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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살아남을 직업·기술] 피자 만드는 로봇 나와도 피자 파는 세일즈맨은 남아

온라인 중앙일보 2016.11.26 00:01
일본 명문대 입학을 노리던 4수생 로봇이 포기를 선언했다. 언어 과목이 발목을 잡았다. 11월 14일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NII)는 인공지능(AI) 도로보군(東ロボくん)이 도쿄대 입시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NII가 개발한 도로보군은 대학 입시 도전을 통해 AI의 가능성을 알아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오는 2021년까지 도쿄대 합격점을 돌파하는 것이 목표였다.

4차 산업혁명 전문가 3인의 전망… 변화 적응력과 코딩능력 길러야

도로보군은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총 네 차례의 입시(모의고사)에서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문제는 언어였다. 문맥을 파악해 문제의 뜻을 이해하는 독해력에서 한계가 드러났다. 아라이 노리코(新井紀子) NII 교수는 “도로보군의 장점과 한계가 파악됐다”며 “앞으로 도쿄대 합격이라는 목표 대신 수학 등 도로보군이 잘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찾아라”
AI가 입시를 준비하는 시대다.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옥스퍼드대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2020년이면 현재 있는 일자리 중 700만 개가 사라지고, 200만 개가 새롭게 생긴다고 전망했다. 도로보군 같은 AI가 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과 만나 인간의 일자리 500만 개를 대신한다는 뜻이다. 지난 10월 28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4차 산업혁명과 한국 경제의 미래’ 콘퍼런스에서 만난 칼 프레이 교수는 “자동화로 대체될 수 있는 일자리는 전체의 47%에 달한다”라며 “노동력과 자동화 비용을 비교해 자동화가 타당할 경우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콘퍼런스에 참석한 칼 프레이 교수를 포함한 4차 산업혁명 전문가 3명에게 ‘AI가 넘보지 못할 직업과 기술’에 대해 물었다. 프레이 교수는 가장 먼저 사라지는 직업으로 텔레마케팅, 법률 비서직 등 단순 서비스나 정보 처리 직종을 꼽았다. 금융 컨설턴트, 회계사 등의 전문직도 안전하지 않다. 증권회사는 AI를 이용해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거기서 얻은 투자자문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 판례를 뒤지고 법률 조항을 찾는 단순 법률 비서직의 대체율이 높았지만 판사와 법정에 서는 변호사의 대체율은 낮다. 프레이 교수는 “단순 사건의 경우 프로그램만으로 간단히 승소 확률이 나오기 때문에 소송은 훨씬 줄어들 수 있지만 일단 재판이 열리면 판사와 변호사는 공감 능력을 발휘해 변론과 판결을 해야 한다”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AI시대 생존법”이라고 말했다.

프레이 교수는 AI나 로봇의 등장에 낙관적인 입장이다. 그는 “1930년대 제조업·광산업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일자리는 현재 자동화된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며 기술적인 실업보다 기술 발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이 교수는 “대인관계를 통해 상호협력을 이끌어내는 직업,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창의성은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앞으로 기술이 발전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순히 피자를 파는 로봇은 생길 수 있지만 사람들을 설득해 피자를 사게 하는 세일즈맨은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그가 내놓은 예측·분석은 모두 옥스퍼드대학 마틴스쿨에서 연구한 보고서(일자리의 미래, 2013년)에서 나왔다. 이 보고서는 미 대통령경제보고서,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많은 국제기구에서 인용됐다. 그는 “이 보고서는 ‘현재 미국 내 702가지 직업이 컴퓨터 발전에 얼마나 민감하게 변화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며 남다른 질문을 던질 줄아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AI는 스스로 조건을 만들지 못한다. 창의력을 이용해 질문을 던지고 AI에게 답을 찾게 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 프레이 교수는 “업종과 관계없이 전 세계 많은 기업과 정치 리더들은 나에게 AI가 바꿀 세상에 대해 온갖 질문을 던진다”며 “그들은 노동시장의 변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저스틴 우드 WEF 아시아 총괄 국장에게도 AI가 넘보지 못할 직업을 물었다. 우드 국장은 “가수나 배우처럼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쉽게 AI가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며 “로봇이 TV에 나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소비하는 인간이 AI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다. 이미 일본에서는 AI가 문학상 공모전에서 1차 예선을 통과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개발한 AI가 그려낸 렘브란트 화풍의 그림은 9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다. 그는 “입력된 자료를 가지고 짜깁기를 한 작품을 창작으로 볼 것인지, 예술로 볼 것인지 역시 인간의 판단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 AI를 대비하는 기술로 ‘빠른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과 ‘코딩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가수나 배우를 AI가 쉽게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는 언젠가는 AI가 가수나 배우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미래에는 유망한 일자리나 좋은 직장이라는 개념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고용환경 때문에 인간은 10년마다 직업을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한 우드 국장은 AI가 변화시킬 산업보다는 AI가 변화하는 사회의 속도를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강조했다. 변화 속도가 빠르면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고 속도가 더디면 점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발전해 앞으로 자동화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면 우리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드 국장은 “코딩능력은 컴퓨터의 발전 속도에 맞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무지하면 변화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I 받아들이는 태도와 AI 활용하는 실행력 중요
실리콘밸리 소재 AI 스타트업인 시트린인포머틱스의 그레고리 멀홀랜드 회장 역시 기술의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AI나 빅데이터는 결국 숫자의 속 패턴을 찾아내고 계산하는 기술일 뿐”이라며 “감정을 다루거나 인간관계를 조율하고 큰 결정(방향성)을 내리는 일은 인간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두뇌 스캔을 통해 건강정보를 모으는 것만으로도 건강정보(빅데이터)가 되지만, 더 나아가 (AI를 통해) 건강기록, 개인적인 습관, 우편번호(주소) 등을 결합하면 비타민 D 섭취가 다발성경화증의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실험할 수 있다. 전혀 다른 유형의 정보를 결합해 ‘객관적이지 않은 빅데이터’에 방향성을 잡는 것은 인간 고유 영역인 것이다. 멀홀랜드 회장은 “3년 전 시트린인포머틱스는 에너지 분야(재료과학)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AI의 가능성을 본 후 사업 성격을 바꿨다. 지금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결정을 내려야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개인이 AI를 받아들이는 태도와 AI를 실제로 활용하는 실행력”이라고 강조했다.
 
[박스기사] 2020년에 가장 중요할 10가지 업무 능력
- 맥락 파악(sensemaking): 이미 존재하거나 드러난 사실을 토대로 보다 깊고 새로운 의미와 신호를 읽어내는 능력

- 사회적 지능(Social Intelligence): 다른 사람들과 직접적이고 깊게 교감·교류하는 능력

- 참신하고 적응할 수 있는 사고(Novel and Adaptive Thinking): 기계적이고 틀에 박힌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 다문화역량(Cross-cultural Competency): 문화적 차이를 가진 타인을 이해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 컴퓨터적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 정답이 없어도 데이터에 근거해 판단하고 데이터에 숨어 있는 추상적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

- 뉴미디어 리터러시(New Media Literacy): 뉴미디어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고, 주체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

- 초학문적 능력(Transdisciplinary):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시각으로 현상을 이해하는 능력

- 디자인 마인드셋(Design Mindset): 요구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적절한 업무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표현하는 능력

- 인지적 부하 관리(Cognitive Load Management): 중요도에 따라 정보를 판별하고 걸러내는 능력

- 가상 협력(Virtual Collaboration): 가상 팀의 멤버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참여를 끌어내 생산성을 높이는 능력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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