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속으로] 10년 뒤 깡통차는 나라 안 되려면…

중앙일보 2016.11.26 01:00 종합 22면 지면보기
2017 한국경제 대전망
이근, 박규호 외

하반기 상황 급변, 경제 앞날 암울
추격 동력 실종, 되레 따라잡힐 판

경제추격연구소 지음
21세기북스
420쪽, 1만8000원

1970년대 한국은 선진국을 따라잡겠다는 강렬한 국가적 야망이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각종 경제지표 상으로 다른 개도국들에 비해 우리가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는지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까마득히 멀리 보이는 선진국과 우리를 비교했다. 언젠가부터 ‘따라잡기 정신’이 실종됐다. 오히려 따라잡힐 판국이다. ‘샌드위치 신세’가 그리워질 때가 올지도 모른다.
가상현실과 공유경제는 미래를 이끌어갈 대표적 신성장산업으로 꼽힌다. 가상의 여행을 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홀로투어. [사진 일상이상]

가상현실과 공유경제는 미래를 이끌어갈 대표적 신성장산업으로 꼽힌다. 가상의 여행을 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홀로투어. [사진 일상이상]

그런 의미에서 『2017 한국경제 대전망』(이하 『대전망』)과 『10년 후 4차산업혁명의 미래』(이하 『미래』)는 시의적절하다.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경제문해력(economic literacy)을 높인다. 『대전망』과 『미래』는 여론주도층·기업인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을 독자 타깃으로 삼았다. 국민·유권자가 한국 경제의 현 좌표를 알아야 여야 대권 주자들의 황당한 ‘경제 포퓰리즘’ 공약이 먹히지 않을 것이다.
 
10년 후 4차 산업혁명의 미래
미래전략정책연구원
지음, 일상과 이상
336쪽, 1만5000원

두 권 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모색한다. 두 권 모두 ‘따라잡기’와 밀접하다. 『대전망』은 세계경제와 각국 경제의 트렌드 속에서 한국경제의 실상과 과제를 드러낸다. 『미래』는 우리보다 ‘4차 산업혁명’ 준비가 앞선 독일·미국·일본 등의 사례를 집중 조명한다. 『대전망』에서 부분적으로 다룬 ‘4차 산업혁명’의 도전을 『미래』가 본격적으로 다룬다. 이를 위해 미래전략정책연구원(원장 박경식)은 모든 주요 미래학의 성과를 큐레이션(curation)했다.

2017년 전망을 살핀 『대전망』을 집필한 43명의 정상급 연구자들은 경제추격연구소(소장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형성한 경제 전문가 네트워크 소속이다. 연구소 이름에 아예 ‘추격’이 들어간다. 『대전망』은 세계경제·중국경제·국내경제·경영·경제정책 트렌드를 각기 키워드로 풀어간다. 국내경제와 세계경제 트렌드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경제 불평등, 기본소득제 논의, 포용적 성장,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모색을 제시했다. 국내경제 키워드는 저성장 체제의 고착화다. 우리 경제가 “추경으로 간신히 버틴 한 해”였던 2016년 이전까지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상황이 급변했다는 것이다.
가상현실과 공유경제는 미래를 이끌어갈 대표적 신성장산업으로 꼽힌다. 차량 공유 우버 서비스에 반발하는 택시기사들의 집회 모습. [사진 일상이상]

가상현실과 공유경제는 미래를 이끌어갈 대표적 신성장산업으로 꼽힌다. 차량 공유 우버 서비스에 반발하는 택시기사들의 집회 모습. [사진 일상이상]

『대전망』은 “현재 먹거리가 없는 것은 10년 전에 투자를 안 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가 주목하는 연도인 2027년에 우리나라는 몰락을 눈 앞에 두게 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일단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가 다시 가난하게 된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그런 ‘보장’이 없다. 『대전망』은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되었고 1~3차 산업혁명과는 달리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하급수적인 속도’는 질적인 변화를 낳을 것이다. 50년, 100년 후의 세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뭔가 다른 말로 표현할지도 모른다.

두 책 모두 국내·국제 정치 변수보다는 국내·국제 경제 변수에 치중했다. 하지만 대선 정국에 돌입하면 경제민주화, 동반 성장, 재벌개혁 문제가 다시 부각될 것이다. 『미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망은 저절로 현실화되지 않는다. 두 책이 해부한 구조 속에서 정부와 대기업이 리더십을 발휘하게 만들려면, 국민·유권자가 경제문해력으로 무장하고 양쪽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GDP보다 유용한 ‘추적지수’ 선진국과의 격차 잘 반영
『2017 한국경제 대전망』은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대안으로 ‘추적지수’를 제안한다.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 특히 선진국 사이의 격차와 상대적 성과를 보다 잘 반영하기 위해서다. ‘추적지수’는 전 세계에서 경제 비중이 가장 큰 미국 대비 각 나라의 경제 비중과 그 비중의 확대 속도를 지수화했다. ‘추적지수’로 우리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평가할 수 있다. 국가 간의 상호작용 속에 달성되는 각국의 경제 성과는 ‘상대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게 경제추적연구소의 주장이다. 희미해진 ‘따라잡기 정신’을 되살리는데 최적화된 한국형 지수라 할 수 있다. ‘추적지수’로 따져보면 한국의 추적지수는 “2011년 이후 4년 연속 증가한 후 2015년 미세하게 감소해 추격 속도가 감소했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