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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을 적신 책 한 권] 술집 기웃거리고 스캔들도 내고…천재 물리학자 연구실 밖 사생활

중앙일보 2016.11.26 01:00 종합 23면 지면보기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리처드 파인만 지음
김희봉 옮김
사이언스북스
230쪽, 8000원

남들에게 보여지는 물리학자의 삶은 간단하다. 연구와 논문을 포함해 물리학에 대해 걱정만 하면 된다. 사심이 없는 일이니 냉정하고 솔직하면 되는 일로 간단하다면 간단한 일이다.

그렇다면 연구를 떠난 물리학자의 뒷면은 어떤 세계일까? 세상사는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까? 그래도 물리학자니까 다른 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인다면 이 책을 보기를 권한다.

이 책에서는 호기심 많고 장난기 심한 이론물리학자의 솔직하고 유머 가득한 삶의 뒷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것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학문적으로 성공한 학자에게서 말이다. 이런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책은 쉽게 만나기 힘들다. 참고로 그는 전기장과 전자의 상호작용을 양자역학적으로 설명하는 양자전자기학이론을 만든 공로로 1965년 노벨상을 받은 인물이다. 그 이론은 양자역학을 기본으로 한 과학적 사고방법을 통해 과학과 종교, 아름다움, 불확실성의 관계를 포함한 다양한 관점을 넘나드는 물리학 이론으로 물리학자들조차 감탄하고 있다.

그가 교수가 되기 전 젊은 나이로 제 2차 세계대전 중에 원자폭탄 제조를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야기에서는 물리학사는 물론 세계사를 바꾼 유명한 물리학자들의 뒷이야기까지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특히 이 격변의 시기를 호기심 많고 장난기 심한 물리학자를 통해 들여다보는 것은 허탈한 웃음만 가득한 지금의 우리에게 ‘허허, 파이만 씨, 참 농담도 잘하시네요!’ 라며 즐거운 웃음을 짓게 한다.

그의 자유스러운 사생활도 솔직하게 볼 수 있다. 브라질 악기인 봉고 연주를 즐기고 그림을 그려서 팔기도 하고 여러 여인과 스캔들을 일으키고 동네 술집을 기웃거리는 일에도 그는 솔직하다. 그것은 물리학자 이전에 개인의 사적인 자유이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물리학자가 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물리학 말고 정치를 공부해 어려운 세상 일을 풀려고 달려 들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크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편협한 구석이 많고, 대범해 보이지만 소심한 면이 더 많고, 정의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편견이 더 많고, 냉정해 보이려 노력하지만 사실 ‘뒤끝이 작렬’하는 나를 보면 정말 물리학을 공부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박사 학위를 받은 한참 후의 일이다. 만약 이 책을 좀 더 젊은 청소년기에 읽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지금 보다는 좀 더 자유스럽고 진지하고 유머러스한 물리학자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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