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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BMW맨’이 롤스로이스 경영자로

온라인 중앙일보 2016.11.27 00:01
최고급 수제(手製) 승용차의 대명사 롤스로이스를 7년째 이끌고 있는 토스텐 뮐러-위트비스(56) 롤스로이스 모터카 최고경영자(CEO)를 영종도 롤스로이스 스튜디오에서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뼛속까지 ‘BMW맨’이었던 토스텐 뮐러-위트비스 롤스로이스 CEO는 2010년부터 롤스로이스의 글로벌 CEO로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최고급 자동차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뼛속까지 ‘BMW맨’이었던 토스텐 뮐러-위트비스 롤스로이스 CEO는 2010년부터 롤스로이스의 글로벌 CEO로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최고급 자동차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반백의 짧은 곱슬머리를 뒤로 벗어 넘긴 신사가 악수를 청했다. 군살 없는 몸매에 훤칠한 키 때문인지 슬림한 검정색 수트가 잘 어울렸다. 흰색 드레스셔츠 소매 사이로 바쉐론 콘스탄틴의 드레스워치가 살짝 비쳤다. 영국 굿우드 장인들이 빚어내는 예술품, 최고급 수제(手製) 승용차의 대명사 롤스로이스를 7년째 이끌고 있는 토스텐 뮐러- 위트비스(56) 롤스로이스 모터카 최고경영자(CEO)의 첫인상이다.

토스텐 뮐러-위트비스 롤스로이스 모터카 CEO

롤스로이스 모터카는 11월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롤스로이스 스튜디오를 개관한다. 롤스로이스 스튜디오는 롤스로이스만의 ‘비스포크(bespoke·맞춤 주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물론 전세계에 있는 롤스로이스 전시장에서도 고객의 취향에 맞는 내·외장 도장컬러나 우드트림·매트의 소재·색깔을 고를 수 있다. 하지만 110년 역사를 가진 롤스로이스의 유산과 전통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건 굿우드 본사의 ‘아틀리에 스튜디오’뿐이었다.
‘비스포크’ 서비스 위한 스튜디오 오픈
롤스로이스가 영종도와 부산에 오픈한 롤스로이스 스튜디오는 롤스로이스만의 ‘비스포크(bespoke·맞춤 주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롤스로이스가 영종도와 부산에 오픈한 롤스로이스 스튜디오는 롤스로이스만의 ‘비스포크(bespoke·맞춤 주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임시 스튜디오를 선보이기 시작한 건 롤스로이스가 극소수의 부자들만 타는 차에서 성공한 젊은 비즈니스맨으로 고객층을 넓히면서다. 부자들이 은밀하게 상담하는 공간으로 여겨졌던 스튜디오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배경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팔린 롤스로이스는 63대. 전년 대비 73%의 판매성장으로 세계 최대 성장률을 기록했다지만 본사를 제외한 첫 상설 스튜디오가 한국이란 점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뮐러-위트비스 CEO에게 던진 첫 질문은 ‘왜 한국인가’라는 것이었다.

한국이 급성장하는 시장임엔 틀림이 없지만 그것만으로 본사를 제외한 첫 상설(permanent) 스튜디오를 한국에 만든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중국은 롤스로이스의 아시아 최대 시장이고, 일본 판매량도 한국보다 앞섭니다.

한국은 롤스로이스의 핵심시장(key market)입니다. 지난해 한국 시장의 판매 성장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았고 까다롭고 정확한 취향을 가진 고객이 있습니다. 한국 시장은 판매량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결코 얕은 수로 한국에 투자하는 게 아니에요. 당장 내일 부산에 두 번째 전시장을 개관합니다. (9월 30일 정식 개장했다.) 롤스로이스는 한국 시장의 잠재력에 확신을 갖고 있고 계속 투자할 예정입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가장 큰 시장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에 롤스로이스 스튜디오를 만드는 게 낫지 않나요.

맞아요. 미국은 최대 시장입니다. 중동에서도 많이 팔리고 있고 중국에서도 많은 고객들이 롤스로이스를 찾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성장 가능성을 봤어요. 아시아 시장이죠. 한국은 아시아 명품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곳 스튜디오에는 한국 고객 뿐 아니라 중국, 일본, 아시아 고객들이 찾아올 수 있죠. 공항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고 무엇보다 BMW 드라이빙센터가 있어요. 스튜디오에서 취향에 따라 비스포크 서비스 상담을 한 뒤 직접 롤스로이스 자동차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마치 독일 뮌헨 BMW그룹 본사에 있는 종합 문화공간 ‘벨트(welt·독일어로 ‘세계’라는 뜻)’와 같은 곳이죠.
 
‘미니’의 부활도 이끈 ‘부활 전문가’
롤스로이스의 비스포크 프로그램. 팬텀 1대마다 450여 개의 가죽조각과 200여 개의 패딩부품이 사용되며 전체 가죽부품을 만드는데 17일이 걸린다.

롤스로이스의 비스포크 프로그램. 팬텀 1대마다 450여 개의 가죽조각과 200여 개의 패딩부품이 사용되며 전체 가죽부품을 만드는데 17일이 걸린다.

‘영국의 자존심’ 롤스로이스의 글로벌 수장(首長)이면서도 독일 출신인 뮐러-위트비스CEO는 사실 뼛속까지 ‘BMW맨’이다. 1989년 BMW그룹에 입사한 그는 98년 브랜드 전략담당 부사장으로 롤스로이스 인수에 참여했고, 2000~2003년엔 ‘미니’ 브랜드 전략 담당을 맡아 성공적인 부활을 주도했다. BMW그룹 브랜드 관리 선임 부사장을 거쳐 2010년부터 롤스로이스의 글로벌 CEO로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최고급 자동차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미니의 부활을 성공적으로 이끄셨고 지금은 롤스로이스의 부활을 주도하고 계십니다. 이쯤 되면 ‘부활 전문가’라고 봐도 될 것 같은데요.

미니는 (내가 부활을 이끈 게) 맞지만 롤스로이스는 아닙니다. (웃음) 롤스로이스는 BMW그룹이 인수하기 이전에도 혈통(pedigree)과 성공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였습니다. 미니 브랜드의 성공은 BMW그룹의 역량이 발휘된 것으로 봐도 좋겠지만 롤스로이스는 원래 갖고 있던 전통과 노하우를 BMW그룹이 잘 살려낸 것이라고 봐야겠죠.

최근 들어 롤스로이스의 전략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팬텀(Phantom)’ ‘고스트(Ghost)’ ‘레이스(Wraith)’같은 ‘유령’ 이름 대신 컨버터블 모델에 ‘던(Dawn·여명)’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그렇고, ‘블랙 배지(Black Badge)’ 같은 고성능 모델을 선보인 것도 그렇습니다.

롤스로이스 고객의 80%가 기업을 운영하는 ‘비즈니스맨’입니다. 롤스로이스 고객이 람보르기니(이탈리아산 수퍼카)를 소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들은 뒷자리에 앉기보단 직접 운전하길 즐기죠. 지난 6년 동안 롤스로이스 고객의 평균 연령은 56세에서 45세로 낮아졌어요. 새로운 고객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선보이기 위해 우리는 레이스 같은 쿠페를 만들었고 고성능 라인업인 ‘블랙 배지’도 선보인 겁니다. 저는 블랙 배지는 롤스로이스의 ‘또 다른 자아(alter ego)’라고 생각합니다. 더 어둡고, 공격적이지만 파워풀하죠. 블랙 배지의 론칭은 우리 브랜드가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블랙 배지는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롤스로이스가 선보인 고성능 라인업이다. 전통적으로 은색이었던 ‘환희의 여신상(Spirit of Ecstasy)’ 앰블럼과 파르테논 신전에서 모티브를 얻은 전면 그릴, 더블R 로고까지 검은색으로 바꿨다. 엔진 출력을 향상시켰고 스포츠 주행에 적합한 서스펜션(현가장치)도 개발했다. ‘매직 카펫 라이드’라 불렸던 전통적인 롤스로이스의 주행감각에 운전의 재미까지 더했다. 직접 운전하길 좋아하는 젊은 고객들의 취향을 고려한 전략이다.

BMW그룹은 올해 100주년을 맞아 ‘비전 넥스트 100’이라는 이름의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롤스로이스·BMW·미니 등 그룹 소속 브랜드 별로 30년 후 미래 자동차의 비전을 제시한 것이었다. 롤스로이스가 선보인 컨셉트카 ‘비전 넥스트 100 103EX’는 충격적이었다. 롤스로이스의 상징인 그릴과 앰블럼은 그대로였지만 지금까지 롤스로이스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던 탓이다. 앞뒤 문이 양 옆으로 열리는 전통의 코치도어(coach door·고급 마차의 문에서 따온 방식) 대신 문이 조개 껍질처럼 위로 열려 탑승자가 선 채로 탈 수 있게 했다. 내부에는 스티어링휠이나 기어시프트레버 같은 운전 관련 장치들이 하나도 없다. 완전 자율주행 전기차를 전제로 한 디자인이기 때문이란 게 롤스로이스의 설명이다.
 
미래형 자율주행 전기차 디자인도 내놓아
롤스로이스가 선보인 컨셉트카 ‘비전 넥스트 100 103EX’. 롤스로이스의 상징인 그릴과 앰블럼은 그대로지만 기존의 롤스로이스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디자인이다.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롤스로이스가 선보인 컨셉트카 ‘비전 넥스트 100 103EX’. 롤스로이스의 상징인 그릴과 앰블럼은 그대로지만 기존의 롤스로이스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디자인이다.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1998년 BMW그룹은 롤스로이스의 브랜드만 인수했고 벤틀리를 함께 생산하던 크루 공장은 폴크스바겐 그룹 소유로 넘어갔습니다. 그런 역사 때문인지 현재의 롤스로이스가 지나치게 BMW의 색깔을 지닌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컨셉트카 103EX도 BMW의 느낌이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전통적인 롤스로이스 고객들이 자율주행 전기차를 좋아할까요.

롤스로이스와 BMW는 완전히 다른 차입니다. 조작 방법은 물론 부품까지도 완전히 달라요. 103EX은 롤스로이스의 미래를 보여주는 컨셉트카입니다. 자율주행 전기차는 거스를 수 없는 변화라고 봅니다. ‘롤스로이스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 103EX죠. 자율주행 전기차 시대에 모두들 플라스틱으로 만든 버블카(구글이 개발 중인 풍선 모양의 자율주행차)를 타야 할까요? 자율주행 전기차 시대에도 고객이 상상하는 모든 것을 제품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최고의 비스포크 서비스는 존재해야 합니다. 롤스로이스는 그것을 해 줄 수 있는 거죠. 103EX의 도어는 아름답습니다. 전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그림이 떠올라요. 그렇지 않나요?

뮐러-위트비스 CEO는 ‘상상하는 모든 것(Whatever you imagine)’을 만들어주는 것이 롤스로이스 창업자 찰스 롤스와 헨리 로이스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롤스로이스의 비스포크 프로그램은 외장 도색 조합만 4만4000가지에 이른다. 내장재에 사용되는 가죽은 철조망 없이 고산지대에서 방목하는 소에서 얻는다. 팬텀 1대마다 450여 개의 가죽조각과 200여 개의 패딩부품이 사용되며 전체 가죽부품을 만드는데 17일이 걸린다. 내장재에 사용되는 무늬목은 마호가니·오크·엘름·버드아이 메이플·월넛·피아노블랙 등 6가지가 있으며 원하는 나무를 내장재로 사용할 수도 있다. 집 앞에서 키우던 나무를 잘라 내장재를 만들어 달라는 고객을 위해 실제 제작한 사례도 있다. 좋아하는 샤넬 립스틱 컬러와 같은 색상의 차량을 요구한 여성 고객을 위해 새로운 페인트를 개발한 적도 있다.

이런 롤스로이스의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영종도 롤스로이스 스튜디오다. 여기에 2.6㎞에 달하는 폐쇄형 서킷과 주변 도로를 통해 직접 운전하거나 뒷자리에 앉아 시승할 수도 있다.

2018년말 선보일 예정인 ‘컬리넌’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고, SUV는 아니라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조금만 팁을 주실 수 있을까요.

컬리넌은 ‘깜짝 공개’를 위해 많은 정보를 드릴 수 없습니다. (웃음) 가족들과 함께 롤스로이스를 즐기고 싶어하는 고객들을 위한 차란 점을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무엇이 됐든 롤스로이스다운 자동차가 될 겁니다. ‘매직 카펫 라이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롤스로이스의 전통이니까요.(웃음)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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