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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 트럼프 외교정책의 5대 관전 포인트

중앙일보 2016.11.26 01:00 종합 29면 지면보기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미국인과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은 트럼프 시대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공약을 무효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연설 중에서 알맹이가 있던 것들, 측근들의 언급, 그가 취임 후 100일 동안 하겠다는 일들을 고려하면 5가지가 예상된다.

첫째, 힘을 통한 평화. 도널드 트럼프는 딱 한 번 의미 있는 외교정책 연설을 했다. 9월 7일 필라델피아에서다. 다시 읽을 필요가 있는 연설이다. 그 연설에서 트럼프는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로널드 레이건의 대선 공약을 부활시켰다. 얄궂게도 이는 트럼프가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정책을 오바마보다 오히려 더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연설에서 트럼프는 육군과 해군, 파병군 규모의 확대를 주장했다. 중동에서 지상군을 철수시키는 정책을 감안하면 증군(增軍)은 불필요하다. 그는 또 해군력 강화를 약속했다. 작전지역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아시아다. 중국의 급속한 해군력 증강에 대응하고 여타 다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국방비 증액은 의회 내 ‘재정 강경파(fiscal hawks)’의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하지만 군비 증강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의 선거 구호와 부합된다. 또 동북아 미국의 동맹국들은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동맹.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 ‘무심한’ 발언을 했다. 이제 와서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동맹 관계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재확인했다. 그의 말을 의심해야 할 이유는 별로 없다.

하지만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를 재협상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국 정치인들과 대중은 주둔비 부담 증액 대신에 한국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부대의 위치, 주둔비 지출의 구성, 장비 구매, 훈련 등에 대한 협상을 대비해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무역. 선거 기간 중 무역에 대한 트럼프의 언급은 주로 중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집중했지만 바로 뒤를 이어 한국·일본이 나왔다. 그는 과연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에 손상을 입힐 것인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그는 미국에 불리하다고 보는 특정 사안에 대해 재협상을 모색할 수 있다.

이러한 이슈들에 대한 트럼프의 접근 법은 원칙이 아니라 결과를 중시한다. 그의 무역 협상팀은 대한(對韓) 무역적자를 살펴보고 미국이 수출을 늘릴 수 있도록 한국의 무역 자유화 확대 조치를 요구할 것이다. 미국의 수출업자와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 진입하는 데 장벽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 무역 마찰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재협상이 반드시 한국에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기업과 근로자들의 저항이 예상된다.

넷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현재 트럼프는 진심으로 TPP에서 발을 빼려고 하는 것 같다. 후속 조치를 하지 않으면 미국의 신뢰성은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 TPP의 무효화가 미칠 파장에 대해 트럼프와 그의 팀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최고의 패자는 일본이다. 아베 총리가 TPP에 자신의 국제경제 정책을 걸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보면 TPP 협상에 참가하지 않은 한국의 결정은 지혜로웠다.

다섯째, 북핵 문제. 선거전 동안 트럼프는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역할이 트럼프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그는 또 강력한 미사일방어를 계속 주장했다.

평양은 한국이나 미국의 새 대통령을 시험하는 습관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만난 트럼프는 북한 문제가 새 행정부 초기에 시험대에 올려질 것이며 북핵은 미국에 최고의 국가안보 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많은 것이 중·미 관계에 달려 있다. 트럼프가 경제 이슈로 중국을 압박한다면 베이징이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과 협력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주면 동북아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중국이 리더십을 발휘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면 트럼프가 순응할 것인가. 과연 중국은 기회를 살릴 것인가. 한국 정치는 응집력 있는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트럼프가 결국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전통적인 미국의 관점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많다. 동맹 관계뿐만 아니라 무역 관계에서도 그러하다. 하지만 우리는 쇼맨 출신의 변덕스러운 대통령 당선인이 외교정책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모른다. 이 문제가 미국 외교정책 전문가들을 우려하게 만드는 가장 큰 문제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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