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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통령 겨냥 “뇌물수수자 조사 않고 기소한 적 없어”

중앙일보 2016.11.26 01:00 종합 8면 지면보기
최순실 국정 농단 한 발 더 나간 뇌물죄 수사

“대통령 대면조사 재요청에 대한 청와대의 회신이 왔습니까.”(기자)

면세점 관련 롯데·SK 수색 통해
제3자 뇌물죄 혐의 상당 부분 확인
법조계 “직권남용은 무죄 여지 커
확실한 유죄 카드로 뇌물죄 꺼내”


“아직 답이 없네요. 혹시 연락받으신 분 있으십니까.”(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대통령 조사 없이 최순실 등 관련자를 뇌물죄로 기소할 수 있다고 봅니까.”(기자)

“쉽진 않겠죠. 부인을 하든 자백을 하든 뇌물수수자를 조사해야지요.”(노 1차장)

25일 오후 2시30분 서울중앙지검 13층 회의실. 30분가량 진행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와 출입기자단의 티타임 중 한 대목이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뇌물수수자를 조사하지 않고 기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을 뇌물수수자와 비슷한 위치에서 수사하고 있다는 의미다. 검찰이 전날 롯데·SK그룹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특가법상 뇌물(최순실·안종범)’을 적시,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적용이 가시권에 들어왔음을 드러낸 데 이어 진일보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입증을 위한 검찰 수사가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대기업에서 금품을 수수하고, 그 대가로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부정 청탁’ 부분을 특검으로 넘어가기 직전까지 파헤치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제3자 뇌물 혐의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 성립한다. 결국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를 밝히는 게 수사의 핵심이다.

검찰이 뇌물 수사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관련자의 진술과 증거 등을 통해 상당 부분 혐의를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무원 관련 범죄에 있어 박 대통령에게 적용한 직권남용과 강요는 법원에서 법리 다툼의 여지가 크고 무죄도 적잖이 선고된다”며 “확실히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카드로 제3자 뇌물죄를 꺼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현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가 앞으로 있을 특검 수사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를 최대한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검찰 수사 상황을 정치권도 주목하고 있다. 처벌 수위가 높은 뇌물 혐의 적용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는 물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도 결정적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르면 다음달 2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표결할 계획이다. 한 야당 인사는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탄핵안이 통과되고, 또 그 이후 가능한 한 박한철 헌재소장의 임기(내년 1월 31일) 내에 빠른 판결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제3자 뇌물죄를 포함시켜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현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롯데·SK의 면세점 재입점 로비 의혹’ 등이다. 검찰의 국민연금 압수수색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찬성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거였다. 검찰은 국민연금공단의 의사결정 과정에 삼성 측 청탁을 받은 최씨 또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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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최씨가 추진한 ‘체육인재 육성사업’에 70억원을 내놓은 것도 제3자 뇌물죄 적용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70억원을 내는 대가로 롯데 측의 부정한 청탁(면세점 재입점 로비, 검찰 수사 무마 등)이 있었는지를 캐고 있다. SK와 부영 등 추가로 재원 출연을 요구받은 다른 기업들도 박 대통령의 뇌물죄 적용 소지가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검찰의 대면조사 재요청에도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제3자 뇌물죄 적용은 특검 단계에서 이뤄질 공산이 크다.

현일훈·김나한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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