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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가장 비싼 공유경제…30억에 200시간 ‘하늘의 우버’ 인기

중앙일보 2016.11.26 01:00 종합 16면 지면보기
해외 CEO 인터뷰 개인 비즈니스 제트기 ‘비스타젯’ 플로어 회장
지난 3월 김포공항 비즈니스 항공기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토마스 플로어 비스타젯 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김포공항에서 만난 그는 “한국의 열정적인 기업인과 한류 스타, 아시아를 오가는 금융 자산가가 우리 고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지난 3월 김포공항 비즈니스 항공기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토마스 플로어 비스타젯 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김포공항에서 만난 그는 “한국의 열정적인 기업인과 한류 스타, 아시아를 오가는 금융 자산가가 우리 고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내 사업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공유경제 모델이다. 30억원으로 200시간 사용하는 자유이용권이 인기 상품이다.”

지구촌 상위 0.1% 수퍼리치 타깃
불황 때도 회원 늘어 매년 20% 성장
한국 내 영업 본격 시작

간간이 괴짜 최고경영자(CEO)를 만난다. 이번에 만난 사람도 만만치 않다. 토마스 플로어 비스타젯 회장이다. 그는 지구촌 상위 0.1%를 위한 공유경제 모델을 제시해 큰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그가 찾은 모델은 개인 항공기 시장이다. 세계 각국의 많은 부호는 자가용 비행기를 가지고 있다. 자가용 비행기의 장점은 많다. 비행기 시간에 늦을까 걱정할 일도, 다른 사람과 뒤섞여 복잡한 입출국 과정을 거칠 일도 없다. 마음먹은 대로 원하는 시간에 세계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다. 단점도 있다. 은근히 비용이 많이 든다. 일년 유지비가 60억원에서 100억원 정도 나온다.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조종사와 승무원 월급은 나간다. 정비도 직접 해야 하고 공항 격납고 비용도 따로 들어간다. 여기에 세금과 보험료도 부담해야 한다.

플로어 회장은 합리적인 가격에 똑같은 비행기를 자가용처럼 이용하는 사업 모델을 구상했다. 그는 “캐나다산 봄바르디아 항공기 승차감은 빌려 타는 것이건, 보유해 타는 것이건 어차피 다 똑같다”며 “시간과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수퍼리치가 타깃 고객”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4년 스위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개인 제트기를 구매하기엔 자산이 조금 부족한 부호가 타깃이었다. 24시간 전에만 알려 주면 유럽 주요 공항에서 개인 항공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가격은 2000만원 수준이었다. 비즈니스석보다 고가였지만 비행기를 혼자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에 사람이 몰렸다. 가능성만 믿고 도전한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성장했다. 매년 20%대의 가파른 성장을 기록했고, 글로벌 항공사가 성가셔 하는 존재로 자랐다.
비스타젯의 주력기인 ‘봄바르디아 글로벌 6000’의 모습. [사진 비스타젯]

비스타젯의 주력기인 ‘봄바르디아 글로벌 6000’의 모습. [사진 비스타젯]

비스타젯이 성장해 온 지난 10년간 유럽에선 서브프라임, 유럽발 경제 위기, 그리스 경제 위기,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 오일과 원자재 가격 폭락 등 각종 경제 위기가 연이어 발생했다. 처음엔 플로어 회장도 걱정했다. 그런데 의외의 일이 벌어지곤 했다. 오히려 고객이 늘어난 것이다.

매출이 줄면 기업은 불필요한 자산을 정리한다. 0순위가 기업 전용기였다. 불황엔 부자도 소비를 줄인다. 불필요한 사치품을 먼저 경매 시장에 내놓았다. 자가용 비행기도 그중 하나다. 불황마다 고객이 늘어난 이유다. 회사 전용기를 팔고 난 CEO에게도 급한 비즈니스 미팅이 끊이지 않는다. 비스타젯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확실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플로어 회장은 “우리 항공 서비스를 경험한 기업인과 부자들 사이에서 난 입소문이 성장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설립 12년 만에 비스타젯은 60대의 항공기를 운영 중이다. 190개국 1480개 공항을 이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용고객수도 24만 명에 달한다.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과 중국, 인도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지금 플로어 회장은 한국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김포공항엔 자가용 비행기를 위한 국내 최초의 비즈니스 항공기 전용 공항시설(FBO)이 문을 열었다. 김포공항 FBO는 2만6446㎡(약 8000평) 규모로 보잉 B737 항공기 4대를 수용할 수 있는 격납고와 터미널, 보세창고가 들어섰다. 운항 허가, 출·입국, 정비 등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는 장소다. 플로어 회장은 지난 3월 전용기를 타고 김포공항을 다녀갔다. 당시 김포공항 활주로에서 만난 플로어 회장은 “한국의 열정적인 기업인과 한류스타, 홍콩을 오가는 자산가가 우리 고객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만남 이후 그와 e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의 전략을 더 들었다.
레스토랑 분위기의 기내에서 식사와 차를 즐길 수 있다. [사진 비스타젯]

레스토랑 분위기의 기내에서 식사와 차를 즐길 수 있다. [사진 비스타젯]

플로어 회장은 한국이 개인 제트기 시장의 성공 요인을 충분히 갖춘 지역이라 생각한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이면 인구 수백만 명의 도시 10여 곳에 도착할 수 있다. 삼성·현대·LG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있고, 중국·일본·동남아를 오가는 투자자들도 상당수다. 그가 예상한 한국 고객 수는 100~200명이다. 그는 “5년 전 인도에서 개인용 비즈니스 제트기를 사용하는 사업가는 한 명도 없었지만 지금은 수백 명이 비스타젯을 애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고객에 대해 묻자 비스타젯 관계자는 “대기업 관계자와 금융 자산가 등이 한국의 주요 고객”이라 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용 항공기를 처분한 삼성 같은 기업이 주요 고객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전용기를 처분한 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해 왔다. 비행기를 직접 운영하며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임직원이 출장을 다녀올 수 있다. 미국과 인도에선 이런 기업을 찾아 비스타젯의 장점을 소개하며 고객을 늘려 나갔다.
레스토랑 분위기의 기내에서 식사와 차를 즐길 수 있다. [사진 비스타젯]

레스토랑 분위기의 기내에서 식사와 차를 즐길 수 있다. [사진 비스타젯]

비스타젯의 또 다른 강점으로 플로어 회장은 단순함을 꼽았다. 사용이 간단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이나 전화로 상품을 선택하고 회원에 가입한다. 비행기를 타고 싶을 때 전화하면 세계 어디에 있든지 가장 가까운 공항에서 24시간 이내에 탑승할 수 있다.

성공의 비결을 그는 “항공 산업의 상식을 거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항공사와 비스타젯은 사업 철학이 다르다. 항공사는 안전과 시간 엄수를 중요하게 여긴다. 개인 항공 사업은 시간을 안 지켜야 성공한다. 시간과 장소에 개의치 않는 파격이 오히려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소형 제트기는 착륙 가능한 공항 수가 더 많다. 대형 국제공항이 아니라 작은 지방 공항에 내릴 수 있다. 원하는 장소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업무에 시간을 집중하고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때로는 한 시간의 가치가 엄청날 수 있다. 단 몇 시간이 기업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그는 “우리 사업의 핵심은 시간”이라며 “사업가들이 자신의 시간을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의 제약에서 풀어 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왜 비행기가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출발해야 하는가. 중요한 일이 생기면 일정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은가. 비행 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공항으로 향하지 마라. 일 마치고 느긋하게 우리 항공기 타고 가라. 그게 오히려 남는 장사다.”

플로어 회장은 당분간 시장에 적수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우리가 선두주자고, 2등이 누구일지도 모를 정도로 격차가 심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2.5%인 글로벌 항공 시장 점유율을 2025년까지 5%로 올리는 것이 우리 목표다. 지켜보면 알 것이다.”
 
미·유럽 중저가 전세기도 성업 중…20만원 특가 상품까지
초고가 전용기뿐 아니라 중저가 전세기 서비스도 요즘 뜨는 신 틈새시장이다. 스마트폰으로 영화 예약하듯이 개인 전세기를 예약할 수 있다. 공유경제 서비스 우버를 보고 힌트를 얻는 사업자들이 이를 개인 전세기에까지 적용하기 시작했다. 개인 항공기 회사 빅터(Victor)의 창업자 클리브 잭슨은 2013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모바일 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가 모바일 앱에서 출발지와 출발 시간, 도착지를 입력하면 개인 전용 항공기가 준비된다. 예약 후 1시간 후면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빅터 외에도 미국·유럽에선 ‘하늘의 우버’를 자처하는 제트스마터와 서프에어, 빅터, 루나제츠, 스트라다제트 등이 성업 중이다. 빅터는 지난 3년간 두 자리 대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스위스의 스트라다제트는 올해 새로운 취항 공항 50곳을 확보했다. 미국에서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한 제트스마터는 유럽 진출을 선언했다.

개인 항공기 예약 앱은 합리적인 가격과 간편한 공항 이용으로 주목받는다. 6인승 자가용기를 운영하는 제트스마터의 연회비는 1만 달러다. 회원들은 회비와 별도의 요금을 내고 개인 일정에 맞게 비행기를 빌려 쓴다. 원하면 항공편의 좌석 1개만을 추가비용 없이 사용할 수도 있다. 특가 상품도 인기다. 항공기가 승객을 수송하고 돌아올 때 이용하는 옵션이다. 20만원에 자가용 비행기를 사용할 수 있다. 개인용 터미널을 이용하는 장점도 크다. 루나제츠는 이륙시간 15분 전에만 공항에 도착하면 된다. 터미널에서 직원과 비행기로 향하는 중에 탑승 절차를 끝낸다.
 
◆토마스 플로어 비스타젯 회장
스위스 출신으로 뮌헨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금융 회사에서 재무 투자자로 일하며 공격적인 투자로 큰 자산을 벌었다. 개인 비즈니스 항공기 서비스를 생각한 계기를 묻자 “한 유럽 항공사에서 형편없는 퍼스트 클래스 서비스를 겪은 경험”이라 답했다. “싸구려 접시에 담긴 형편없는 음식을 제공받으며 돈이 아까웠고, 제대로 된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차려보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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