라에 투자를 하지 않아 현재 오래된 다리·고속도로·공공건물이 수두룩하다. 수리나 재건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새로 건설할 도로·다리·공항 등에 대한 수요는 끝이 없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언급해왔다. 인프라 건설은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이 정책은 유권자의 관심을 끈 인기 공약으로 자리 잡았다. 인프라 건설은 트럼프뿐 아니라 힐러리의 공약이기도 했다. 트럼프는 대선 전날 1조 달러를 인프라 건설에 투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문제는 재정이다. 심각한 재정적자와 국방비 부담 등으로 인프라 투자의 여력이 별로 없다. 이에 따라 민간의 투자를 통한 민자 인프라 건설이 붐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⑩트럼프는 공화당의 전통대로 감세를 주장해왔다. 과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처럼 세금을 줄여 이를 투자로 유도하는 정책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의회의 협조다. 물론 공화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상원은 물론 하원도 주도하게 됐다. 하지만 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인 폴 라이언은 대선 당시 트럼프를 맹비난했다. 선거 직후 “미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에 손잡고 협력하겠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가 ‘품위 없는’ 트럼프와 어디까지 협력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내년 1월에 취임할 트럼프는 2월에 의회에 첫 예산안을 제출해야 한다. 트럼프의 감세 정책은 이때쯤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⑪트럼프는 유세를 하면서 중국을 사실상 ‘경제적인 적국’으로 비난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상품에 45%의 관세를 때리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물론 트럼프는 취임 첫날부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권한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로 인한 후유증까지 감당할 대안이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더구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고 해서 대중 무역적자를 크게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중국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면서 양국 관계만 악화시키는 최악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중국 상품에 45%의 관세를 일방적으로 매기는 것도 쉽지 않다. 저가의 중국산 공산품 덕분에 적절하게 물가를 관리해온 미국이 관세를 높일 경우 소비자 제품의 가격이 올라 서민들의 불만을 부를 수 있다. 중국이 미국산 상품에 대해 맞대응에 나설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유발할 수도 있다. 글로벌 통상질서를 흔들고 경제난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대통령이라고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 세계 최강의 권력자라도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따로 있다. 취임일까지 정권인수 작업을 하면서 트럼프가 이를 어디까지 자각하느냐에 미국은 물론 세계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어떻게 됐든 미국인이 선거로 뽑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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